큰손 고객엔 '전담 상담원'.. 일반 고객엔 '인내심 테스트'

김신영 기자 2017. 5.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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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가는 한국금융 ARS] [下] 소비자 차별하는 콜센터
- 신원 확인부터 하는 카드사
휴대폰·카드번호 입력시킨 후 고객 등급 따라 응대 달라져
글로벌 카드사들은 전화부터 받아
- 민원·상담하려면 5분은 대기
기존 고객이 문의하는 전화는 "상담원 연결 지연 중" 되풀이
신규 가입 문의 전화는 바로 연결

50대 주부 A씨는 급하게 부의금이 필요해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로 10만원을 썼다. 금리가 높아 현금이 생기자마자 이를 갚으려고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5분 정도 이것저것 누르다 포기했다. '누르는 ARS'와 '말로 하는 ARS' 중에 고르고, '빠른 말 안내 서비스'를 받을지 등을 선택하고, '○○○님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비밀번호까지 누른 다음에야 서비스 안내가 나왔다.

1년에 신용카드로 4000만원 정도를 쓰는 40대 직장인 B씨는 28일 카드 대금 사전 결제를 위해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월하게 상담원과 통화를 했다. '○○○님이 맞으시면 1번'을 듣고 1번을 눌렀더니 바로 "전담 상담원을 연결해드리겠습니다"라며 일요일인데도 10초 만에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이 카드사는 한 해에 3000만원 넘게 쓰는 사람에겐 '전담 상담원'이란 형태로 상담원을 바로 연결해 준다. 일반 회원은 주말 상담원 연결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금융 회사들은 돈 많이 쓰는 '우량 고객' 서비스는 강화하지만, 나머지 일반 고객에 대한 응대는 부실한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불만이 크다.

◇누군지부터 물어보고 차별하는 카드사

본지가 지난 26일 한국 카드 회사 9개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 연결을 시도했더니 모든 카드사가 상담원 연결 전에 휴대폰 번호 혹은 카드 번호를 입력하라고 요구했다. 소비자가 누군지를 확인하고 나서는 회원의 등급을 분류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C카드사의 경우 연간 사용 실적 등이 많은 '프리미엄 회원'은 평일·주말 상관없이 한 단계('○○○ 고객님이 맞으시면 1번')만 거치면 전담 상담원과 연결이 됐다. 일반 회원은 평일에만 상담원 연결을 할 수 있고, 상담원 목소리를 들으려면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했다.

반면 글로벌 카드사는 대부분 신원 확인 없이 상담원과 연결이 됐다. 본지가 일요일인 28일 오후 3~4시(한국 시각)에 세계 10대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해본 결과 10개 카드사 중 2개(미국 시티뱅크, 캐피탈원)를 제외하고는 카드 번호를 입력하지 않았는데도 한두 단계('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말씀하세요'등)만 거치면 바로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미국(뉴욕 기준)은 오전 2~3시, 영국 런던은 오전 7~8시인 시점이었다.

◇ 보험 신규 가입은 '즉각 응답'

한국 금융 회사들은 한밤과 주말에 상담원 근무를 시킬 경우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카드·보험사의 경우 민원·상담을 위한 콜센터 연결이 힘든 시각에도 신규 가입 상담 전화는 어렵지 않게 연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D보험사에 지난 26일 오후 5시 30분쯤 전화를 걸어 자동차 보험 특약 관련 문의를 시도했다. 전화 연결이 되는 즉시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왔다. '사고 접수 및 상담은 1번, 긴급 출동은 2번…계약 조회는 6번' 등의 복잡한 설명을 들으며 4차례 번호를 눌렀는데, 단계마다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라는 기계 목소리가 반복됐다.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하고 나서야 상담원을 연결해준다고 했다. 그러나 5분 넘게 대기하라는 안내만 나오고 결국 통화 연결은 되지 않았다. 직후에 홈페이지에 나란히 안내된 보험 신규 가입 상담 전화로 전화했더니 '보험 가입 문의는 1번'이라는 한 단계만 거쳐 14초 만에 바로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D카드사는 28일(일요일) 오후 2시30분쯤 전화했더니, 회원 상담을 위한 상담원 연결은 불가능하다고 녹음 메시지가 안내했다. 그러나 카드 가입 문의 번호로 걸자 전화 연결이 바로 됐다. 이미 확보한 회원은 홀대하면서, 상품을 더 팔려는 데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회사 관계자는 "한국은 외국 금융사에 비해 모바일뱅킹 등 온라인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어 소비자의 콜센터 의존도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령층 등 IT(정보기술)에 취약한 계층만 답답한 콜센터에 묶이는 '금융 디바이드(디지털 기술 능숙도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등의 격차)'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금융사 콜센터 전화는 소비자가 1분에 30원 정도를 내는 유료 서비스인 반면, 세계 10대 카드사에선 수신자 부담 콜센터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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