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중기·벤처 '온실 속 화초'로 키우기는 그만
과도한 보호, 체질 향상에 역작용
기술개발·경영환경에 집중 지원
해외기업 이길 경쟁력 키워줘야
중소기업·벤처 육성은 역대 모든 정부가 역점을 두어 왔고 신정부에서도 조직, 예산, 재정적으로 더 큰 힘을 실어줄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중기·벤처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점점 더 강화, 확대되어온 결과 우리나라의 중기·벤처 지원 조직과 수단, 규모는 세계 최고수준이라 할 것이다. 중소기업청만이 아니라 모든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위주로 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1000개가 넘는 사업 꼭지에 연간 수십조원의 예산이 파편적, 살포식으로 지원되고 있고 각종 보호 법령을 위시해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벤처기업육성특별법까지도 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몇몇 청년들이 함께 창업한 기업이 세계적 대기업들로 커가는 것과 같은 역동적 성장 생태계는 형성되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현상유지나 안전한 성장 위주의 생태계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수준으로 올라선 성공기업들도 정부의 지원이 바탕이 됐다기보다는 자수성가형이 대부분이다.
영세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복지적 접근으로 일정 수준의 보호와 형평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경쟁과 성장’을 기본 속성으로 하는 중기·벤처기업들에 대해서는 열린 글로벌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자력 경쟁력을 키워 신생 대기업으로 크도록 하는 것이 산업 정책의 본질이다. 과도한 보호와 지원은 야성적인 기업가 정신과 강한 기업 체질을 키우는데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중소기업 테두리내에 안주하거나 국민 세금에 의한 수액주사로 연명하면서 또다시 정치적으로 더한 보호를 요구하는 악순환을 자초한다. 중견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들 중에 중소기업 혜택을 계속 누리고자, 회사를 쪼개는 사례도 있다. 벤처의 정의 자체가 ‘시장에서 스스로 모험적으로 성장 한다’는 것인데, 그간 벤처 성공신화로 거론된 상당수 기업들이 결국 파산하고 최고경영자가 구속된 것도 과도한 정부지원 의존에 근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지원사업 운용에 있어서도 관료적이고 규제적인 측면이 많다.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평가항목과 평가방식에 따라 해당 기업이 아닌 외부컨설팅 업체가 지원서를 대리 작성해주는 사례가 성행한다. 세세한 지원금 관리규정에 따라 기업의 집행과정에 대한 행위통제가 심하며, 성공률에 집착한 결과 아예 성공가능한 안전형 과제위주로 선정되고, 성과과시의 조급증에 따라 설익은 단계에 있는 사업까지도 과대포장 되다가 무너져 버리는 경우도 상당하다. 지금의 중소기업 정책에서 양과 힘의 문제도 보강되어야 하지만 질과 운영체계(OS)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긴요하다.
시장경쟁으로 성장한 외국 선진기업을 정부에 의존해 자란 우리기업이 이길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제는 온실 속의 ‘약한 중기·벤처’정책을 넘어 우리 경제의 동태적 성장을 견인하고 수천개, 수만개의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강한 중기·벤처’를 배양하는 정책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부의 직접지원은 핵심 경쟁력인 기술개발과 인재지원, 그리고 경영 환경인 정보제공과 기업간 융합·연계, 공동기반시설 등에 집중하되 기업간 경쟁 성격이 강한 마케팅이나 자금 조달 등은 시장 시스템과 연계한 간접지원 방식으로 가닥을 잡을 필요가 있다. 물론 창업,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창의혁신성, 모험성·도전성, 실패용인, 투자방식에 따른 위험분담 등 선진국 중소기업정책 키워드들이 핵심 지표로 작동돼야 한다.
국민의 박수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신선함이 중기·벤처 정책에 있어서도 치열한 글로벌 개방시장 체제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도록 정책과 조직운용의 혁신이 신선하게 추진되길 기대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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