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원준이 28일 광주 롯데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어쩌다 선발 출전한 경기였다. 한 경기에서 한 번 오기도 어려운 만루 기회가 세 번이나 찾아왔지만 모두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연장전까지 접어든 경기의 끝자락, 또 찾아온 네번째 만루 기회를 더는 놓칠 수 없었다.
KIA 막내 최원준(20)이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연장 대접전 승리를 이끌었다.
최원준은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4-4로 맞선 연장 11회말 1사 만루 롯데 윤길현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오른쪽 펜스로 넘기면서 8-4로 승리했다. 올시즌 KBO리그 2호, 역대 18호 끝내기 만루홈런이다.
최원준은 이날 8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부상으로 빠진 주전 3루수 이범호를 대신해 올시즌 4번째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날이었다. 하필 중심타선을 지나 자꾸 하위타선에 득점 기회가 몰려왔다. 4회와 7회에 2사 만루가 찾아오더니 9회에도 1사 만루에 최원준의 타석이 됐다. 최원준 앞 타순에는 타율 3할4푼5리를 치고 있는 ‘공포의 9번 타자’ 김선빈이 이날 7번으로 자리했다. 롯데 배터리는 세 차례 모두 김선빈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특히 7회와 9회는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를 채우고 최원준과 상대했다. 2루 땅볼, 3루수 파울 플라이, 헛스윙 삼진. 최원준은 번번이 돌아서며 롯데 배터리의 기를 살려줬다.
그나마 2-3으로 뒤지던 6회말 1사 1·3루에서 1루 땅볼을 쳤으나 1루수 이대호의 홈 송구로 야수 선택이 됐고 그 사이 3루주자 서동욱이 홈인, 3-3 동점 타점을 올린 것이 다행이었다.
양 팀은 4-4로 맞선 채 8회부터 3이닝 연속 나란히 득점 기회를 놓쳤다. 양 팀 마무리들이 모두 등판했고 롯데는 마무리 손승락에서 윤길현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연장 11회말. 1사 1·3루에서 7번 김선빈 타석이 되자 롯데 배터리는 또 고의4구를 택했다. 만루에 또 최원준 타석이 됐다.
“슬라이더를 노리라”는 타격코치의 말에 초구부터 노린 최원준은 윤길현의 시속 133㎞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들어오자 그대로 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겼다. ‘속죄’의 마음으로 타석에 섰던 최원준은 홈런인 줄 안 뒤에도 넋이 나간듯 웃지도 못했다. 벅찬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돈 뒤 형들로부터 진한 세리머니를 받았다. 김기태 KIA 감독은 최원준을 품에 꼭 끌어안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원준은 “무조건 초구에 승부를 보자고 생각했다. 슬라이더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하신 타격 코치님 말씀이 정확했다”며 “타구가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순간, 전 타석들에서 못 친 것이 생각나고 나 때문에 질 뻔했던 경기를 다시 이기게 됐다는 사실에 너무 벅찼다”고 말했다. ‘역적’으로 끝날 뻔한 경기를 ‘영웅’이 되며 마친 최원준은 “앞 타석들에서는 너무 욕심을 부렸다. 선배님들이 편하게 하라고 말해주셔서 그래도 마지막까지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특히 (김)선빈이 형이 ‘기회는 또 온다’고 수비에만 집중하라고 해준 말이 큰 도움이 됐다”며 “계속 못 쳤는데도 끝까지 믿고 기용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팀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최원준의 한 방으로 KIA는 이번주 6연전을 5승1패로 마치고 2위 NC를 3경기 차로 제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