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청와대앞 집회 원천봉쇄 푼다

연규욱 2017. 5.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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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조정 앞두고 인권보호 목소리 적극 수용
100m 밖 집회도 차단했던 '절대방어구역' 대폭 완화
주말 5000명 민노총 시위..교통경찰 400명 '느슨한' 관리
폭력시위때만 차벽·기동대 출동

文정부 출범후 확 달라진 경찰의 집회 대응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과 청계천 등 도심 일대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청계천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는 등 집회 구호와 양상은 예전과 같았지만 경찰의 대응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날 집회에는 최소 5000명 이상이 참가했지만, 경찰 인력은 불과 400여 명만 동원됐다. 예전 같은 버스 차벽이나 경찰기동대는 아예 사라졌다. 시민 편의를 위한 교통경찰 등만 배치하고, 경비인력은 최소화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의 집회 대응이 확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집회 현장 경력을 최소로 줄이고, 청와대·국회·총리공관 등 주요 시설 인근에 적용해온 '집회 절대금지구역' 규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법적으론 청와대, 외교공관 등 주요 시설 반경 100m 이내에만 집회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촛불시위 등 대규모 군중이 모일 땐 경찰이 자체적으로 교통혼잡 등을 명분으로 200~1000m 선까지 집회를 불허해 법원과 종종 마찰을 빚어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경찰에 인권보호장치 강화를 요구하자 시위 대응에서도 '강경'에서 '유연'으로 대폭 방향 전환에 나선 것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인권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는 정부 인식에 대해 공감하며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집회 관리도 탄력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선적으로 청와대, 국회, 법원, 국무총리공관 등 경비지침상 '절대방어구역'으로 분류된 집회금지구역들에 대한 경비계획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이런 시설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상에 주요 국가기관으로 분류돼 건물 경계 100m 이내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구역이다. 법적으로는 100m 밖까진 허용되지만 경찰이 내부 방침으로 수시로 정하는 절대방어구역은 이보다 훨씬 넓었다.

지난해 촛불집회 초기에 퇴진행동 등 주최 측이 청와대 앞 근접 시위를 신고했을 때도 경찰은 800여 m 떨어진 경복궁역 인근 내자로터리 북쪽 지역에 대해선 일괄 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주최 측은 집회금지통고처분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인용하면서 나중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서쪽으로 약 100m 떨어진 효자동 치안센터까지 집회가 허용됐다.

올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에 "청와대 인근 집회를 일괄 금지하지 말고 구체적 판단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을 때도 경찰은 수용을 거부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법원도 작년 촛불집회에서 사안에 따라 판단하라는 취지로 인용 처분을 내렸던 만큼 '절대방어구역' 100m 밖 지역에 대해서는 일괄적 집회 금지가 의미 없어진 상황"이라며 "절대방어구역 경비계획에 대해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회금지구역 100m 밖 집회에 대해선 인권위 권고안을 수용해 일괄 금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고, 집회 목적이나 폭력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신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던 살수차와 경찰 차벽도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폭력 집회가 예상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할 방침이다.

2012년 인권위는 "살수차를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할 경우 살수차 최고 압력이나 최소 거리 등 구체적 사용 기준을 법령에 명시하라"고 경찰에 권고했지만 당시 경찰청장은 수용을 거부했다.

경찰의 방침 변화는 지난 25일 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 전제조건으로 주문한 인권 보호 문제 개선과 인권위 권고 수용률 향상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회·시위와 민생과 밀접한 치안 분야에서 '인권경찰'을 구현할 안을 다방면에서 찾고 있다"며 "경찰의 장비·정책 등에 대해 시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인권영향평가제도'도 정부기관 중 처음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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