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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협정ㆍ자유무역…G7 40년 공조 흔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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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협정ㆍ자유무역…G7 40년 공조 흔든 트럼프

입력
2017.05.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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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 기후협정 준수 설득에도

“잔류 여부 다음주 결정하겠다”

美에 불리한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 고집해 합의 도출 진땀도

북핵 규탄엔 한목소리

“핵포기 안하면 제재 강화”

2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타오르미나 인근의 지아르디니 낙소스에서 G7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타오르미나=EPA 연합뉴스
2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타오르미나 인근의 지아르디니 낙소스에서 G7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타오르미나=EPA 연합뉴스

“매우 불만족스럽다. 미국은 기후협정에 절대 잔류하지 않을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타오르미나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라는 6개국 정상들의 설득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동조차 하지 않아서다.

1970년대 출범 이후 경제를 비롯해 세계 질서를 이끌어 왔던 선진국 모임, G7 정상회의가 역대 최악의 파열음을 내며 막을 내렸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이세시마(伊勢志摩)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과 기후변화 등 주요 이슈마다 만장일치 합의를 이끌어 냈던 G7의 찰떡 공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불과 1년 만에 금이 갔다.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싼 잡음은 올해 회의의 최대 쟁점이었다. 국제사회는 2년 전 파리에서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나가자는 데 합의했고, 지난해 G7 회의에서도 해당 내용이 성명에 담겼다. 하지만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는 거짓”이라며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했던 트럼프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최종 성명은 “6개국은 파리협정 이행에 최선을 다하되, 미국의 (협정) 검토 절차를 이해한다”는 어정쩡한 봉합으로 마무리됐다. 심지어 트럼프는 회의 후 트위터에 “협정 잔류 여부를 다음 주 결정하겠다”면서 성명에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회의 과정을 지켜 본 한 프랑스 외교관은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새벽 2시까지 트럼프를 달랬으나 그는 긴장을 부추기고 때로 적대적이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G7의 존립 근간인 ‘자유무역 수호’ 부분에서도 미국에 불리한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요구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비타협적 태도 탓에 합의 도출에 애를 먹었다. G7은 2007년 독일 하일리겐담 정상회의 이후 매년 “자유무역을 존중한다”는 문구를 성명에 담아 왔다. 반면 올해 성명에는 “보호주의를 배격한다”와 함께 “불공정한 모든 통상 관행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입장을 동시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난민 문제 역시 이탈리아는 유럽 난민 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고통 분담과 아프리카 지원 확대를 주장했지만 최종 성명에는 “난민 인권을 존중한다”, “국경을 통제하는 각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동시에 삽입됐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이민 제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의 입김이 반영된 결과다.

G7이 유일하게 한 목소리를 낸 주제는 북한 핵ㆍ미사일 관련 내용이었다. 정상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며 북측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으면 제재를 강화를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대북 추가 제재에 미온적이어서 실질적인 압박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G7 개막 전에 만나 북한 핵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집단을 찾아내 제재하는 등 대북 제재 확대에 합의했다.

G7의 분열상은 지난해 32쪽에 달했던 공동성명 분량이 6쪽으로 대폭 줄어든 데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워싱턴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모든 순방지에서 홈런을 쳤다”며 엉뚱한 반응을 보여 동맹국 정상들을 난감케 했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G1)과 나머지 6개국(G6) 사이에 새로운 단층이 생겼다”고 진단해 순탄치 않은 G7의 앞날을 예고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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