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칼'에 맞서다 쓰러진 시민들에 추모 물결

입력 2017. 5. 28. 16:56 수정 2017. 5. 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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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극우주의자의 위협에 맞서 무슬림 여성들을 지켜준 시민 두 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고 한 명이 다쳤다.

현지 경찰은 크리스천이 특히 젊은 여성 두 명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위협했다고 밝혔다.

이 중 흑인인 여성의 어머니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무슬림은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두 사람을 추모하는 움직임과 함께 이들의 이타적 행동에서 배워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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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포틀랜드 경전철에서 극우 인종주의자 난동
무슬림 여성들 보호하려다 2명 사망, 1명 부상
시민들 "영웅적 행동", 극단주의 흐름에 경종

[한겨레]

무슬림 여성들에게 난동을 부리는 극단주의자를 저지하다 목숨을 잃은 리키 존 베스트(왼쪽)와 탤리신 미르딘 냄카이 메시.

미국 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극우주의자의 위협에 맞서 무슬림 여성들을 지켜준 시민 두 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고 한 명이 다쳤다. 시민들은 인종적·종교적 혐오 정서 확대로 극단화하는 미국 사회에서 목숨을 버리면서 인류애라는 가치를 지켰다며 이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사건은 26일 오후 포틀랜드의 경전철 안에서 발생했다. 제러미 조지프 크리스천(35)이라는 백인 우월주의자가 승차하더니 여러 사람을 향해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혐오 발언을 하며 온갖 욕설을 해댔다. 현지 경찰은 크리스천이 특히 젊은 여성 두 명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위협했다고 밝혔다. 이 중 흑인인 여성의 어머니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무슬림은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흑인 여성의 친구는 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히잡을 쓰고 있었다.

크리스천은 이를 제지하고 나선 이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탤리신 미르딘 냄카이 메시(23)와 리키 존 베스트(53)가 숨졌다. 다른 20대 남성도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크리스천은 범행 후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크리스천은 강도와 납치 등을 저질러 투옥된 경험이 있다. 인종주의자들 집회에 성조기를 두른 채 참석하거나 나치식 경례를 하는 장면이 현지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무슬림들의 최대 축제인 라마단(금식월) 시작 전날 발생했다.

살인 혐의로 체포된 제러미 조지프 크리스천이 극우 집회에 참가했을 때 모습. 출처 뉴욕데일리뉴스

미국 사회에서는 두 사람을 추모하는 움직임과 함께 이들의 이타적 행동에서 배워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메시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컨설팅업체에서 일해왔다. 메시가 일하던 캐드머스그룹의 사장 이언 클라인은 “메시는 동료들이 그한테서 매일 봐온 훌륭한 인격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용감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며 “영웅적 행동”을 칭송했다. 메시의 동생은 “우리는 너무 친숙하고 너무 흔해진 선입견과 불관용의 균열이 낳은 무분별한 행위로 인해 그를 잃었다”고 밝혔다. 23년간 미군에서 복무한 뒤 전역해 시청 기술직 공무원으로 일해온 베스트는 아내와 10대 아이 넷이 있다. 직장 상사인 커린 퍼킨스는 “언제나 남을 돕는 데 가장 앞장선 사람”이라고 그를 묘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두 희생자의 가족을 돕기 위한 인터넷 모금 운동에 하루 만에 3만달러(3357만원)가 모였다고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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