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내놓은 갑질 대책, 무엇이 더 필요하나
신고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공정위 인력 부족 우려
"조정권과 조사권 다른 기관으로 확대해야"
가맹점주들 "필수 물품 투명성 확보 시급"
5년 넘게 피자 가맹점을 운영했던 권모(50) 씨는 “가맹본부는 도매가격으로 피자 재료를 공급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부는 동네 슈퍼마켓보다 비싼 가격이었다”고 말했다. 가맹본부는 한 달에 20만~30만원씩 내고 전단을 배포하라고도 했다. 매장 주변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단을 함부로 돌릴 수 없었지만 본사의 지시를 거부하면 관리자의 점검이 잦아졌다. 2~3일에 한 번씩 찾아왔고, 그만큼 권씨에게 불리한 점검 결과들이 쌓여갔다. 권씨는 결국 지난해 매장문을 닫고 지인의 식당 일을 도와주는 비정규직이 됐다.
공정위의 계획대로 보복 금지 조항이 마련되고 가맹본사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 향후 피해 신고나 조정 신청은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분쟁 조정권과 조사권을 가지고 있는 공정위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금도 직권조사까지 이어질 경우 사건 처리에 2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보니 공정위의 조정권과 조사권을 지자체 등 다른 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복 금지ㆍ가맹사업자 단체 신고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중소기업청의 승격인데 이것이 실현된다면 중소기업청의 지방청ㆍ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역본부ㆍ소상공인센터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부’에 조정권과 조사권을 부여해 접근성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필수 물품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필수 물품은 가맹점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맹점이 반드시 가맹본부를 통해 구입해야 하는 물품을 말한다. 문제는 가맹점이 시중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물품까지 가맹본부가 필수 물품으로 지정하고 과도한 마진(이익)을 챙기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해외 대형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매출에 대해 정해진 비율만큼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가맹점을 운영한다. 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매출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필수 물품 납품 등을 통해 본사가 마진을 챙긴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필수 물품을 지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어떤 명목으로 얼마만큼 본사가 마진을 챙기는 지 알 수 없다”며 “필수 물품으로 지정한 사유와 공급 과정에서 가맹 본부나 계열사가 어느 정도 수익을 얻는 지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에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약한 지 10년 내에만 가맹점주가 본사에 계약을 갱신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가맹사업법 13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맹본사가 이를 근거로 10년이 지나면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해 가맹점주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반면 가맹본부들은 쏟아지는 정책 속에서 본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여인국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회장은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본사 입장에서도 불공정 거래를 없애야 한다”며 “정부와 가맹본부, 가맹점이 모여서 보복 금지의 범위, 가맹사업자 단체 신고제의 의미와 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갑질 대책의 관건은 정부가 제재만으로 관련 사업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맹사업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불공정 거래 같은 부작용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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