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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마크 저커버그, 문재인 대통령 만나서 망 사용료 문제 언급할까?

김지현 2017. 5. 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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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문 대통령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고 싶다”

지난 19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청와대로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인사와 함께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전 저커버그의 메일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만나서 이 시대의 온라인 소통에 대해, 이 세계의 사람들과 어떻게 더욱 효과적으로 소통할 것인지 생각을 나누고 싶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저커버그가 문 대통령을 만나려는 것이 최근 불거진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충돌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도 저커버그가 내한할 경우 ‘4차 산업혁명’ 등과 같은 주요 이슈뿐만 아니라 망 중립성 문제가 재점화될 것이라 말한다. 즉 SK브로드밴드의 문제가 언급될 것이라는 것.

실제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영역 확장을 위해 직접 대통령·총리 등을 만나 소통해 왔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페이스북이 중국에서도 연결될 수 있도록 공을 들인 바 있다.

◆페이스북 VS SK브로드밴드 충돌

지난해 12월 인터넷 통신사업업체 SK브로드밴드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이 갑자기 느려졌다. SK브로드밴드 사용자들은 “페이지가 뜨는 데만 5분 이상 걸린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페이스북의 무상 캐시서버(해외가 아닌 국내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구축을 거절한 게 접속지연의 원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페이스북은 KT로부터 캐시서버를 임대해 사용 중이다. 페이스북은 세계 각국에 있는 데이터센터로부터 이 캐시서버까지 KT의 국제망을 통해 데이터를 이동시키고 이에 따른 망 사용료를 KT에 지불하고 있다.

현행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에 따르면 KT망 내에 있는 페이스북의 캐시서버에서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가 데이터를 가져가면 상호접속에 따른 데이터 접속료가 발생해 KT에 사용료를 정산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는 이 비용을 페이스북이 부담토록 요구했으나 페이스북은 "통신사간 망사용에 관한 것이므로 콘텐츠업체가 이를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 이어 페이스북도 SK브로드밴드에도 캐시서버 구축을 요구했지만 SK브로드밴드는 거절했다.

이후 SK브로드밴드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이 느려졌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2일 실태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해외 사업자는 망 사용료가 무료?

이는 비단 페이스북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1년 국내 통신3사는 사용자 확보를 명목으로 유튜브 전용 서버를 설치했고, 동영상이라는 서비스 특성상 많은 양의 트래픽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는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로 망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통신3사를 대상으로 망 사용료를 지불한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등 동영상 서비스 기업들의 경우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원까지 매년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망 비용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유튜브는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 사업 등의 영역 확장을 가속화 했지만 트래픽 양에 따라 통신사에 망 비용을 내야하는 국내 기업들은 트래픽 부담이 큰 고화질 서비스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 이는 결국 유튜브가 상대적으로 좋은 품질의 영상을 제공하게 만들었고, 사용자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시장 조사 업체 DMC미디어가 국내 이용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모바일로 동영상을 볼 때 주로 쓰는 서비스로 유튜브로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42.8%에 달했다. 이어 ▲네이버TV 15.4%, ▲페이스북 9.1%, ▲옥수수 8%, ▲카카오TV 4.6%, ▲티빙 3.7%가 뒤를 이었다.

온라인 동영상 광고시장에서 역시 해외 사업자 쏠림 현상은 뚜렷하다. 지난 2월 광고업계와 메조미디어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영상 광고시장에서 유튜브는 1168억6200만원의 광고 수익을 거뒀고, 페이스북은 1015억83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네이버는 456억1100만, 다음은 340억600만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망 중립성’ 문제 풀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망 중립성 강화’를 주장했다. 당시 “네트워크 접속은 국민 기본권이자, 융합·초연결 시대의 핵심”이라며 “누구나 자유롭게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등 기본권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망 중립성을 강화해 콘텐츠 사업자 등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게끔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직 미래부는 페이스북·SK브로드밴드 사이의 충돌과 같은 사안과 관련해 법규나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개입할 의사가 없으며 사업자들 간의 협의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에 대한 실태 조사 및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의 외국 기업들에게 내린 특혜를 봤을 때 형식적인 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국내 사업자들의 발목만 잡는 규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회피하거나 해외 사업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 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 동영상 시장이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지현·안승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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