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점' 서기자의 살과의 전쟁] (14회) 희망의 증거를 찾아서

서필웅 2017. 5. 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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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점’으로 시작했던 ‘살과의 전쟁’. 이번 주 헬스클럽에서 잰 체지방지수가 드디어 70점을 돌파했다. 이제 내 점수는 72점이다! 솔직히 뿌듯하다. 이번 다이어트를 평가하는 나만의 지표로 체지방계의 신체점수를 선택했는데 매번 60점대에서 맴도니 내심 속상했던 것. 적어도 70점은 넘어야 ‘평균’ 정도는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3개월 만에 힘겹게 오른 70점대 고지에 더 힘이 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 점수가 또 하나의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불안과의 싸움이다. 운동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항상 불안하다. ‘이 운동이 효과가 있을까’, ‘혹시 이거 먹고 살찌면 어쩌지’ 등등. 특히, 버티고 버티며 2~3달 정도 다이어트 상태를 유지했을 때가 가장 불안에 휩쓸릴 시기다. 더 이상 다이어트 초기처럼 체중계 숫자가 쑥쑥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해도 오히려 체중이 늘기도 한다. 그래서 다이어트 초창기엔 몸무게 줄어드는 재미에 매일 재던 체중도 이 때쯤엔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나 역시 과거 다이어트를 시도했을 때 이 타이밍에 몇 번의 실패를 경험했었다. 사실 ‘요요’란 별개 아니다. ‘좌절’의 다른 이름일 뿐. 다이어트에는 늘 희망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 ‘살과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처음처럼 몸무게가 쑥쑥 빠지지도 않는다. 일주일씩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까지 병행해야 1kg이 겨우 빠진다. 3개월 차가 접어드니 이렇게 요지부동인 체중계 저울 숫자가 적응이 됐다. 느려진 페이스에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다른 것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여러 희망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코치가 해준 조언이 큰 힘이 됐다. “다이어트를 할 때 체중계 저울 숫자에 너무 얽매이면 안 돼요. 언젠가는 정체기가 오거든요. 하지만, 체중계 숫자 말고도 다이어트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는 너무 많아요.”


솔직히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공감이 잘 안 됐다. 하지만, 지금은 가슴에 딱 와닿는 말로 변했다. 내 스스로 ‘증거’를 수없이 찾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가깝게 와닿는 증거가 외모의 변화다. 허리띠 구멍은 쑥쑥 줄어든다. 예전엔 꽉 끼던 티셔츠가 헐렁해지기 시작한다. “턱선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아내가 말해준다. 이제 새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도 슬슬 들기 시작한다.

운동할 때도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처음엔 5㎏짜리 아령만 들어도 뒤뚱거리던 내 몸이 이제 수십킬로그램 아령도 거뜬히 들 수 있게 됐다. 20개 이상 런지를 해도 뒤뚱거리지 않는다. 더 정확한 자세로 데드리프트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강한 자극에도 버틸 수 있는 건강한 몸이 됐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보다 더 증거를 많이 찾을 수 있는 곳은 ‘생활’ 그 자체다.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내가 건강해졌다는 것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날 때 침대에 누워 천장만 멀뚱멀뚱 바라보지 않게 됐다. 몸이 무거운 탓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힘겨웠던 그런 시기는 오래전에 지났다. 눈앞에 계단을 보며 근처에 엘리베이터가 있나 찾지도 않게 됐다. 한두 층 정도는 계단을 이용해도 더 이상 숨이 차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한번에 벌떡 일어나고, 1~2층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거 아닌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작은 일들이 사실 살찐 사람들에게는 진짜 큰 ‘변화의 증거’다. 이제야 내 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 과정에서 코치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던 것이 있다. “결국, 다이어트는 우리 몸의 시스템을 정상 가동하는 과정”이라는 것. 살을 뺀다고 생각하지 말고 몸속 지방에 눌려있던 몸속 장기와 호르몬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체중계에 찍힌 몇백 그램의 체중계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이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지금 ‘살과의 전쟁’은 여전히 순항중이다. 게다가 70점도 돌파하지 않았던가. 여러 희망을 보며 다이어트는 4개월 차를 향해 간다. 80점대를 향하여.

그럼 조금 더 날씬해진 몸으로 다음주에 뵙기를 바라며.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윤현용 트레이너의 다이어트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라고만 생각을 합니다. 지나치게 이 부분에만 집착해 운동과 식이요법의 초점을 칼로리를 소모하고 체지방을 태우는 데에만 맞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살을 뺀다는 것은 다이어트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 뿐입니다. 다이어트의 진짜 의미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우리 몸의 시스템을 정상가동하는 것입니다.

몸속 시스템이 정상가동되면 망가졌던 호르몬의 기능과 여러 내장기관의 움직임이 개선이 되면서 이전보다 적은 활동량에도 에너지대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활발해진 에너지대사로 인해 섭취하는 음식들은 더 적절하게 에너지원으로 사용됩니다. 마치 녹슬어 멈추었던 기계가 다시 돌아가듯 ‘신진대사’가 다시 원활하게 진행됩니다. 다이어트는 녹슨 기계에 다시 기름칠을 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일단 몸속 시스템이 정상화되면 다이어트 실패의 가능성도 크게 줄어듭니다. 일단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신체에서는 잠시 운동을 소홀하거나 한 번의 과식을 했다고 곧바로 요요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상태의 신체는 지속해서 에너지 대사를 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 속에서 조금씩 체지방을 감소시키기도 합니다. 

윤현용(센터원 웰니스 휘트니스센터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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