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나리오라면 2014년 LG의 길을 따르는 것이다.

LG는 그해 김기태 감독이 급작스럽게 사퇴하며 대행 체제로 16경기를 치른 뒤 5월13일부터 양상문 감독을 새로 선임해 잔여시즌을 무난히 보냈다. 마운드를 재정비한 끝에 포스트시즌에도 오르는 반전도 맛봤다.

그러나 한화의 새 감독 선임 작업은 그해의 LG 과정보다 훨씬 복잡하다.

당시 LG는 위기를 수습하고 기나긴 잔여 시즌을 끌어갈 경험 있는 지도자가 필요했다. 적잖은 세월 투수코치로 이력을 쌓은 데다 롯데 감독까지 지낸 양 감독은 ‘적임자’로 보기에 무리가 없었다.

응급 처방을 해줄 감독이 필요하다는 데서는 그때의 LG와 지금의 한화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당시 LG는 ‘감독 성향’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놓지 않고, 상식선에서 ‘새 인물’을 찾은 반면, 지금의 한화는 새 감독 선임에 있어 ‘충족 요건’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양 감독 역시 취임과 함께 자신의 소신을 과감히 나타내며 지휘봉을 잡았다.

한화는 2군 선수의 추가 훈련 문제로 김성근 전 감독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직간적접으로 구단의 방향점을 매우 선명히 밝혔다. 여기에 박종훈 단장의 해명 또는 설명으로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덧붙이기도 했다. ‘뉴 챌린지’와 ‘비전’ 등 각종 표현으로 구단이 갖고 있는 가치를 드러내며 어떤 사령탑이 오더라도 지켜야할 영역에 대한 선을 그어놨다.

한화의 새 감독 선임 작업 딜레마는 바로 이 대목에서 따른다.

상황론으로는, 시즌 초반 감독이 떠난 사태를 수습할 경험 있고 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육성에 강하고 우승 경험이 있는 조범현 전 kt 감독과 투수 육성에 능하고 우승 이력이 있는 선동열 전 KIA 감독 등 중량급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만한 후보들은, 현재 전방위적으로 구단의 영역을 높이려는 방침을 감안하면 선뜻 잡을 수 있을까, 의문이 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구단의 방향점을 새옷 삼아 입힐 가벼운 이름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 출신 레전드라는 명분을 배경으로, 영입 가능한 인물들이 두루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송진우·정민철 등 방송 해설위원 그룹과 다른 구단 코칭스태프에 포함돼있는 한용덕·장종훈 등 있다. 팀내에는 지금 감독 대행을 맡고 있는 이상군과 팀내의 이정훈 등이 레전드 그룹에 있다.

여기에 한화는 제3의 참신한 인물도 후보 그룹에 넣을 수 있지만, 인물 찾기는 물론 추진이 쉽지는 않다. 오프 시즌 새 감독을 찾는 만큼 과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는 구단 차원에서 ‘한화가 찾는 인재상’을 직간접적으로 너무 많이 밝혀놓았다. 영입 가능할 것으로 볼 만한 대상도 스스로 좁혀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