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21세기의 홍위병 '샤오펀홍'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2017. 5.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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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펀홍이 홍위병보다 더 무서운 이유 한 가지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최근 온라인상에서 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이 ‘샤오펀홍(小粉紅)’이다. 샤오펀홍은 애국심으로 무장한 중국의 젊은 층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ProudofChina’란 해시태그를 달고 인터넷을 누비며 정부 정책을 적극 옹호하는 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비판적 의견에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중국에 대한 비판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마치 60년대 홍위병의 환생을 보는 듯하다.

마오쩌둥은 50년대 대약진운동이 참담한 실패로 돌아가자 1959년 류샤오치(劉少奇)에게 국가주석 자리를 물려주고 이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마오는 공산중국의 아버지다. 국민들에게는 아직도 신적인 존재였다. 마오는 잃은 권력을 회복하기 위해 학생들이 중심이 된 홍위병 조직을 동원한다.

마오는 ‘조반유리(造反有理,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이유가 있다)’라며 반란을 부추기며 류사오치가 주석으로 있는 “사령부를 공격하라”고 명령함으로써 문화혁명에 시동을 걸었다. 홍위병은 마오가 이뤄놓은 홍(紅)색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병(衛兵)이라는 뜻이다.

홍위병들이 마오쩌둥 어록인 홍서를 들어 보이며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 - 바이두 갈무리

홍위병들의 최대 표적은 국가주석 류샤오치였다. 그는 이른바 ‘주자파(자본주의 노선을 따르는 실권파) 1호’였다. 명색이 국가주석이 홍위병들에게 구타와 고문을 당해야 했다. 류샤오치는 얼마 후 그 후유증으로 숨졌다.

이후 중국은 홍위병들의 세상이 된다. 광란의 10년이었다. 마오는 류샤오치 등 주자파를 몰락시키는 데 성공하고,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하자 “그대들은 나를 실망시켰다”며 홍위병들을 진압해 나갔다. 홍위병들은 마오의 지지 철회로 사라져갔다. 홍위병들은 인민해방군에 입대하거나 농촌으로 하방 당했다. 홍위병들은 자생조직이 아닌 관제조직이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졌다.

홍위병들의 맹목적인 마오쩌둥 추종과 샤오펀홍의 맹목적인 애국심 추구가 닮아 있다. 젊은 층이 주도하는 공통점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 샤오펀홍은 자발적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은 ‘우마오당(五毛黨, 댓글 하나에 0.5위안 즉 5마오를 지급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 온라인 댓글부대를 이미 거느리고 있다. 따로 다른 댓글부대를 만들 필요가 없다. 따라서 샤오펀홍은 자생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처음 모인 곳이 ‘진장원쉐청(晋江文学城)’이라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문학 사이트로, 여성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시작됐다. 현재 1600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93%가 여성이다. 이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가 ‘펀홍(紛紅)’색이다. 펀홍에 ‘샤오(小)’를 붙였다. 샤오는 중국에서 애칭이다. 영어의 ‘dear’ 쯤에 해당한다.

진장원쉐청 홈피 갈무리

이들의 나이는 대부분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다. 즉 90년대 생들이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해가 1978년이다. 이들은 개혁개방의 과실을 따먹고 자란 첫 번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조국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조직은 관변조직이 아닌 자생조직이라는 점이다. 홍위병처럼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홍위병보다 더욱 무서운 점이다.

중국인들은 조국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중국은 공산권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번영을 누리고 있다. 더욱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됐다. 더 나아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한국인이 보기에도 개혁개방 이후 중국 공산당의 성취는 정말 눈부시다.

그러나 중국 역사를 보자. 중국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이를 고치려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 위인의 반열에 올랐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현대 중국인들이 그토록 존경하는 공산중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그렇지 않은가! 비판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 그 사회는 죽은 사회다.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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