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0:1 경쟁률 뚫었는데.." 금융권 정규직 전환 설왕설래

전준우 기자 2017. 5. 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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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금융권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근로자의 처우가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직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 근로자의 66.3% 수준이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문제는 반겨야 마땅하지만, 앞으로 승진 적체 현상이 심해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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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처우 개선" 긍정적이지만 달갑지 않은 속사정도
경쟁 과열·업무 과중·증권가 계약직 고액 연봉 등 논란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금융권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근로자의 처우가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직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 근로자의 66.3% 수준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규직 전환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은 이유도 속속 포착된다.

#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 305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테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현재 직원들을 면담하고 있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승진을 앞둔 A 과장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소식이 반갑지 않다. 100:1의 경쟁률을 겨우 뚫고 어렵사리 입사했는데 무기계약직이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경쟁자가 대거 늘어난다.

은행 승진시험을 통과하는 직원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그만큼 승진할 자리가 나지 않아 대기자도 수두룩하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문제는 반겨야 마땅하지만, 앞으로 승진 적체 현상이 심해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이미 은행 창구 직원(텔러)의 정규직 전환을 끝낸 시중은행을 봐도 정규직의 희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2007년 우리은행이 사내 비정규직 3100명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1년간 정규직 임금을 동결해 고통을 분담했다.

# 씨티은행에서 근무하는 워킹맘 B씨는 무기계약직으로 정규직보다 월급은 적지만, 저녁 있는 삶을 보장받아 만족한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지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일을 할 수 있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내심 걱정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강도 높은 업무를 요구하지 않아 오후 6시면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었는데 정규직이 되면 달라진다. 야근도 많고, 따야 할 자격증도 많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일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육아가 걱정이다.

씨티은행은 안 그래도 지점 통폐합으로 뒤숭숭하다. 무기계약직 3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고 하지만 이 명분으로 콜센터에 배치할 게 뻔하다. 은행원이 전화로 상담을 해주는 업무를 맡으면 파견직 콜센터 직원들의 일자리는 줄고, 또 다른 일자리 밀어내기일 뿐이다.

# "스스로 선택한 계약직이어서 정규직 전환은 바라지 않습니다." 증권사 헤지펀드 매니저 C씨는 과장 때 스스로 계약직의 길을 택했다. 증권사에서는 정규직 바람이 불까 오히려 겁난다.

증권사에서 잘나가는 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은 몸값을 올리고, 이직도 자유롭다. '짧고 굵게'가 증권가의 생존 방법이다.

상품에 따라 운용하는 금액 중 수익 일부를 가져간다. 운용 규모가 크고 수익이 높으면 성과에 따라 보수가 달라진다. 연봉 10억원이 넘는 것도 모두 계약직 증권사 직원들이다.

더 높은 연봉을 준다는 회사가 있으면 몸값을 높여 이직하면 그만이다. 정년을 보장해주고, 안정적인 임금 체계를 갖춘 정규직은 오히려 증권업계 특성상 맞지 않는다.

메리츠증권 내 계약직 비중은 전체의 55%(지난 3월 말 기준)로 절반이 넘는다. 고정 급여를 낮추고, 인센티브 비중을 높이니 오히려 생산성이 올라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junoo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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