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물가 너무해④]"반찬 사기도 힘든데..길거리 음식은 왜 이리 비싼지"

정은지 기자 2017. 5. 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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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거리 가격 급등, 군것질도 부담스러울 정도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시민들이 도시락뷔페 '고루고루'를 이용해 떡볶이를 구입하고 있다. 2016.9.9/뉴스1 © News1 허예슬 인턴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2000원짜리 계란빵, 실화인가요?"

혼란한 시기를 틈타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식탁을 책임지는 농수축산물과 쉽게 즐길 수 있었던 길거리 음식 가격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소재 전통시장에는 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육류나 야채류를 제외하고도 떡볶이를 비롯한 분식류, 닭강정, 생과자 등을 파는 상점들이 곳곳에 있어 맛있는 음식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서민 애용 전통시장 물가도 '훌쩍', "반찬 사기도 부담"

그럼에도 장을 보러온 주민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는 분위기다. 반찬거리는 물론 군것질거리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다.

시장에서 만난 이씨는 "옛날에는 전통시장에 나오면 반찬거리도 사고 군것질도 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지금은 반찬거리만 사기에도 지갑 형편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최씨는 "집 주변에 있기 때문에 자주 장을 보러 나온다"며 "가끔 애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나 튀김류를 사는데 넉넉히 사면 이 역시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4월 373개 판매점의 주요 생필품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징어 2마리(국내산, 25cm 내외) 가격은 663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3% 급등했다. 오징어는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 품목 가운데 가장 높게 오른 품목이다.

2위는 당근(100g, 국내산, 무세척 흙당근)이다. 4월 가격은 434원으로 49.1% 치솟았고 달걀(1개)이 33.4%, 돼지고기(100g, 삼겹살, 국산, 내장용)가 25.5% 올랐다. 4월 오징어와 갈치(22.1%)가 크게 오른 이유는 어획량이 급감한 탓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도 심상치 않다. 3월 가격 조사에서 전년동기 대비 10.7% 오른 2084원으로 등락률 1위를 기록했다. 닭고기(100g)도 3월(4.9%), 4월(5.6%) 연이어 올라 947원에 이르렀다.

반찬거리가 이처럼 오른 것도 모자라 간식거리 가격도 만만치 않아 전통시장을 찾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이 시장에서 판매되는 튀김류는 최소 개당 500원이다. 한 상인은 "일반 튀김은 1000원에 2개, 오징어 튀김은 2000원에 3개"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분식점의 경우 튀김 하나 당 1000원대에 판매되는 것도 있었다.

한 20대 여성은 "예전에는 떡볶이와 튀김 등을 같이 사먹을 때가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 튀김은 비싸다고 느껴져 꺼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동네 떡볶이 집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튀김 1000원치를 사면 3개를 줬는데 어느 순간 2개로 바뀌더라"고 덧붙였다.

3개에 1000원에 팔던 튀김이 2개에 1000원으로 바뀌면 가격 인상률은 30% 정도에 달하는 셈이다.

인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정 씨는 "퇴근 후 집에가는 길에 간단하게 한 끼를 떼울 음식들을 사서 가능경우가 많다"며 "길거리 포장마차나 소형 점포에서 판매하는 군것질거리 조금만 사도 5000원을 훌쩍 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액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지갑을 열게되는 것이 길거리 군것질이지만 더이상 '궁금해서' 사먹기는 힘든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유명 거리, "길거리 간식 2000원짜리도 찾기 힘들어"

서울 주요 유명 거리의 길거리 음식 가격도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만원짜리 한 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들도 있다.

대전 출신의 20대 오씨는 지난 주말 서울에 놀러왔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홍대를 갔다"며 "골목 한켠에 여러 간식들을 파는 거리가 있어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작은 포장마차 형태의 계란빵이 보이길래 물어봤더니 개당 2000원이나 하더라"며 "그나마 2000원짜리 군것질거리는 싼 편에 속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뮤지컬 등 소극장 공연을 관람하려는 젊은이들로 붐비는 대학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유명 닭꼬치는 최근 재료값 인상으로 '당분간' 500원을 올려받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서서 먹어야 하는 닭꼬치 가격이 3500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매우 놀랐다"며 "먹긴 먹었지만 다음부터는 이 돈을 내고 먹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연을 보러 자주 대학로를 찾는다는 박씨는 "예전에는 음료나 떡볶이, 꼬치, 크레페 등 음식을 가끔 사먹었지만 오히려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하는게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명동의 경우 비싼 물가가 더욱 더 와닿는다. 타코, 만두, 전복구이, 랍스터구이 등 새로운 메뉴들이 많지만 가격은 단순히 비싼 수준을 넘었다.

실제 명동에서는 호떡이 하나에 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유명하다는 랍스터구이는 1만5000원에 판매됐다. 쉽게 지갑을 열 수 없는 가격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아무리 외국인이 많다고 하더라도 길거리 음식 치고는 너무 비싼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처럼 군것질 가격이 오르자 오히려 1000원대 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핫도그나 가성비 높은 빵류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길게 줄을 선 핫도그집에 있던 한 여성은 "싼 가격에 맛도 있어 줄을 서서 먹을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1000원대에 먹을만한게 많이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ej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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