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효과'에 올 경제성장률 3%대 회복할까..곳곳 지뢰밭

강세훈 입력 2017. 5.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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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기대감에 소비자심리지수 3년만에 최고치…소비 확산 기대감↑
이주열 "경기회복세 4월 전망(2.6%) 때보다 강해"…성장률 상향 시사
해외 경기 회복에 추경 효과 겹쳐 올해 성장률 3%대 초반 전망도
美 금리인상·연준 자산 축소 논의·FTA 재협상 가능성 등 변수 산적
반면 고용부담 기업들 투자축소 가능성…반도체 장비 수입액 줄어
"전세계 인플레이션 사이클 후퇴 중"…작년보다 낮은 2.7% 전망도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달 3년 만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올린데 이어 최근 다시 이를 상향 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최근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회복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관론이 팽배했던 지난 1월과는 전혀 딴 판이다. 당시 한은은 올 성장률 전망을 2.8%에서 2.5%로 대폭 낮췄다.

4개월만에 이같은 극적 전환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성장률을 올린다면 얼마나 더 올릴까. 이런 질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 효과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상황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을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여러가지 경제지표의 움직임을 봤을 때 7월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4월 2.6%)보다는 상향 조정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빠른 성장세의 주된 요인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확산된 데 따른 수출 호조"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라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수출 호조세가 나타났고, 기업실적 개선과 함께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암울한 분위기였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경제심리 회복이 지연됐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타격까지 겹치면서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8%에서 2.5%로 대폭 낮췄었다.

하지만 지난 4월 한은은 경제전망에서 대외 경제 여건이 좋아진데다 정치 불확실성이 제거 되면서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6%로 상향했다. 지난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한은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했던 2.6%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7월 있을 수정 경제전망 발표 때 추가로 성장률을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소비 증가세는 여전히 미흡했지만 세계경제 회복세가 확대되는 움직임 속에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경제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9%로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기계 및 장비 등이 늘면서 전기 대비 1.9% 증가했다. 2015년 4분기(2.1%)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이 투자와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 것이 내수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 내수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심리 지표가 큰 폭으로 올라 본격적인 경기 개선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 26일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108.0포인트로 나타나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5월 소비자심리지수 상승폭 6.8포인트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8월 이후 약 8년만에 최대폭이다.

또 소비자심리지수 구성 요소 가운데 향후경기전망지수(6개월 뒤 경기 전망)도 전월 대비 22포인트나 상승해 가계의 경제상황 인식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선물 김진평 연구원은 "수출과 투자의 개선과 함께 소비심리 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회복할 지로 이동하고 있다. 작년에 기록한 2.8%를 넘어설 지, 더 나아가 3%대를 회복할 지가 관건이다.

유안타증권 유원일 연구원은 "소비의 확대 가능성을 조금만 더 고려한다면 올해 한국경제는 시장에서 전망하는 수준보다 더 빠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린 주요 배경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타격 우려였던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사드 보복 피해(성장률 -0.2%)가 회복되면 일단 그 정도의 추가 성장은 어렵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오는 6월 임시 국회에서 다뤄질 추가경정 예산에 따른 재정 지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박희찬 연구원은 "수출 회복, 기업이익 증가와 함께 지난 5년여간 억눌렸던 설비투자 회복세가 완연해 경기 회복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며 "하반기 경제 성장세가 3% 내외의 성장률 복원이 가능해 보이고, 올해 연간 성장률은 2.9%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프투자증권 김유겸 연구원은 "추가 경정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 집행된다는 것을 전제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의 2.8%를 넘어 3%대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외 경기가 빠르지는 않아도 천천히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추경 효과가 겹쳐지면 3% 초반대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빠른 경제 회복세를 낙관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1월에 비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마침 반도체가 호황을 맞으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1월에 2.8%에서 2.5%로 경제성장율을 낮추며 과하게 제시했던 비관론은 한국은행 스스로가 만들어냈던 것으로, 지금은 그 비관론을 다시 주워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당장 다음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데다 연준의 자산 축소 가능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따른 통상 압박, 중국과의 외교 문제 등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요인이 곳곳에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연구원은 "미 연준의 통화 정책은 하반기 글로벌 경기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학습효과가 생긴 금리인상 문제 보다는 연준의 자산 축소 논의는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지난 25일 간담회에서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경우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영향 줄 수 있다"며 "보유자산 축소로 시중 유동성 감소를 통해 장기 금리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미국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상당한 부담 줄 것이고 신흥국 입장에서 보면 내외금리차 축소로 자금유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케이프투자증권 김유겸 연구원은 "하반기에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는 주요 국가가 긴축을 강화하거나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국내 경기 회복세를 이끌고 있는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김두언 연구원은 "한미 간의 FTA 재협상 문제로 통상 압박을 느끼면서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과의 통상 압박이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안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업종의 설비 투자가 줄기 시작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특히 정부 주도의 강력한 고용 정책은 기업 입장에선 수익 압박으로 나타나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5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선행지표인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은 3월(151.3%)에서 4월(60.1%)로 줄어 향후 설비투자 증가폭이 축소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두언 연구원은 "정부 주도 고용 정책 하에 기업이 고용도 늘리면서 투자도 늘려야 하는데 과연 투자 사이클이 계속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전세계 인플레이션 사이클이 후퇴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실적 기대가 더 강해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두언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 회복을 견인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2%로 하락했고, 중국 생산자물가도 지난 2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며 인플레이션 지표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 성장률 2.8% 보다는 조금 낮은 2.7%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계속 상승세를 보이기보다는 하반기부터 회복의 힘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 경제의 생산성이 별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성장 주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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