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부산 배산 여대생 살해범, 소름돋는 반전(종합)

뉴스엔 2017. 5. 2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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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배산 여대생 피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5월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 '아침의 살인자' 편을 선보였다.

고(故) 김선희 씨는 지난 2001년 2월 4일 부산 연산동 배산 중턱 등산로 인근 수풀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당일 아침 용왕제에 가기 위해 어머니가 집을 비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이 밝아왔다. 잠시 후 동생 김영진씨가 잠에서 깨어났지만 누나 김선희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책상에는 휴대전화도 그대로 있었다. 그날 오후 집 가까운 곳에서 예사롭지 않은 일을 겪은 주민이 있었다.

최초 목격자는 "항상 강아지를 데리고 아파트 뒤로 해서 올라가는데 그날은 '다롱아. 샛길로 가볼까' 했다"며 강아지를 찾느라 올라갔던 길에서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내가 그 사람을 안 봤으면 한달이고 두 달이고 그 시체 발견 못했을거다. 높지 않지만 사람이 가는 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 현장 영상을 보면 감식반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감식 결과 목과 복부를 칼에 찔려 사망했다. 복부는 간과 대동맥을 관통할 정도로 깊게 찔렸고 저혈량성 쇼크사했다.

김영진 씨는 "당시 뉴스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고 나왔다. 그래서 엄마한테 '혹시 누나 신발 뭐 신고 갔나 봐봐' 했더니 구두 같이 생긴게 없다고 해서 아닌가 보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견된 시신은 고 김선희 씨였다.

그녀는 왜 구두를 신고 산에 올랐을까. 더 이상했던 것은 그녀의 옷차림이었다. 잠옷 대용으로 입는 헐렁한 티와 무릎에 구멍이 난 바지 위에 검은색 코트를 걸친 채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섰다. 일요일 아침, 20대 여대생이 잠옷 차림으로 산에 올랐다 변을 당한 이유는 대체 뭘까.

당시 감식담당이었던 정연욱 형사는 "상처가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산 중턱에서 누군가와 실랑이를 했었다면 방어흔이 남았을테지만 시신은 믿기 힘들만큼 깨끗했다. 찰과상도 없었고 성폭행 흔적도 없었다. 의아한 것은 목 부위 혈흔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호 교수는 "목을 찔리면 굉장히 벌어져야 한다. 칼이 들어왔다 나갔는데 칼을 잡지도 않았고 다툰 흔적도 없고 제압 당한 것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상태다"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당시 의경으로 근무했던 제보자는 시신 발견지에서 7m 떨어진 곳에서 칼을 발견했다. 그는 "땅에 묻었으면 찾기 힘들었을텐데 누가 떨어뜨린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흉기로 쓰인 과도에는 범인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고 시중에 널리 판매된 제품이었다.

배산 여대생 피살사건은 부산 내 최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세월이 흘러 팔순 노인이 된 지금까지도 어머니의 기억은 그날 아침을 맴돌고 있다. 어머니 최정자 씨는 "나만 있었으면 이렇게는...내가 없었기 때문에..그게 너무 억울하다"고 자책했다.

배산은 해발 300m도 채 되지 않는 동네 뒷산이지만 꽤 넓은 산이다. 선희 씨 집에서 사건 현장까지는 도보 15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지금까지도 당시 선희 씨가 배산을 혼자 올라갔는지, 누군가와 함께 올라갔는지, 아니면 사망한 상태에서 옮겨진 것인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알' 제작진은 배산 일대 사건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이웃 주민에 따르면 당시 김선희 씨 발견 장소는 딸기나무가 있던 곳으로 가시덤불 때문에 사람들이 잘 가지 않았던 곳이다.

학과대표를 맡았고 시를 좋아했다는 평범한 대학생 김선희 씨는 사건 전날까지도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었다. 사건 전날 오후 김선희 씨와 통화했던 동아리 친구는 "방학인데 모임이 있었다. 오랜만에 동아리 모임 있으니 한번 보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통화였고 이후 선희씨가 누군가와 연락했던 흔적은 없다. 문자를 주고 받은 기록도 없었다.

2001년 2월 4일 어머니는 오전 6시30분 이후 집을 나섰다. 남동생이 일어나 누나를 찾다 TV를 튼 시간은 오전 8시께였다. 김선희 씨는 오전 6시30분 이후부터 오전 8시 이전, 약 1시간 30분 사이 일어나 잠옷 차림에 코트만 걸친 채 집을 나간 것이다.

과거 사건 현장을 조사했던 형사는 "강도를 목적으로, 치정을 목적으로 거기서 새벽에 칼을 들 놈이 있겠냐. 거기서 고함만 지르면 새벽 운동 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쳐다볼건데.."라며 처음엔 자살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호 교수는 그러나 "주저흔이 전혀 없다. 자살을 시도할 때 한번에 못 찌르게 돼 있다. 그리고 자살이라면 경부를 형성한 다음에 치명상이 나중에 와야한다. 그러면 대게 치명상에 칼이 꽂혀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선희 씨 손에서는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다.

법의학자들은 고 김선희 씨의 심장이 뛰고 있을 때 복부 명치 아래 중앙을 깊이 찔렀고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녀의 심장이 멈출 무렵 목 부위를 찔러 피가 거의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체 어떤 원한이 있길래 이토록 참혹한 살인을 저질렀을까. 그러나 친구들은 "왜 피살을 당했을까. 다른 사람하고 원한 관계가 있는 애가 아닌데", "원한을 산다 그런 느낌이 전혀 아니다. 4년간 같이 있었어도 구설수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고 김선희 씨 사건 전 배산에서 한 여성이 한 남성에게 위협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윤모씨는 그날 이상한 남자가 산을 돌아다닌 다는 말을 들었지만 별 일 있을까 싶어 등산을 했다고. 미제팀장은 "칼을 옆구리에 대고 끌고 가려고 하는걸 여자가 반항하니까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차고. 여자가 도피하는 과정에서 굴러떨어져 전치 6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선희 씨 사건과 윤씨 사건은 공통점을 보이지만 범인의 특성은 전혀 달랐다.

칼자국을 자세히 살펴본 이호 교수는 "칼날이 들어왔다가 한번 베고 나간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칼에 찔리면 움직임이 있지만 선희씨의 상처는 움직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선희 씨 부검결과 약물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당시 담당 형사는 "솔잎과 신발에 묻어있는 흙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양이 너무 적어서 분석이 불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선희 씨가 산에 오르기는 한 것일까. 김선희 씨가 집을 나와 산으로 향하는 모습을 본 목격자도 없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집안에 있다가 김선희씨가 잠든 사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김선희씨와 함께 집에 있던 것은 중학교 3학년이었던 그녀의 남동생이었다. 당시 담당 형사는 "남동생도 수사를 좀 했다"고 밝혔다.

남동생 김영진 씨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경 교수는 "친족간 집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려면 범행동기가 오랫동안 존속해야 한다. 온가족이 짐작되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다"며 남동생이 범인이라면 더 복잡한 과정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바지에서 발견된 혈흔이 이상하다. 왼쪽으로 쓰러져 사망했지만 혈흔은 오른쪽에 묻어있다.

법의학자는 피해자 앞에 마주서 있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유성호 교수는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과정이라기 보다 정면으로 마주본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찔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야기에 집중했을 때 순식간에 찔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에게 배산 인근 주택가에 거주했다는 주민의 제보가 왔다. 제보자는 "사람이 슬프거나 화나서 지르는 고함과는 다른 소리를 들었다. 여성 목소리가 단말마로 탁 들렸다. 다른 소리는 안들렸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유족들은 김선희 씨의 전 남자친구 정인철(가명)을 의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5개월 가량 짧은 만남을 갖고 헤어졌고 이별 15여일 후 선희씨가 사망했다. 친구들에 따르면 김선희 씨와 남자친구는 학교 내 문학동아리 선후배로 만나 평범한 연애를 했지만 무슨 일인지 연말 해돋이 여행 후 두 사람은 이별했다.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선희 씨가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한 후 김선희 씨의 언니가 목격한게 있다고 한다. 김선희 씨 언니는 "내가 옆에서 폰을 살짝 봤는데 남자친구한테 문자가 온 것 같더라. '죽어도 후회를 안하느냐' 그런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꽤 오랫동안 정인철 씨를 설득해 만남을 가졌다.

정인철 씨는 "여자친구하고 만나는 것보다 친구들 만나서 게임하고 술마시는걸 좋아하는게 많다 보니 여자친구한테 소홀해 헤어진 원인이 된 것 같다"며 "솔직히 선희와 헤어지고 싶진 않더라. '꼭 우리가 헤어져야 되겠냐' 했더니 선희가 자기는 끝났다는 식으로 '안만났으면 좋겠다. 얼굴 보면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 내가 그때 눈물 흘리며 연락 안하겠다고 하고 연락 안했다"고 말했다.

정인철 씨는 김선희씨 사망 사건 무렵 형의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인철 씨 형은 "2월 3일 예물을 사러 갔었다. 막내도 옷과 구두를 샀다"고 회상했다. 가족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당시 담당 형사는 "가족들도 형사들이 만나서 확인을 했었다"고 말했다. 모든게 사실이라면 그의 범행은 물리적,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선희 남동생 김영진 씨는 "내가 한 10분만 일찍 일어났다면 나가는걸 혹시 봤을까. 내가 잠결에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잠결이라 기억 못하고 있는건가..그게 정말 미쳐버리겠는거다"며 최면을 통해서라도 혹시 모를 자신의 무의식 속 기억들을 꺼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차례 최면을 시도해본 결과 김영진 씨는 "자기 전에 누나한테 '내일 어디 가느냐'고 물어본다. 나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 집에 있는다고 했다. 집에 전화가 온 것 같다. 그냥 지금 이제 나간다"라고 어머니가 집을 나가던 당시를 묘사했다.

이어 "누가 똑똑거리는거 같은데 밖에서. 누나가 나가는거 같은데 추워요. 그 소리가 나고 추워요. 웅크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모든 범행에는 동기가 있지만 김선희 사건에는 별다른 동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시신에 새겨진 칼자국, 그 중 목에 있는 상처는 살인의 목적으로 찌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에 김영진 씨의 최면 속 기억에서 나타난 현관 문을 두드린 사람은 누구일까.

예쁜 외모 덕에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김선희 씨. 그녀를 좋아했던 사람들 중 집으로 찾아왔을 법한 사람은 없을까. 당시 김선희 씨를 좋아했던 학교 몇몇 학생들은 용의선상에 올라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 중 한 선배는 "여리고 착한 애였고 말도 못하는 애였는데 어느 순간 애가 갑자기 좀 많이 변했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배와 주고 받은 메일을 살펴보면 김선희 씨의 말투가 2000년 9월 이후 싸늘하게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선배는 "송곳으로 찔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성격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직설적으로 하더라"고 말했다. 얼마 후 김선희 씨는 살해 당했다.

박지선 교수는 "등산객들이 마주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혀 살인사건 범인으로 보이지 않는다거나. 이 사건을 보는데 있어서 전형적인 살인범의 이미지를 더올리는 것이 이 사건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면을 받은 남동생은 "밖에 온 사람이 여자인 거 같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가 떠올린 마지막 기억의 조각이었다.

김선희 씨 몸에 두개의 칼자국을 남기고 사라진 범인은 여성이었던 것일까. 영상분석 전문가 황민구 소장은 용의자의 신장을 150cm에서 160cm대 중반 정도로 예상했다. 여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박지선 교수는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 외에 공격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도 피해자에 대한 분노와 원한이 드러나지 않게 관리하고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 주변에서 지금까지도 이 사람이 범인일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SBS 캡처)

[뉴스엔 이민지 기자]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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