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1조를 읽을 때 발생하는 감격, 그 까닭은?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2017. 5. 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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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대통령에 대해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판단을 내렸고,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헌법에 기록된 문장을 읽으며 취임 선서를 했다.

그러므로 헌법 1조의 첫 문장은 비유컨대 '우리 대한국민이 대한민국의 왕이다!'라는 문장으로 해석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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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헌법 묵상, 제1조'
전임 대통령에 대해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판단을 내렸고,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헌법에 기록된 문장을 읽으며 취임 선서를 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헌법 제1조를 끊임없이 상기하며 공화국과 민주주의의 미래를 염려했다. 한동안 헌법은 그렇게 우리와 가까이 있었다.

놀라웠던 것은 ‘헌법’이 발화되는 그때, 말하는 이와 듣는 이에게 어떤 벅차오르는 느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격 또는 기쁨의 이유는 무엇인가?

'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 헌법 묵상, 제 1조' 저자 이국운은 헌법이 주어를 가진 문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헌법 자체의 주어가 헌법 1조의 문장에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말이 그러하듯 헌법 또한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고, 그 같은 발화구조 안에서 해석하자면, 헌법 문서는 ‘거대한 따옴표’ 안에 들어 있는 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헌법 전문에 나타나는 ‘우리 대한국민’이 서로에게 하는 말, 그것이 헌법이다.

책은 헌법 텍스트의 안과 밖을 오가며, 논리적·역사적 상상과 사유를 과감하게 전개하면서, 헌법이란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자유시민들의 공유된 말’임을 보여준다. 헌법을 이렇게 읽을 때 우리는 헌법 1조를 ‘국가의 국체 혹은 정체를 서술하고 국민주권론 혹은 주권재민의 원리를 설파하는 것’으로 무미건조하게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대한국민 사이에서 살아 생동하는 헌법을 경험할 수 있다.

부제 ‘헌법 묵상, 제1조’에서 보듯, 이 책은 헌법 1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두 문장에 담긴 우리 대한국민의 풍성한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서술했다.

2008년 초여름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헌법 1조를 노래하는 현장을 목격한 이후 저자는 대한민국 헌법의 첫 두 문장에 대하여 나름의 묵상을 거듭해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 대한국민의 자유에 대하여, 똘레랑스에 대하여, 헌정권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하여, 그리고 민주공화국이라는 프로젝트의 논리와 방향과 경험에 대하여, 어느 정도 묵상의 결과가 모였고, 이번 기회에 작은 책으로 묶을 수 있었다.

책 속으로

그러므로 헌법 1조의 첫 문장은 비유컨대 ‘우리 대한국민이 대한민국의 왕이다!’라는 문장으로 해석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 대한국민 가운데는 더 이상 왕이 없다!’는 문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렇게 읽을 때에만, 탈출-광야-똘레랑스를 잇는 자유의 순차적 누적이 오롯이 살아날 수 있다. 헌법 1조의 첫 문장은 우리 대한국민이 스스로를 주권자로 내세우는 주권자 선언이 아니라 우리 대한국민이 서로를 주권을 가진 신성한 몸으로 받아들이는 시민 선언이다. _62쪽

대중은 언제나 사랑을 노래할 뿐이며, 어쩌다 한 번, 아주 어쩌다 한 번 혁명을 노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리는 생각해왔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정사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민주공화국 프로젝트가 좌절될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각자의 처소를 떠나 스스로 광장에 모인 평범한 사람들은 각자의 사랑 노래들을 그대로 둔 채로 갑자기 혁명이 아니라 헌법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헌법을 노래하는 이 차원은 과연 어디서 돌출한 것인가? 그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_154쪽

이국운 지음 | 김영사 | 184쪽 | 10,000원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gre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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