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로저 무어, 그가 남긴 '레전드' 007 두 편

설미현 2017. 5. 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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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 & < 007 유어 아이즈 온리 >

[오마이뉴스설미현 기자]

ⓒ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지난 23일 제3대 007 제임스 본드를 맡아 열연했던 영국 배우 로저 무어가 세상을 떠났다. 1973년부터 1985년까지 12년 간 7편의 007 시리즈에서 연기했던 그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와 < 007 유어 아이즈 온리 >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보다 복잡해진 플롯의 주인공이었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사랑에 임하는 첩보원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 기사에서 그에게 인기와 명성을 가져다 주었던 두 편의 영화를 간단히 소개한다.

[하나] <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

ⓒ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1977년 단성사에서 개봉되어 '한국흥행 역사상 새 이정표'를 세웠던 <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는 개봉한 지 두 달 만에 관객 수가 '35만에 육박'했고, 넉 달 정도 장기 상영한 결과 54만의 관객을 동원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작품에서 본드가 적국의 스파이와 사랑에 빠진다는 플롯은 냉전 시대였던 그 당시로써 파격적인 구성이었기에 더욱 화제를 모았다. 아름다운 본드걸로 열연했던 바바라 바흐는 이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스타의 반열에 들어섰고, 이후 1981년 비틀즈 멤버인 링고 스타(리처드 스타키)와 결혼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제임스 본드가 자랑하는 최신식 무기로 수륙양용 자동차가 등장하여 시대를 앞서간 아이디어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는 현대 미국 대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덕 투어(Duck Tour) 버스의 원조가 아닐까 싶다. 이 수륙양용 관광버스는 시내 도로를 여기저기 다니다가 관광을 마칠 때가 되면 도심의 호수나 강에 배로 변신해서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제는 'The spy who loved me'로 정확히 번역하자면 '나를 사랑했던 스파이'가 맞고 그 사랑은 지금은 끝난 일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영화 제목으로 주는 운율을 고려하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훨씬 낫고 과거형에도 쓸 수 있는 표현이므로 한글 제목 선정도 아주 잘 되었다고 본다.

[둘] < 007 유어 아이스 온리 >

ⓒ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1981년 피카디리에서 '역사적 대개봉'을 했던 < 007 유어 아이스 온리 >는 무려 50만의 관객을 동원하여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시대가 열렸음을 화려하게 알렸다. '최대 스케일의 액션 러브'를 앞세운 영화답게, 역대 최강 미모라 회자한 본드걸 캐롤 부케와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의 러브 라인을 앞세워 흥행몰이를 했다.

당시 포스터가 상당히 선정적이어서 여성인권운동가들의 심기를 특히 불편하게 했는데, 최근 개봉해서 큰 인기를 얻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포스터가 이를 오마주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잔인한 여성 킬러의 다리 사이로 걸어가는 듯한 콜린 퍼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킹스맨' 역시 비밀 요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국 영화이니만큼 선배인 007 제임스 본드에 대한 오마주는 필수적 '매너'였다고 본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외친 '킹스맨'이니 말이다)

최신 기술로는 범죄자를 조회할 때 쓴 몽타주 작성 컴퓨터를 선보였다. 그 외에는 본드카의 자체 폭발이 눈길을 끄는데, 이는 영화 제목의 콘셉트에 부합하는 장치인 듯하다. 원제 'For your eyes only' 는 '오로지 눈으로만 (읽을 것), 다른 기록이나 근거를 남기지 말고 없애버릴 것' 정도로 해석되는 만큼, 지령을 받고 나면 알아서 증거물이 사라져야 하는 것은 필수이다. 이는 이후 첩보 영화에서 끊임없이 재양산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의 경우 미션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본부에서 보낸 자체 폭발부터 피해야 할 정도이다)

맺으며

ⓒ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이상 로저 무어가 열연한 두 편의 007 명작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았다. 두 영화는 부모님이 비디오에 영화 테이프를 걸어놓고, "어서 들어가서 자라"든지 "넌 들어가서 공부해"라고 했던 부류의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다. 공부하던 밤은 부엌에 물 먹으러 갈 핑계를 대고서 거실 쪽을 기웃거렸는데, 뭔가 많이 부서지는 액션과 화려한 영상들, 그리고 멜랑꼴리한 음악들이 늘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중에 다 크고 나면 실컷 보리라 생각했지만, 정작 성인이 된 후에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연기하는 007을 신나게 보게 됐다.

배우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은퇴하면서 007시리즈는 계속 변화해 왔지만, 그래도 우리가 아끼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세대를 넘어 건재하고 또 진화해 왔다. 그 멋진 배우들의 한 사람이었던 배우 로저 무어, 007 최고의 사랑꾼 제임스 본드에게 영원한 안식이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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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설미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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