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앞서는 사회 만들자"..구의역 사고 1주기 추모제(종합)

이후민 기자 2017. 5. 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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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등 500여명 구의역 인근서 추모 문화제
서울지하철 '구의역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앞에서 열린 1주기 추모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동료 등 참석자들이 '정규직화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 28일 열아홉 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군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전동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2017.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김모군(19)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주기를 하루 앞두고 숨진 김군을 추모하고 이와 같은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돈이나 이윤보다 안전과 생명이 우선시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및 전국학생행진,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등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와 청년단체들은 27일 오후 2시쯤 서울 광진구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구의역 사고 1주기 추모 문화제-너를 기억해'를 개최했다.

추모 문화제에는 시민 약 400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500명)이 참석해 "생명안전업무의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질 좋은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1년 전 김군과 함께 일했던 동료인 박창수씨(29)는 김군을 향한 추모편지를 통해 "너의 숭고한 희생으로 온 국민들이 우리 PSD 노동자들을 알게 됐고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며 "처음의 약속과 기대가 실망과 좌절로 바뀌어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포기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들이 너를 기억하고 있는 만큼 서울메트로 206명의 PSD 노동자들은 너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고 너의 못다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꾸려졌던 진상조사단에 함께했던 윤지영 변호사는 사고 후 서울시의 진행경과를 발표하면서 "사고 이후 진상조사 결과 공공의 영역에서 경영효율이라는 미명 하에 이윤 극대화와 비용 절감이 최우선의 목표가 됐다는 사실과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청년이 모든 책임을 떠안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우리 사회 곳곳에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때까지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그 관심이 우리 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로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추모제에서 이윤과 효율성보다는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생명안전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서 "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서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받아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인권"이라며 "안전하게 살 수 있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는 법률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안전기본법'이 제정돼 국가와 기업의 책임, 안전정책의 이념과 원칙, 국민과 노동자의 권리, 안전의 개념, 민관거버넌스 원칙, 국민(시민)안전위원회 설치 등이 명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산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고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운행은 안전을 위해 정시운행을 지키지 않은 노동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며 "안전관리 비용을 충분하게 투입하고 시민 안전 및 노동자 안전을 책임자가 선임되어야 하며, 생명안전 관련 업무를 외주화하지 않는 등 구체적인 실천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공공교통인 지하철은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편리한서비스 제공과 안전의 확보에 필요하지만 무기계약직으로 분화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1~9호선의 완전한 통합, 차별 없는 정규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제 노동자들에게는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거나 중단할 권리, 업무의 모든 위험에 대해 알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안전은 전문가의 지시와 지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사측, 노동조합, 지하철 이용자들이 모여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안전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회견을 마친 뒤 지난해 5월28일 사고가 발생했던 9-4번 승강장 앞으로 이동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하고 김군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국화꽃을 헌화하고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구의역 사고 1주기를 맞아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추모 행사가 25~28일 잇따라 진행됐다.

7개 청년단체로 꾸려진 구의역 청년추모행동은 이 기간을 '1주기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페이스북 추모 댓글 캠페인과 구의역 9-4 승강장 포스트잇 부착 및 국화꽃 헌화 등을 진행해 왔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5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 만원행동'(만원행동) 은 지난 25일 '구의역 1주기 만원행동 추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구의역 사고와 같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또 이들 단체는 27일 오후 5시 부터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서울지하철 '구의역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7일 사고 지점인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적힌 '네 잘못이 아니야'란 문구 뒤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 28일 열아홉 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군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전동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2017.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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