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청년들의 목소리 "일베와 다른 새로운 청년보수 꿈꾼다"

백철 기자 2017. 5. 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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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바른정당 20~30대 청년층, “기존 보수는 선거에 안보 이용”

19대 대선 이후 언론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바른정당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바른정당 유승민 당시 대선후보는 20~30대에서 10% 안팎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특히 20대 지지율은 13.2%로 3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바른정당 청년 지지층을 보수 개혁운동의 중심이 될 ‘젊은 보수’로 불렀다. 바른정당도 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바른정당은 창당 첫 일정으로 ‘청년들이 바라는 정치개혁 토론회’를 열었다. 유승민 후보도 대선 막판 강남역에 모인 수많은 인파 속에서 유세를 했다. 유세에 참가한 이들 대부분은 20~30대 청년층이었다.

강남역 유세를 전후로 바른정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 모임인 유스커스도 그 중 하나다. 유스커스는 강남역 유세가 있었던 5월 3일 직접 유 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은 SNS를 통해 유승민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선언을 올렸다.

유스커스의 최수경 단장(31)은 바른정당과 유 후보에 대해 “보수 정치권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나는 보수성향이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 후보 덕분에 자신이 보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기존 보수는 선거를 위해 안보를 이용했다면, 저희는 국민을 보존하고 지키는 안보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가려고 하고, 이런 게 진짜 보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 애국청년들 모습 슬펐다”
청년 보수층이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바른정당이 창당하기 전부터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통해 보수적인 생각을 갖게 된 이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대선후보직에서 사퇴하라는 바른정당 안팎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은 유승민 후보의 모습을 보고 바른정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민주진보진영에 가까웠지만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도 있었다.

바른정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청년 보수’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디씨인사이드 등 바른정당 청년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보수성향인 걸 드러내자 “혹시 너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활동하냐”는 식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는 경험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치인을 지망하는 고등학생 강지훈씨(17·가명)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학교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할 경우가 있다. 또래들은 보수 정치세력에 대해 ‘그거 일베랑 비슷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무시한다. 고등학생 사이에서 보수는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농담거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고정현씨(27)는 “아무래도 주변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그들과 의견 충돌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특히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저와 친구들의 생각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른정당 청년 지지층은 그동안 ‘청년 보수’로 언론에 오르내렸던 사람들이 실제 보수 청년층을 대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주호씨(22)는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현재 바른정당 경기도당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이씨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반성과 개혁의지가 부족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책임진다는 말은 했지만 결국 강성 친박들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는 등 자신들의 세력 확장을 보수 결집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씨는 기존 보수 청년단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비슷한 태도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청년 보수를 전혀 대표할 수 없고, 오히려 청년 보수를 깎아내리고 있다”며 “기존에 악평을 받은 보수 청년단체들은 아예 다른 방식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청년들은 기존 보수세력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동안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했지만, 탄핵정국 이후 보수세력의 극단적 행동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된 경우도 있었다. 유스커스 회원 유성환씨(26)는 “보수주의자라면 합법적인 권력의 권위를 인정하고, 법과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시작된 태극기집회에서 발언했던 소위 애국청년들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게 패륜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친박세력은 태극기를 모욕하는 자칭 애국보수세력을 치켜세우기에 바쁜 모습이었다”며 “보수라는 이름이 절대악으로 비쳐지는 모습이 슬펐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하고 따뜻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에게 이끌린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유승민 후보 지지
바른정당 청년당원인 전지훈씨(23)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기존 보수세력이 과연 자신이 생각하는 ‘보수’의 의미에 맞는 사람들인지 의문을 갖게 됐다. 전씨는 “제가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는 법과 시스템이 원리원칙에 맞게 돌아가고, 그 위에서 개인이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등은 원리원칙을 지키지도 않았고, 노력하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를 보여줬다. 이런 행동을 감싸는 이들이 주류인 세력이 과연 보수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의 개별 정책이 자신의 마음에 딱 맞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목고 학생인 강모씨는 유 후보의 특목고 폐지 공약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패륜적인 언어습관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일베는 싫다면서도 거기서 시작된 여러 가지 표현을 쓰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사실 일베도 지나친 경쟁교육의 결과가 아닌가”라며 “이미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학교가 된 특목고를 없앤다는 유 후보의 생각에 동감했다. 교육정책만큼은 문재인 대통령보다도 준비가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보성향에 가까웠다가 바른정당을 지지하게 된 이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성원씨(21)는 총선때 당시 야당에 투표했다. 정씨는 “학교에서도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라고 가르쳤고, 진보성향의 유명 사회학자의 책을 열심히 읽기도 했다. 친구들도 대부분 민주당, 정의당 지지자이다 보니 지난 총선 때는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던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도 자신의 생각은 진보에 가깝다는 정씨는 “국가 지도자로서는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과거 보수와 다르게 재벌과 기업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유승민 후보가 가장 제가 생각하는 국가지도자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청년 중에서도 남성들이 주로 바른정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씨는 “(유 후보의 딸) 유담씨의 외모 때문에 젊은 남자들의 지지가 많았다는 분석을 봤는데 엄청난 비약이다. 성추행 피해자인 유담씨가 숨지 않고 당당하게 다시 유세에 나선 모습을 보면서 저와 다른 여성들도 오히려 지지와 박수를 보냈다”며 “여성부를 없애겠다는 유 후보의 말도 자세히 봐야 한다. 여성부가 하던 일을 여러 부처에 나누겠다는 뜻인데, 여성부가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면 분명히 고쳐야 한다. 오히려 유 후보의 칼퇴근법이나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공약은 많은 여성들이 지지했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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