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결혼하면 평민 신분.. 왕족 숫자 감소 문제 다시 부각

우상규 2017. 5. 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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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앞둔 일왕 맏손녀 마코 공주 / 일왕 둘째아들 후미히토 왕자 큰딸 / 대학시절 만난 동기와 내년쯤 결혼 / 약혼 경제효과 1조원.. 열도가 들썩 / "여성 왕족 결혼해도 신분 유지해야" / 민진 등 야당 중심 제도 개선 움직임 / 아베 "개헌 논의 가로막을라" 경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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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은 마코(眞子·26) 공주다. 최근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결혼 준비 소식 때문이다. 당연히 행복을 기원하는 축하 메시지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왕실 제도 개편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가뜩이나 개헌 논의로 마음이 조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과제를 하나 더 추가한 모양새가 됐다.

일본의 왕실 관련 업무를 하는 궁내청은 지난 16일 마코 공주가 국제기독교대학(ICU) 재학 시절 동급생인 동갑내기 고무로 게이(小室圭)와 약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무로는 현재 요코하마시의 법률사무소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히토쓰바시대 대학원 국제기업전략연구과(경영법무 전공)에 재학 중이기도 하다. 5년 전 유학 정보 교환 모임에서 알게 된 후 사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공식 약혼 발표는 올여름이 될 전망이며, 일본 언론들은 내년쯤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마코 공주가 지난 22일 도쿄 우에노박물관을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마코 공주는 아키히토(明仁·84) 일왕의 둘째아들인 후미히토(文仁·52) 왕자의 큰딸이다. 일왕의 첫째 손녀라는 점에서 국민의 큰 관심을 받으며 성장했다. 일본 왕족이 주로 다니는 가쿠슈인(學習院) 초·중·고교를 졸업한 뒤 가쿠슈인대학이 아닌 국제기독교대학으로 진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 레스터대학에서 유학하며 박물관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지난 4월부터 도쿄대 박물관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마코 공주의 약혼 소식으로 일본 사회는 들썩이고 있다. 시부야 가즈히로 다이쇼대학 객원교수는 일본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코 공주의 약혼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1000억엔(약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혼을 하는 사람이 늘고, 결혼식장 사용이 증가하고, 결혼식 관련 의상과 혼수품이 많이 팔리고, 여행도 늘어나는 등의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근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왕족 감소 문제 때문이다. 마코 공주의 결혼은 왕족 신분 박탈을 의미한다. 일본 왕실 제도를 규정한 ‘왕실전범’에는 왕족 여성이 결혼할 경우 일반인으로 신분이 바뀌고 왕실을 떠나야 한다. 현재 일본 왕족 19명 중 14명이 여성이다. 그 가운데 미혼 여성이 7명이다. 이들이 모두 결혼하면 왕족 수는 12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왕족을 늘리려면 왕족 남성이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왕족 남성은 5명뿐인데 아키히토 일왕과 동생인 히다치노미야(常陸宮)는 고령이다. 일왕의 두 아들 나루히토(德仁·57) 왕세자와 후미히토 왕자는 50대라 아이를 더 낳기가 쉽지 않다. 남은 한 명은 후미히토 왕자의 아들 히사히토(悠仁) 왕자로 이제 겨우 11살이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왕족 여성이 결혼한 후에도 왕족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 등 우익 세력은 “부계 왕위 계승 전통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여성 왕족 창설에 반대하고 있다. 더구나 헌법 9조를 개정하고, 개정 헌법을 2020년 시행하고 싶어 하는 아베 총리는 왕실 제도 문제가 부각돼 개헌 논의를 가로막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사랑을 받는 마코 공주가 결혼으로 인해 왕족에서 평민으로 ‘강등’되는 사실이 최근 주목받으면서 이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최대 야당인 민진당 등도 지난 19일 아베 내각이 확정한 아키히토 일왕 생전퇴위 특례법을 국회에서 심의할 때 부대결의로 여성이 결혼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에 관련 규정이 고쳐지지 않으면 마코 공주는 결혼 후 왕족으로 남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 규정이 개정될 경우 동생인 가코(佳子·23) 공주는 결혼 후에도 왕족으로 남아 자매가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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