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후회 부른 기술기업 'FANG'의 진화와 R&D의 힘

이영민 기자 2017. 5. 2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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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美증시 주도 기술기업 'FANG'..AI·빅데이터·클라우드·동영상 미래 기술로 추격불허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스페셜 리포트] 美증시 주도 기술기업 'FANG'…AI·빅데이터·클라우드·동영상 미래 기술로 추격불허 ]

"구글·아마존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은 큰 실수였다. 후회막급이다. 내가 너무 멍청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솔직한 고백이다. 버핏은 지난 6일(현지시각)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판단 오류라고 밝혔다.

버핏을 후회하게 한 아마존은 지난 15일 나스닥 상장 20주년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마존 주가는 상장 당시보다 490배 뛰었다. 공모가 기준으로는 640배 올라 같은 기간 상장된 모든 주식 중 가장 많이 올랐다.

2008년 은행이 금융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예측했던 미국의 탑 펀드 매니저이자 영화 '빅 쇼트'(Big Short)의 실재 인물인 스티브 아이스만도 마찬가지다.

아이스만은 15일 CNBC 방송에 출연해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영향력 있는 흐름을 나타낼 기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마존을 비롯해 미국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대형 IT 기술주를 '팡'(FANG)이라고 부른다.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첫 번째 알파벳을 딴 것이다.

'팡' 기업의 올해 4월까지 주가 상승률은 페이스북이 30.6%로 1위, 아마존(23.5%), 넷플릭스(22.9%), 구글(17.3%)이 뒤를 잇고 있다.

◇ 버핏의 후회 부른 기술기업 'FANG'의 시작과 현재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웹사이트로, 2004년 2월 4일 당시 19살이었던 하버드대학교 학생 마크 저커버그가 개설했다.

처음에는 하버드 학생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된 사이트였다. 이후 가입 가능자 범위가 점점 넓어져 2006년에는 전자우편 주소를 가진 13세 이상의 모든 이들에게 개방됐다.

2006년 야후가 10억 달러에 이르는 인수제안을 했으나 저커버그는 이를 거절했다. 2008년 말부터는 세계 최대 SNS 사이트였던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제치고 SNS 분야 선두 자리를 꿰찼다. 2017년 1분기 기준 월간 사용자수는 20억명에 달한다.

페이스북의 2017년 1분기 매출액은 80억3000만 달러, 영업이익은 33억2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49%, 77% 증가한 성적이다. 주요 수익원은 모바일 광고다. 총 광고매출 78억6000만 달러 중 모바일 광고의 비중은 85%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시작은 인터넷 서점이었다. 제프 베조스는 1994년 7월 아마존의 전신인 '카다브라'(Cadabra)를 설립하고, 7개월 후 이름을 아마존으로 바꾸었다. 1995년 7월 16일 첫 정상 영업 개시 후 11개월 만에 인터넷 전자 상거래 사이트로는 최초로 회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마존은 영화DVD, 장난감, 전자제품 카테고리까지 판매 범위를 넓혔다. 또 원클릭 주문, 아마존 웹 서비스(AWS), 초고속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등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해서 내놓았다. 연회비 99달러인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가입자는 올해 1분기 8000만 명을 넘었다.

아마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57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한 수치다. 주요 수익원인 AWS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43% 증가했다. AWS 매출은 지난해 아마존 전체 영업 이익의 56.4%를 차지해 기존 유통 사업을 제치고 아마존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는 1997년 비디오와 DVD를 우편·택배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마크 랜돌프와 리드 헤이스팅스가 공동으로 설립했으나 설립 7년 후 마크 랜돌프는 회사를 떠났다.

넷플릭스는 기존 대여 업체와 달리 연체료를 없애고 구독료를 받기 시작했다. 월 사용료를 받고 비디오를 반납했을 때 다른 비디오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까지 사업을 확장한 건 설립 10년 후였다. 한 달에 9.99달러를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케이블 유료 방송 서비스보다 3~4배 낮은 가격을 내세워 케이블TV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1분기 매출은 26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34.7% 증가했다. 1분기 신규 가입자 수(미국 내외 포함)는 495만 명, 누적 가입자 수는 9875만 명이다. 자체 2분기 예상 가입자 수는 320만 명이다.

구글은 1998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두 설립자가 개발한 '페이지랭크'라는 기술이 구글의 시초다. 페이지랭크는 검색어 관련 웹사이트를 중요도 순서대로 보여주는 검색 기술이다.

구글은 2000년 6월 세계 최대 검색엔진으로 올라섰고, 10월부터는 검색 키워드 광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1년 3월 에릭 슈미트가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되고, 8월 CEO로 취임했다. 2004년 8월 19일 나스닥에 상장됐다.

2005년 구글맵과 세계 최초 위성영상지도 서비스인 구글어스를 출시, 소프트웨어 업체 안드로이드를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2007년 11월 최초의 휴대기기용 개방형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발표했고, 이듬해 9월 오픈 소스 브라우저인 크롬을 출시했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1분기 매출은 247억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 사용자 수는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와 맞먹는 25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기술 혁신 이끄는 'FANG'…아낌없는 R&D 투자

FANG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위해 R&D(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마존은 센서, 빅데이터, AI(인공지능), 지능형 로봇 등 신기술을 결합해 전통적 유통산업을 혁신시킨 대표적인 기술기업이다. MIT는 아마존을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기업으로 꼽았다.

아마존은 지난해 R&D에만 전체 매출의 11.83%인 160억8500만 달러를 투자해 FANG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쏟았다. 올해 1분기 R&D 비용은 48억1300만 달러다.

아마존에 이어 구글도 R&D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이다. 금액으로는 아마존에 뒤지지만 매출 대비 비중으로는 15%가 넘는 R&D 투자를 집행한다.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을 펼쳐 국내 AI 열풍을 불러온 '알파고'를 비롯해 검색 엔진, 무인 드론, 자율주행차, 지능형 로봇, 혈당렌즈, AR안경 '구글 글라스' 등 다양한 신기술 사업을 일찌감치 추진해왔다.

구글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5.59%에 달하는 139억4800만 달러를 R&D에 투자했다. 올해 1분기 R&D 비용은 39억4200만 달러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래 기술 연구 부서인 '빌딩8'(Building 8)을 세웠다. 페이스북이 추진 중인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최첨단 기술 개발은 모두 이곳에서 담당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21.42%에 달하는 59억1900만 달러를 투자했다. FANG 4개 기업 중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가장 높다. 올해 1분기에만 R&D에 18억3400만 달러를 썼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으로 콘텐츠 투자에 아끼지 않는 넷플릭스 역시 R&D 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기존의 동영상 공급 서비스에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더해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게 그 예다. 콘텐츠 제작에도 첨단 신기술을 활용하고, 더 나은 전송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9.65%인 8억5210만 달러를 R&D에 썼다. 올해는 R&D에만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올해 1분기에만 2억5711만 달러를 집행했다.

◇ FANG이 선택한 미래 기술…AI·빅데이터·클라우드·동영상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엠피시어터에서 인공지능(AI)의 강화된 기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구글


FANG 기업들은 AI·빅데이터·클라우드·VR(가상현실)·AR(증강현실)·동영상 등을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는 4월 18일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맥에너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발자대회 'F8'에서 AR과 VR 기술을 페이스북의 미래 역점 사업으로 제시하며 "AR·VR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시연에서 실시간 영상에 여러 효과를 덧입힐 수 있는 AR 플랫폼 '카메라 이펙트', VR 공간에서 지인들과 만날 수 있는 '페이스북 스페이스', 인공지능 비서 'M' 기술을 입힌 메신저 서비스 등을 소개했다.

페이스북은 동영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동영상이 대세"라며 동영상을 차기 수익원으로 꼽았다. 2014년부터 '비디오 퍼스트' 전략을 내세운 페이스북은 지난 3월 VR 게임, 메이저 축구 경기를 실시간 방송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으로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클라우드와 AI 시장을 개척한 아마존은 두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AWS는 전체 시장의 32%를 쥐고 있고, 클라우드 자원을 활용해 2014년 개발한 AI 비서 '알렉사'도 미국 AI 스피커 시장에서 70.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도 입지가 굳건하다. 영상 콘텐츠 구독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가입자는 2016년 6월 기준 6500만 명을 넘어섰고, 현재는 8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마존은 영상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아마존 스튜디오'를 출범시켜 독자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2015년 인터뷰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원한다"는 포부를 밝혔던 제프 베조스는 2년 만에 꿈을 이뤘다. 지난 2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세일즈맨'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을 대표 기술로 내세우고 있다. 사용자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서 보고 싶은 영상을 추천해주는 이 기술은 넷플릭스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넷플릭스는 추천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기 위해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인 '딥러닝'도 도입했다.

넷플릭스는 제작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5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60억 달러 이상을 쓰겠다고 밝혔다. 2015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600억원 을 투자해 국내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구글은 AI를 핵심 산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엠피시어터에서 열린 구글 연례개발자대회(I/O) 2017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의 전환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날 시연에서 더욱 강력해진 AI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에 담긴 사물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는 '구글 렌즈',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어시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구글 홈', '지메일'의 새 기능을 소개했다.

구글은 VR 대중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8'과 '갤럭시S8 플러스'에 VR 플랫폼인 '데이드림'(Daydream)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스마트폰이나 PC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VR헤드셋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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