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국토 막둥이 섬, 제주 비양도로 '혼행'

2017. 5.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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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년 전 화산활동 형성..이색 풍경에 빠져들며 치유·성찰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한림항 북서쪽 5㎞ 앞바다에 있는 비양도(飛揚島)가 혼자서 여행하는 이른바 '혼행족'이 즐겨 찾는 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 본섬과 동떨어진 한적한 이 섬에서는 번잡한 생활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인 혼행은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영'(혼자 보는 영화) 등과 함께 요즘 세태가 반영된 1인 문화의 하나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비양도에 도착하면 보이는 포구의 모습이다. 뒤로 비양봉이 보인다. 2017.5.27

제주시 한림항에서 뱃길로 10여 분만 가면 이 섬에 난 길에 첫발을 디딜 수 있다.

전체 0.59㎢ 면적에 70명이 살고 있다.

비양포구에 도착하면 집들이 올망졸망 모인 작은 마을과 맨 먼저 마주한다.

마을 안 돌담길은 폭이 좁으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제주의 옛 골목길인 올레길처럼 집들 사이로 난 길이 꽤 정겹다.

돌담 높이가 낮아 집 안의 주민과 눈이 마주칠 때도 있지만 누구 하나 개의치 않는다.

해산물 채취를 끝낸 해녀 할망(할머니)들은 마을 안 그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간간이 보이는 다른 주민도 무엇하나 바쁠 것 없다. 강아지도 느린 걸음이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은 나그네들인 관광객뿐이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비양도 주민들이 사는 주택. 현재 70여명이 거주한다. 2017.5.27

사람들의 발길이 비양도에 처음 닿기 시작한 것은 고려 말 때부터라고 한다.

섬 자체도 고려 목종 때(서기 1002년 6월)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화산활동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없던 섬이 갑자기 생겼다고 해서 섬 이름이 비양도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고려 목종 5년 때 산이 바다 한가운데서 솟아 나왔는데 … 붉은 물이 솟다가 닷새 만에 그쳤으며 그 물이 엉겨 모두 기와 돌이 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 기록에 맞춰 탄생 1천년이 된 지난 2002년 '비양도 천년 기념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다음 달이면 섬이 생긴 지 1천15년이 되는 셈이다.

간척사업 등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토로는 가장 막내 격이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비양도 서쪽 해안에 있는 용암 괴석인 '애기 업은 돌'의 모습. 주변에 용암석들이 깔려 있다. 2017.5.27

섬 곳곳에서도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이 섬의 탄생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비양포구에서 서쪽으로 해안을 따라 돌면 '애기 업은 돌'이라고 불리는 용암 괴석이 있다.

크기가 다른 용암 괴석 두 겹이 겹쳐져 어머니가 아기를 업은 모습 같아서 그렇게 불린다.

그 주변에는 '호니토'라는 화산탄이 분포해 있다.

제주 최대의 화산탄 산지인 이곳은 직경 4m, 무게 10t에 달하는 초대형 화산탄도 있다.

화산탄은 화산활동 중에 터져 나와 화구 주변에 쌓이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비양도 서쪽 바다 쪽에서도 화산이 터진 화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비양도의 해안 길을 따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2017.5.27

비양도 동남쪽에는 '펄랑못'이 있다.

펄랑못은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짠맛이 나는 염습지다.

해송·억새·대나무·황근·해녀콩·갯잔디 등 251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청둥오리와 바다갈매기 등 철새가 날아든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비양봉 정상 부근의 모습이다. 꼭대기에는 등대 한 기가 있다. 2017.5.27

섬 중심에는 해발 114m 높이의 비양봉이 있다.

비양봉 등산로에는 대부분 나무 데크가 깔려 있어 그리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쉬엄쉬엄 20여분 걷다 보면 하얀색 등대가 나그네를 내려다보면서 '정상에 다 왔다'고 격려해 준다.

비양봉 정상 등대에서 바다를 보면 큰 배 위에 올라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멀리 제주 본섬에 있는 한라산과 마을들을 조망할 수도 있다.

비양봉에는 제주도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비양나무도 자생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비양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제주시 한림읍 마을 풍경이다. 2017.5.27

'국토의 막둥이'인 이 섬의 또 다른 매력은 한라산과 사람들로 북적이는 제주 본섬을 관망하듯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으면서도 동떨어진 풍경을 자아낸다.

해안을 따라 난 3.5㎞의 해안 길과 비양봉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에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성찰하고 사색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혼행족 등이 많이 찾는다.

비양도에서는 비양봉·해안·마을 길을 걷는 혼행족이나 부부, 2∼3명의 친구 단위의 소규모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 많지 않은 현지인들이 다정다감하게 말을 걸어줘 터놓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혼행족의 관심을 끈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비양도를 홀로 찾은 관광객이 펄랑못 산책로를 걷고 있다. 2017.5.27

비양도는 2005년 한 방송사에서 방영된 고현정·조인성·지진희 주연의 드라마 '봄날'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도 비양도에는 이 드라마를 추억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비양도를 한 바퀴 도는 데는 2시간가량이면 충분하다. 자전거 대여점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 수도 있다.

좀 더 여유로운 여행객들은 포구 근처에 있는 커피 판매점에서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섬 서너 곳의 식당에서는 대부분 보말(고둥의 제주어)을 넣고 만든 보말죽이 기본 메뉴다. 더운 여름에는 해삼물회, 소라물회 등 각종 물회도 판매한다.

비양도 가는 배는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에서 하루 3차례(출발 기준 9:00, 12:00, 15:00) 왕복하지만, 관광객이 몰리면 선장 마음 따라 추가 운항해주기도 한다.

섬 안에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도 있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비양도에서는 한라산 등 제주 본섬의 모습을 관망하듯 조망할 수 있다. 2017.5.27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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