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늘만 쳐다봐"..충북 최악 가뭄에 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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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도 아녀. 이러다 올해 농사 다 망쳐버려. 지난해 가을 태풍이 온다고 물을 다 빼버리고 저수율을 75%에 맞춰놓더니."
이곳에서 만난 초평면 화산리 이장 이기영씨(63)는 "물이 없어 난리도 아녀. 이러다 올해 농사 다 망쳐버리겠다"고 하소연했다.
진천읍 행정리에서 농사를 짓는 유재윤씨(54)는 "저수지 물길이 닿지 않는 지역은 심각한 상황이다. 어렵게 모내기를 한 논에도 계속 물을 대줘야 하는데 물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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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평균 저수율 53%에 불과 .. 초평저수지 38%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난리도 아녀. 이러다 올해 농사 다 망쳐버려. 지난해 가을 태풍이 온다고 물을 다 빼버리고 저수율을 75%에 맞춰놓더니….”
충북 진천군 초평저수지 옆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의 하소연이다.
지난 26일 뉴스1 취재진이 찾은 진천 초평저수지는 바닥 맨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저수지 상류 바닥은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졌고 곳곳에서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미처 깊은 수심으로 이동하지 못해 죽은 붕어 사체가 곳곳에서 악취를 풍겼고, 낚시꾼을 위한 수상 좌대 또한 맨 바닥에 방치된 상태였다.
낚시꾼을 실어 나르기 위한 모터 보트도 메마른 땅 위에 놓여 갈 곳을 잃은 듯 했다.
저수지 인근에 위치한 논에는 모터 펌프가 연신 저수지의 물을 퍼 올리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초평면 화산리 이장 이기영씨(63)는 “물이 없어 난리도 아녀. 이러다 올해 농사 다 망쳐버리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논에 물을 대야하는데 저수지에 물이 없어 400미터 길이의 호스를 연결해 용수를 퍼올리고 있다”며 “예년에는 수십미터 길이의 호스로도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렵게 물을 퍼 올려 모내기를 한다고 해도 비가 오지 않으면 골치가 아파진다”면서 “앞으로 비 예보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허술한 물 관리 시스템도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물 관리를 하지 못했다. 태풍이 온다고 하니 물을 다 빼버리고 저수율을 75%에 맞춰놨다”며 “겨울에 눈비가 오지 않으니 이 지경이 됐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바닥이 드러났을 때 저수지를 증설하지 않으면 매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천읍 행정리에서 농사를 짓는 유재윤씨(54)는 “저수지 물길이 닿지 않는 지역은 심각한 상황이다. 어렵게 모내기를 한 논에도 계속 물을 대줘야 하는데 물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밭작물도 마찬가지다. 참깨 발아율은 50%에 미치지 못하고, 고추도 바짝바짝 말라죽는 형태”라면서 “그동안 가물어도 용수 조달이 됐는데 이런 경우는 몇십년 동안 처음으로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의 장시동씨(60)는 “예전에는 지하수를 퍼 올려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는 지하수마저 말랐다”면서 “다음달 10일까지 비가 안오면 정말 올해 농사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도내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53%다. 초평지는 38%의 저수율로 최근 8년간 최저 수준 수준이다.
충청지역의 식수원인 대청댐은 다소 안정적인 55%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관리단 관계자는 “예년대비 저수율이 높고 현재까지 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없다”면서 “마른 장마가 있을 수 있어 준비는 하고 있지만 7~8월 홍수기가 지나야 정확히 가뭄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사뿐이 아니다. 도내 북부지역은 식수마저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천시 송학면 천수답의 경우 레미콘 차량 등을 이용해 물을 대고 있고, 단양 가곡면 등 일부 지역은 2~3일 간격으로 식수를 공급하는 상황이다.
가곡면 보발리 곽명옥씨(55)는 “일주일 전부터 인근 계곡이 말라 식수를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마가 와야 식수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vin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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