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외쳤다.."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세종=박경담 기자 입력 2017. 5. 27.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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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휴가 확대→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정착될 지 관심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문 대통령,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휴가 확대→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정착될 지 관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양산 매골마을 사저를 찾은 관광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양산을 지역위원회 제공)2017.5.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취임한 지 13일 만에 연차휴가를 사용했다. '대통령의 연차휴가'를 계기로 '연차휴가를 쓸 자유'도 자연스레 논의의 장으로 나왔다. 물론 연차휴가의 경제학 역시 얘깃거리다.

먼저 문 대통령의 1박 2일 휴가 비용을 따져 보자. 문 대통령 휴가 경로를 일반 시민이 그대로 따를 경우 △서울-경남 양산 사저 왕복 교통비 △모친·여동생과 점심식사 △숙박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관련 교통·식사비 등을 고려해 20만~3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지출이 실제 이뤄졌다면 휴가비는 숙박업·음식업·운수업 등 내수산업으로 스며든 셈이다.

문 대통령의 연차 소진은 경제적 측면 외에 다른 의미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대통령 행보가 연차 사용을 주저하는 직장인에게 '부장님 찾아갈 용기'를 줬다. 기업으로 치면 CEO(최고경영자) 격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연차를 써 휴가 사용에 경직적인 한국 조직문화를 이완시켰다는 의미다. 연차 소진 확대 역시 내수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적 의미가 부여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미 휴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의 충전과 안전을 위해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며 '미사용 연차휴가 5~6일을 모두 쓰면 경제파급 효과는 20조원에 이르고 고용창출 효과도 약 38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휴가와 경제 간 선순환 관계는 상당 부분 입증됐다. 임시공휴일 효과가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는 내수 진작을 도모하기 위해 2015년(8월 14일), 2016년(5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 징검다리 연휴, 주말 공휴일을 피해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임시공휴일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2016년 5월 연휴(5~8일)와 2015년 5월 연휴(2~5일)를 비교해 봤다. 지난해 5월 연휴는 빨간 날이 나흘 연속 이어진 반면 2015년 연휴는 하루가 출근 날이었다. 결과는 지난해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매출액이 1년 전보다 16.0%, 19.2%, 4.8% 증가했다. 고궁과 박물관 입장객 수도 전년 대비 각각 70.0%, 17.3% 늘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움직였다. 한국만큼 낮았던 일본의 연차 소진율은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침체된 내수를 더욱 악화시켰다. 일본 정부는 2001년 '휴가개혁은 콜럼버스의 달걀'이란 보고서를 내놓으며 휴가개혁을 정책과제로 삼았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휴가에 대한 발상을 전환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일본 정부는 '여유로운 휴가' 실현을 목표로 내걸었다. 연차 사용을 장려해 유급휴가 취득률(휴가 사용 비중)을 2020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여름·겨울에 몰린 휴가를 가을로 분산해 사용토록 한 '가을휴가' 정책도 실시했다. 대체공휴일과 비슷한 개념인 '해피 먼데이' 역시 일본에서 먼저 도입된 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은 20년 동안 불황을 겪으면서 장시간 근로가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깨고 일자리를 나누고 쉬는 게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성향이 높아지는 휴가기간 동안 소비가 증가하면 소득이 오른 산업 종사자는 다시 소비를 늘려 사회 전체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휴가가 보장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연차 사용이 늘어나면 국내보다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이달 초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거주자 국외소비지출(명목) 규모는 28조929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해외 씀씀이가 커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정부는 해외여행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4월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임시공휴일 지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휴가와 내수가 끈끈하게 이어지게 하려면, 연차제도 정착과 함께 관광·숙박 인프라 강화 등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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