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로 기싸움 하는 트럼프.. 마크롱에겐 당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7. 5. 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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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악수의 정치학]
자기쪽으로 확 끌어당겨 '제압'.. 연구하고 온 마크롱, 버티며 반격
메르켈과 악수요청은 못 들은척, 아베 만날땐 손등 두드리며 환대
나토회담서 대놓고 불편한 기색.. 美의 자동개입 조항도 언급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마음은 '악수'에서 드러난다. 그는 원래 "깨끗한 손 집착자(clean hands freak)"를 자처할 정도로 악수와 스킨십을 싫어하는 결벽증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이 만진다는 이유에서 엘리베이터 1층 버튼도 누르지 않는다는 허핑턴포스트 보도도 있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하거나 피할 때는 의도가 있다. 작년 10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선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의례적인 악수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싫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된 후 그의 악수는 '외교'가 됐다. 얼마나 길게, 얼마나 세게 상대방의 손을 잡고, 분위기는 어땠는지가 외교 성과와 직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 정상들이 트럼프와 어떻게 악수할지를 연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쥐어짜기' 악수가 대표적이다. 양국 정상회담을 취재하던 백악관 취재 기자는 이 모습을 보고 "두 정상은 이를 악물고 경직된 얼굴로 서로의 손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손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고 묘사했다. 이는 각종 현안에서 현저한 입장 차를 보이는 두 사람이 '기(氣)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놓으려 하자 마크롱은 다시 한 번 트럼프의 손을 세게 잡고 흔들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적수를 만났다"고 했다. 악수는 약 6초간 이어졌다. WSJ는 이를 '흰 손마디(white-knuckle) 외교'라고 했다. '흰 손마디'는 '주먹을 꽉 쥐어 흰 뼈가 보일 정도로 무서운'이란 뜻도 있다. '공포 외교'란 뜻이다.

25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 미국 대사관에서 처음 만나 악수를 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손을 놓으려고 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움켜쥐었다. 같은 날 다른 행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손을 세게 잡아당기며 ‘복수’를 했다(사진 왼쪽). 지난 3월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독 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악수하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사진 기자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을 쳐다보고 있다(사진 오른쪽). /AP·AFP 연합뉴스

이날 오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복수'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악수를 나눈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가가자 손을 세게 잡아당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하면서 잡아당기는 것은 "내 편이 돼 달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다 경질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처음 만났을 때 악수를 하면서 그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코미 전 국장이 러시아 관련 수사를 계속하면서 '친구'가 되길 거부하자 그를 전격 경질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내가 지지한 사람은 당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린 르펜 전 국민전선(FN)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듯 이날 강하게 잡아당기는 악수로 마크롱 대통령에게 호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3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 나란히 앉아 사진 촬영을 할 때 악수를 하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기자들이 "악수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하고, 메르켈 총리가 "악수하실래요?"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얼굴을 찌푸리기만 했다. 당시 두 정상은 무역과 이민, 환율 문제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눈에 띄게 악수를 한 사람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정상회담에서 19초간 손을 놓지 않고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왼손으로 아베 총리의 손등을 두드리며 호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나토를 "시대에 뒤처진 쓸모없는 조직"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담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단체 사진 촬영을 준비할 때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몬테네그로의 두스코 마르코비치 총리의 팔을 잡아 밀치며 앞으로 나와 "거만하다"는 말이 나왔다. 연설에서도 "나토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도록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꾸짖듯 연설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자동 개입한다는 '나토 조약 5조'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독일인들이 미국에서 팔고 있는 수백만대 자동차를 보라"며 "독일인들은 매우 나쁜 사람들"이라고 했다고 쥐트도이체차이퉁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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