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잠 설치는 밤 배로 늘어난다

2017. 5. 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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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 10년치 76만명 수면 분석
밤 기온 1도 상승하면
수면부족 100명당 한달에 사흘 늘어나
노인·저소득층 여름에 취약 건강 적신호
2050년 6일, 2099년 14일 증가 추산

[한겨레]

서울시민들이 한여름 열대야를 피해 한강시민공원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미국 연구팀이 수십만명의 수면 보고서 자료와 기후변화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수면 부족이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온 상승에 따른 수면 부족은 여름철에 저소득층·노인층에 특히 심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미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공동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76만5천여명의 수면 활동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와 기상청 자료, 기후변화 모델 예측값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잠을 자는 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잠을 설쳐 수면이 부족해지는 밤이 100명당 한달에 사흘씩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온라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6일(현지시각)치에 밝혔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특히 밤 기온의 상승과 수면부족의 상관관계를 대규모로 분석한 연구는 처음으로, 야간 기온이 수면 장애를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잠은 인간의 건강 활동에 중요한 요소인데 성인의 3분의 1은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부족은 우리 몸을 질병과 만성질환에 취약하게 만들고 인지기능이나 심리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수면 부족은 새로운 지식을 뉴런이 통합하는 과정이나 근골격계의 재생, 뇌의 노폐물 배출 등을 방해하고 면역체계를 위태롭게 할 뿐더러 원활한 대사활동을 저해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연구팀은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기온은 핵심적인 요소이다. 보통 잠을 자고 깨는 순환은 24시간 단위로 돌아가는 생물학적 주기 리듬에 따르는데, 온도조절은 잠들거나 수면 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결정인자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몸이 수면을 준비할 때 피부 혈관이 팽창해 열을 방출하고 이는 몸속 심부 온도를 떨어뜨리는 신호로 작용한다. 손이나 발 같은 말단 부위 피부가 열을 방출하면 저녁과 새벽에 몸속 심부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몸속 심부 온도는 밤새 낮게 유지되다 아침에 깰 무렵이면 다시 빠르게 상승한다. 따라서 잠자리 주변 온도의 상승은 생물학적 열적 주기에 영향을 줘 수면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연구팀은 우선 76만여명의 수면 보고서와 당시 밤 온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야간 기온이 1도 상승하면 100명당 한달 동안 사흘 정도 수면이 부족한 밤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현재 미국 인구 수로 환산하면 한달에 900만명, 1년에 1억1천만명이 하룻밤 잠을 설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10대 주요 도시 전국 연평균 열대야 수는 1994년 기준으로 이전 20년에 비해 이후 20년에 50% 가량 증가했다. 기상청 제공

또 밤 기온의 상승이 수면에 끼치는 영향은 계절마다 달라, 여름에는 나머지 세 계절에 비해 3배 정도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야가 수면 장애를 일으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다시 입증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4년을 즈음해 열대몬순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주요 10개 도시 전국 연평균 열대야 수가 이전 20년(1973~1993년) 평균 8.6일에서 최근 20년(1994~2016년) 평균 12.6일로 50% 가량 증가했다. 미국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의 수면 부족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연구팀이 소득별·연령별 차이를 분석해보니, 저소득층(연간수입 5만달러 미만)에게서 밤 기온 상승에 따른 수면 부족 영향이 고소득층(5만달러 이상)에 비해 3배 높았다. 65살 이상 노인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영향이 2배 높았다. 여름에 저소득·고령층에게는 영향이 10배로 높아졌다. 이들은 에어컨 등을 활용한 개인적인 온도 조절이 어려운 계층이어서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연구팀의 연구는 이를 정량적으로 비교 분석했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 연구팀이 기후변화 예측 모델과 76만명 수면 보고서 자료를 토대로 인구 100명당 수면 부족 일수를 추정한 결과 2050년에는 6일, 2099년에는 14일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219개 지점별로 21개 기후변화 예측 모델을 돌려 수면부족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50년에는 100명당 수면 부족한 밤이 2010년에 비해 6일 정도 늘어나고, 2099년에는 14일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서쪽과 북쪽 지역이 기온 상승에 따른 수면 부족 일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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