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정규직 약속'한 착한 기업에 다닌다던 쿠팡맨들에 무슨 일이?

김수경 기자 2017. 5. 27.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몸살 앓고 있는 쿠팡
일부 배송거점지 근무자들 해고 당하거나 그만둬
인센티브제 세분화했다가 한 달 만에 원상복귀도
쿠팡 측은 적극적 부인, "낮은 평가등급 받은 쿠팡맨 이유 없는 의혹제기하는 것"

'쿠팡은 로켓 배송.' '쿠팡맨이 직접 배달합니다.'

온라인 쇼핑 기업 쿠팡이 3년 전 약속한 내용들이다. 특히 주문한 지 24시간 내 배송해준다는 '로켓 배송'은 쇼핑족들의 큰 인기를 얻었다. 외주로 쓰던 택배 기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쿠팡맨으로 이름 붙이고 쿠팡맨 1만5000명을 채용한 뒤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쿠팡은 '착한 기업'으로도 꼽혔다.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 배송을 시작한 뒤 연매출 1464억원이 1년 만에 3485억원으로 뛰었다.

그랬던 쿠팡이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그 배경엔 쿠팡의 상징이었던 쿠팡맨들이 자리 잡고 있다. 광주광역시 배송 거점지에서 근무하는 쿠팡맨 70명 중 절반이 지난 4월 말부터 출근 투쟁 중이고 충북 청주 배송 거점지에서도 지난 2~4월 80명 중 30명 이상 해고당하거나 그만뒀다고 한다. 쿠팡이 밝힌 쿠팡맨 수는 3600명이었지만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쿠팡맨은 2200명밖에 안 된다고 쿠팡맨들은 말하고 있다. 6개월짜리 비정규직 계약도 연장이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도 이런저런 핑계로 재계약을 거절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로켓 배송과 쿠팡맨으로 화제가 됐던 쿠팡이 쿠팡맨들의 불만으로 배송 지연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여기에 지난 4월 1일 쿠팡 본사에서 인센티브 제도를 바꾸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쿠팡에 따르면 본래 인센티브를 3단계로 차등 지급해오던 것을 세분화해 6단계로 바꾸었다. 최하 등급을 받은 쿠팡맨은 근로 계약 당시 보장받은 연봉 4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500만원가량 연봉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이 이유로 경남 창원 캠프 소속 쿠팡맨 3명은 지난 11일 쿠팡의 김범석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이 커지자 쿠팡 측은 4월 1일 이전에 실시하던 3단계 차등 인센티브 제도로 한 달 만에 환원시켰다.

일부 쿠팡맨은 물류 대란이 벌어졌던 작년 6~8월 본사가 쿠팡맨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2015년 1만5000명의 쿠팡맨을 채용하고 그중 60%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던 김 대표의 당초 목표에 따라 쿠팡맨 수를 늘렸지만 갑자기 너무 많은 수를 뽑는 바람에 일부 배송 거점지에서는 일주일 중 사나흘만 일하면 될 정도로 쿠팡맨이 넘쳐났다고 한다. 일부에선 쿠팡이 발표한 지난 2년간 누적된 1조2000억원의 적자를 쿠팡맨들의 고혈을 짜내 메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쿠팡맨들의 반발로 빠른 배송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다 노사 문제로 확대되자 소비자들마저 등을 돌리는 추세다. 로켓 배송을 처음 시작할 때 로켓 배송으로 가능한 최저 가격은 9800원이었지만 1만9800원까지 올랐다. 이조차 일부 지역에서는 배송 예정일보다 더 늦게 도착하는 미배송 상품이 누적되고 있다. 한 쿠팡맨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한 캠프에서는 누적 미배송 로켓 배송 상품이 2만개에 달했다. 각 지역에 근무하는 쿠팡맨 몇몇을 서울로 올려 보내 배송을 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쿠팡으로 기저귀 등을 정기적으로 구매한다는 정모(33)씨는 "이번에 터진 쿠팡맨 사태를 보고 쿠팡이 쿠팡맨들을 얼마나 홀대해왔는지 알겠다"며 "주변에도 쿠팡에 실망했다며 다른 곳을 이용하겠다는 엄마들이 많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쿠팡은 "투자를 받은 금액만 1조4000억원이 넘기 때문에 이 정도 적자는 회사 경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쿠팡맨의 고혈을 짜는게 아니냐는 부분에서도 "쿠팡맨에게 지급하는 총금액은 변한 게 없다"며 "업무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쿠팡맨들이 이유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끊임없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쿠팡맨들의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쿠팡맨들에게 유리한 좀 더 나은 처우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