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으로 돌아온 문 대통령 '공직 배제 5대 원칙'

허진 입력 2017. 5. 27. 01:08 수정 2017. 5. 2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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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가 기본" 전 정부 비판했는데
이낙연·강경화·김상조 위장전입
임종석도 5대 원칙 후퇴 시인
"선거 때와 국정 똑같을 수 없어"
민주당, 여야 바뀌자 입장 변화
"새로운 인사청문회 기준 만들 때"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특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청문회 보고서 채택 문제와 관련해 여야 간사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로 예정됐던 이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보고서 채택은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무산됐다. [박종근 기자]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초반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스스로 세운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어기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의 고위공직 원천 배제를 약속했다. 지난 2월에는 “우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청문회 때마다 늘 봐 온 게 어떻게 장관 후보자마다 (5대 비리) 이런 게 없는 후보가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적어도 두 개 정도 비리는 갖고 있어야 장관이 되는 필수조건 덕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지명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뿐 아니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조각(組閣) 관련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한 5명 중 3명이다.

청와대는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지난 21일 딸의 위장전입과 미국 국적 문제를 선제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 검증사안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는지 투명하게 발표하자는 게 대통령의 의지”(조현옥 인사수석)라는 설명까지 붙였다.

이낙연 후보자에 대해선 검증 소홀을 인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선거가 끝나고 다음날인 10일에 (이 후보자 지명을) 발표했다. (위장전입 문제를) 본인도 인지하지 못했고 저희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선 그러나 “흔히 말하는 위장전입 성격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비난받을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공정위는 “교사인 김 후보자 부인의 전근과 6개월간 미국 파견으로 인해 우편물 수령을 위한 목적으로 주소지를 다른 곳에 둔 것이었지 부동산 투기나 학군 배정 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강경화 후보자와 김상조 후보자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사실상 ‘5대 원칙’이 후퇴했음을 시인했다. 임 실장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문재인 정부 역시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5대 원칙이 수정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발표한 내용을 보면 원칙이 수정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초 5대 비리 관련자는 “원천 배제”였지만 이제는 “심각성·의도성·반복성·(위반)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가 없다”로 바뀌었다.

청와대는 현재 인사 문제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인사 실무는 인사수석실이 주도하지만 5대 비리와 같은 위법 여부 자료는 민정수석 산하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담당한다. 하지만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17일 임명됐고, 실무진 중 상당수는 여전히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로 파견 나온 공무원이다. 이런 상태에서 청와대와 내각 인선을 한꺼번에 진행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려 있다.

야당 시절 위장전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더불어민주당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신재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함께 부동산 투기 등 다른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퇴했다. 당시 민주당은 신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며 “위장전입이 고위직으로 나가는 데 필수조건”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지명 당시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지자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인사검증에서 위장전입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기준이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여당이 된 뒤에는 달라졌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제 과거의 기준이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의 내일에 맞는 인사청문회 새 기준을 만들 때”라고 주장했다. 다만 “우리도 위장전입 문제 로 인사에 비협조적이었던 모습을 보였던 점을 고백한다”는 말은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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