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착시간 딱 맞춘다는 '최레이서' 대통령 기동비서 됐다

위문희 2017. 5. 2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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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政談)
사격 훈련도 받는 '최후의 경호원'
청와대 의전 1호차 운전대 잡아
권양숙 여사 차량 5년간 몰다 인연
문 대통령이 "최 선생님"이라 불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부산 영도의 모친 자택을 방문한 뒤 최성준씨(왼쪽)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지난 22일 휴가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에 머물던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 영도에 사는 모친 강한옥(90) 여사를 만났다.

당시 미니버스 한 대로 움직였는데 선글라스를 쓴 운전기사가 최성준(64)씨였다. 인터넷에선 ‘어디서 본 듯한 인물’이란 말이 나왔다.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7일 문 대통령이 강원도 산불피해 현장을 방문한 뒤 들른 횡성휴게소에서 9분 만에 육개장을 먹고 빈 그릇 2개를 식판에 담아 직접 반납하는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빈 그릇의 주인공도 최씨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주차해 놓은 차를 가지러 간 동안 문 대통령이 그의 빈 그릇까지 반납했다.

그는 ‘움직이는 사무실’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차량을 5년 넘게 운전했다. 문 대통령은 동갑인 그를 “최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최씨는 이미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당선 첫날 이용했던 세계 3대 명차 중 하나인 마이바흐와 에쿠스 방탄 차량도 운전했다. 지난 13일 서울 홍은동 사저를 나와 기자들과의 산행을 위해 청와대 관저로 타고 간 은색 벤츠 운전석에도 최씨가 있었다. 청와대에는 대통령 의전차량을 여러 대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일 문 대통령이 횡성휴게소에서의식사 후 최씨의 빈 그릇도 함께 반납하고 있다.[기동민 의원 페이스북]
최씨는 현재 문 대통령의 의전 차량인 ‘1호 차’를 운전하는 ‘기동비서’ 내정 절차를 밟고 있다. 기동비서는 청와대 경호실 소속 공식직함이다. 최씨는 최근 문 대통령의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경호요원들과 교신할 수 있는 ‘이어피스’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교신기를 다루는 모습도 익숙해 보인다. 이미 해봤던 일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오래전 청와대 경호실 소속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기동비서로 5년 동안 권 여사의 차량을 운전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방문할 때면 권 여사가 최씨에게 “안전하게 잘 모시고 다녀 달라”고 당부한다고 노무현재단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권 여사가 직접 최씨를 문재인 당시 의원에게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의 기동비서는 ‘최후의 경호원’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가장 근접해 있는 만큼 유사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경호실 관계자는 “기동비서는 기본적으로 일반인은 여닫기도 어려운 방탄차량을 운전하는 방법이나 대형을 유지하는 경호 운전기법을 교육받아야 한다”며 “대통령 주변엔 별도의 경호팀이 있지만 기동비서들도 최소한의 사격 훈련 등 경호를 위한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제2부속실장을 지냈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씨는 청와대 경호실 소속 경험이 있어 이미 필요한 경호기법을 숙지하고 있다”며 “권 여사는 물론 문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가장 검증이 완벽하게 이뤄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국회 앞에 주차된 대통령 전용차량. [사진 기동민 의원 페이스북]
기동비서의 조건 중엔 빠질 수 없는 게 대통령의 신뢰다. 이동 중 대통령의 발언이나 통화 등은 보안 사항이다. 오랜 신뢰 관계가 없다면 운전을 맡기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사람을 기동비서로 임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13대 총선 당시 부산 동구에 출마했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최영씨에게 1호차 운전대를 맡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오던 신홍구씨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선 전부터 운전을 담당해온 김형일씨에게 1호차를 운전하게 했다.

최씨 역시 부인 김정숙 여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문 대통령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인물이다. ‘최레이서’라는 별명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정해진 시간 안에 문 대통령을 목적지에 도달하게 했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지난 대선 기간까지 몰던 문 대통령의 승용차는 회색 카니발이었다. 그는 대선 기간 주행거리 12만㎞를 넘긴 회색 카니발 차량을 닦으며 기자에게 “선거가 끝나면 렌터카 회사에 문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함께했던 이 차량을 반납해야 하는데…. 차라리 내가 사버릴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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