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대북 지원 승인, 정치와 인도적 문제 분리가 원칙이다

입력 2017. 5. 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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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통일부가 접경지역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을 추진 중인 대북 지원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신청한 북한 주민 사전 접촉 신고를 승인했다. 이는 경기, 강원, 인천의 3개 시·도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위탁해 휴전선 접경지역 일대 방역을 위한 물자를 북한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승인한 것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1년4개월 만의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키로 한 것을 평가한다.

경제난과 낙후한 보건·위생 문제로 고통을 겪는 북한 주민을 돕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지 않는 것도 바로 정치와 연계시키지 않는 인도주의 원칙 때문이다. 오랜 분단과 대립으로 생겨난 적대감과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9년간 보수정부는 그 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후 5·24조치를 발표, 북한과의 모든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했다. 인도적 교류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표방했지만 갈수록 남북관계가 험악해지면서 정부 차원은 물론 민간 차원의 지원활동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북한 역시 남한에 맞서 강경대응으로 일관해 문제를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대북 인도적 지원 규모는 2010년의 10분의 1로 추락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맥이 사실상 끊긴 셈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남북교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활발했던 남북 화해협력도 인도적 지원으로 물꼬를 텄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을 정치와 연계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남북관계도 악화일로였다. 비단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게 맞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말고도 민간단체들이 통일부에 낸 북한 접촉 신청이 25건 더 있다고 한다. 남북교류 친화적인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의 발로로 보인다. 정부는 이들을 긍정 검토하기 바란다. 또 민간단체에서 머물지 말고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 재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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