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부경전철 파산, '실패 백서'만들어 교훈으로 삼으라

한국일보 입력 2017. 5. 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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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이 개통 4년여 만에 결국 파산했다.

의정부경전철 파산 사태는 애초부터 예상됐다.

다른 지자체들도 의정부경전철 파산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의정부경전철 파국의 전말과 책임을 철저히 가려 '실패 백서'를 만들어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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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이 개통 4년여 만에 결국 파산했다. 서울회생법원은 26일 의정부경전철의 신청을 받아들여 파산을 선고했다. 부채가 자산 규모를 훨씬 초과한 데다 앞으로도 지속적 손실이 예상돼 재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전철 운행이 중단되지는 않지만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어 언제든 파행할 우려가 크다.

의정부경전철 파산 사태는 애초부터 예상됐다. 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의 과욕에 지역이기주의 등이 어우러져 졸속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을 이미 결정한 상태에서 밀어붙이다 보니 사업 타당성의 가장 중요한 근거인 수요예측이 엉터리일 수밖에 없었다. 의정부시는 당초 하루 평균 이용객이 7만9,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개통 첫해 하루 이용객은 1만명에 그쳤다. 적자가 누적되다 보니 총사업비 6,767억원이 투입된 사업이 4년 만에 운영적자만 2,4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막대한 적자의 부담이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의정부시가 의정부경전철에 지급해야 하는 해지 시 지급금은 2,2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마땅한 후속 사업자를 찾지 못해 시가 경전철을 직접 운영하면 10년간 5,400억원이 소요된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를 시민 세금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319만원을 부담하는 꼴이다. 지자체의 무리한 선심성 사업이 지역 주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더 기가 막힌 건 과시용 치적 쌓기로 초래된 재앙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1995년 기본계획 수립에서 2004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까지 터무니없는 수요예측을 하고 장밋빛 공약을 내건 이들이 분명히 있을 터이다.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역대 단체장과 예산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지방의회 등 관련자들을 찾아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설사업 기본계획을 엄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중앙부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지자체들도 의정부경전철 파산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주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과 단체장이 치적으로 남기기를 바라는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때 어떤 비극이 생기는지를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 지자체 뿐만이 아니다. 무리한 공약을 내세운 정부와 정치권의 ‘묻지마 식’ 개발사업으로 낭비되는 세금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의정부경전철 파국의 전말과 책임을 철저히 가려 ‘실패 백서’를 만들어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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