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부각' 여성대회 계기 유엔 입문 강경화, 새로운 위안부 접근법 내놓나

유지혜 2017. 5. 2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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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의견 안 밝혔지만
합의 보완한다면 '인권 전문가'로서 적임자
"전시 성폭력에 굴복 않은 피해여성들 너무 감동적"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부 수장으로 지명된 강경화 후보자는 여성 인권문제 전문가다. 국내에 반대여론이 높은 한·일 간 12·28 위안부 합의와 관련, 그가 인권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재협상'이나 '파기' 같은 단어를 쓰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현 상태의 합의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의사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나 특사단 파견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일본에 밝혔다.

이와 관련, 강 후보자가 유엔에서 여성 인권 등 업무를 집중적으로 맡아온 전문가라는 점을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인권 문제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관점에서 위안부 합의를 보완할 점을 짚는다면 강 후보자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강 후보자는 이제껏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직접적인 의견을 밝힌 적은 없다. 25일 귀국 직후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26일에도 “(대답할)준비가 안 돼 있다”고만 말했다.

다만 그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유엔 인권최고기구(UNOHCHR) 산하에 있는 고문방지위원회(CAT)는 지난 12일 펴낸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위안부 합의 내용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생존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과 명예 회복, 진실 규명, 재발 방지 약속 등에 대한 합의가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일본은 이를 공식 거부했다.

사실 강 후보자는 외교부나 유엔에서 일하기 전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가 유엔에서 일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위안부 문제가 집중 조명된 1995년 베이징 유엔 여성대회였다. 여성지위 향상에 있어 기념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당시 행사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됐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공개 증언한 뒤 정대협 등 한국 여성인권단체들이 꾸준히 이를 국제이슈화한 성과였다. 강 후보자가 당시 베이징 여성대회에서 한국 여성 인권 관련 단체들의 대변인 역을 맡았다. 다음은 강 후보자가 2013년 12월 더 코리아 소사이어티 행사에서 유엔 입문 계기를 묻자 한 대답이다.

“당시 나는 대학 강단에 서고 있었지만, 여성 인권단체에도 관여하고 있었다. 비정부기구(NGO)의 일원 자격으로 베이징에 갈 준비를 하며 우리는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여성 NGO 위원회를 만들었다. 각기 다른 시각과 이데올로기를 가진 단체들의 대변인을 맡은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 이 때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굉장히 성공했다. 개인적으로는 차별이나 일에서의 균형을 찾는 어려움 등이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 다른 여성도 겪는, 유엔이 다루는 글로벌 이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유엔이 매일같이 하는 일에 대해 잘 몰랐는데 베이징 대회를 보며 그것이 명확해졌다. 이때부터 기회가 있다면 유엔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유엔에서도 강 후보자는 특히 분쟁 지역에서 일어나는 전시 여성 성폭력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2013년 더 코리아 소사이어티 행사에서 ‘유엔에서 일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을 꼽아달라’고 하자 강 후보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3년 전 콩고민주공화국(DR 콩고) 동부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반정부 무장세력들이 정부군과 싸우는 과정에서 성폭행이 전쟁의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무작위이거나 자발적으로 하는 성폭행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성폭행이었다. ‘우리가 너희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굴복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성폭행을 한 것이다. 직접 가서 피해여성들을 만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피해자들은 ‘내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도 감동적이고 큰 영감을 받았다. 끔찍한 경험을 했지만 이들은 굴복하지 않았고(not defeated) 자신들의 인생을 돌려받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들을 돕는 천사들, 의사들, NGO들이 있었다. 한 상황에서 인간성의 최악과 최선을 함께 봤다”

강 후보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기회가 있다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꼭 만나뵙고 싶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생존 피해자 분들과 미리 상의하고, 합의에 반대하는 분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강 후보자는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유지혜·여성국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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