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화병' 빨간불.. 중장년층 전유물 아니다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 5. 26. 09:23 수정 2017. 5. 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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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만 특이하게 발병돼, 전 세계적으로 한글 병명으로 불리는 질환이 있다. 바로 ‘화병(火病)’이다. 화병은 지금까지 가사일이나 오랜 직장생활 등으로 쌓인 화를 적절히 풀어내지 못하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화병 환자도 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알아봤다.

[헬스조선]

학업·취업·결혼 스트레스가 주범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는 일명 ‘5포 세대’를 넘어서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러한 사회 현상과 맞물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화병을 호소하는 20~30대 젊은 층이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1년 1867명에서 지난해 2859명으로 5년 새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남성의 경우 화병 발병률이 2011년 387명에서 2016년 846명으로 약 2배로 늘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한방신경정신과)는 “20~30대에서 화병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취업난이나 빈부격차, 극심한 경쟁문화 등에 따른 현대사회의 청년 문제와 맞닿아 있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직장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화병이 생기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 탓에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고, 급작스럽게 분노를 표출하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화 참다 우울증·분노조절장애까지

화병이 생겼다고 하면 주변에서 ‘어쩔 수 없는 환경이니 화를 삭히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병은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화병은 만성적인 스트레스 혹은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제대로 해소할 길이 없을 때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통틀어 말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답답함과 무기력, 분노 등이 있다. 질환 초반에는 증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지만, 점차 반복적이고 고질적인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화병 환자들은 초기에는 답답함만 호소한다. 그러다 의욕 상실, 무기력증 같은 증상을 보이며, 이후에는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욕설이나 폭력 등 분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헬스조선]

 

화병과 우울증, 뭐가 다를까?

화병은 흔히 우울증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차이점이 있다. 우울증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뇌의 신경회로에서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등의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서 우울감, 불면, 식욕저하 등이 생긴다. 반면, 화병은 스트레스로 우울한 증상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분노 등 감정을 환자 스스로 억누르고 내면화하면서 억압된 감정이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다.

감정일기 쓰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

전문가들은 화병을 예방·치료하기 위해, 분노가 쌓이지 않도록 자신만의 스트레스 대응법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등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일 이러한 간단한 활동으로 감정 조절이 어렵다면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감정일기’다. 감정일기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자유롭게 글로 정리하는 것으로 글을 쓰는 행위가 감정을 객관화시키기 때문에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만일 범죄를 보도하는 뉴스 등 사회적 문제에 의해 생긴 화병이라면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화병을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 상담 받아야

화병은 크게 3단계로 구분한다. 초기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뚜렷한 이유 없이 분노가 치민다. 이후 증상이 지속되면 입과 목이 자주 마르고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한다. 화병이 만성화되면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다양한 2차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화병이 심한 경우 한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한방에서는 침치료와 약물치료를 통해 답답함이나 숨이 차는 양상 등을 조절해준다. 이후 명상 훈련 등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초조함이나 불안함을 안정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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