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참' 트럼프·마크롱 만난 날 '8년 동지' 오바마·메르켈도 만났다

이인숙 기자 입력 2017. 5.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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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트럼프, 브뤼셀서 EU·나토 첫 대면…오바마, 베를린 방문

첫 해외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국제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대면했다. 트럼프는 빡빡한 일정 중에도 두 시간 넘게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만나 점심을 먹었다.

같은 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이곳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지난 8년을 함께했던 ‘동지’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다시 만났다. 도이체벨레는 “오바마를 보러 모인 관중 14만명이 록스타를 대하듯 그를 반겼다”고 전했다. 가는 곳마다 항의시위대를 부르는 트럼프와 재임 때보다 더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오바마의 모습이 극명히 대조됐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EU 지도부와 만난 뒤 브뤼셀 주재 미국대사관저로 옮겨 마크롱을 만났다. 주로 테러 대응과 경제협력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마크롱을 만나려고 낮시간 대부분을 비웠다. EU 지도부보다 마크롱과 만난 시간이 더 길었다. AP는 “악수를 얼마나 세게 했는지 트럼프의 주먹 색깔이 변한 듯했다”고 썼다. 시장경제와 개방을 지향하는 마크롱, 보호무역과 극우 포퓰리즘을 지지하는 트럼프의 지향점은 매우 다르다. 그러나 정치 ‘신참’으로 정치사를 새로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날 저녁 베를린에 도착한 오바마는 이날 메르켈과 나란히 앉아 민주주의를 주제로 생각을 나누고 독일·미국 시카고 청년 패널들과 토론했다. 메르켈과의 만남은 6개월 만이다. 오바마는 지난해 11월 퇴임 전 마지막 유럽 순방 때 베를린에서 메르켈과 만나 3시간 동안 비공개 만찬을 했다. 감정표현이 별로 없는 메르켈이 “안녕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을 정도로 둘은 가까웠다. 메르켈은 오바마와 만난 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브뤼셀로 갔다. 하루에 미국 전·현직 대통령을 모두 만난 셈이다. 오바마재단은 1년 전에 잡힌 일정이라며 “우연의 일치”라고 했지만 공교로웠다.

트럼프와 EU·나토의 첫 만남은 무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도 없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EU 회원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회담을 앞두고 CNBC에 “트럼프에게 중요한 발언을 기대하지도 않지만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천둥이 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담 후 “트럼프와 여전히 견해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말보다는 기념 선물이 더 눈길을 끌었다. 이날 트럼프가 나토에 헌정한 9·11 테러 추모 기념물은 최근 새로 지어진 나토 본부 앞에 놓인다. 대선 때 나토를 줄곧 비난해온 트럼프가 나토 지지를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나토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북대서양조약 제5조에 근거해 9·11 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했다. 트럼프는 이 조항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유럽은 트럼프가 들고 온 기념물을 제5조를 지지한다는 화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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