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장 "삼성 합병 관련 청와대 압력 받은적 없다"

장은지 기자 2017. 5.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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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묵시적 청탁도 청탁" vs 삼성 "이게 왜 범죄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오전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조준한 삼성의 순환출자 해소 관련 의혹 규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4~25일 이틀간 이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 공정거래위원회 담당 사무관과 국장이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외압이 없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에 특검 측은 "묵시적 청탁도 청탁이다"라며 공세를 취했다.

곽세붕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은 25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로부터 삼성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처분주식수를 재검토하라는 요청을 받았나'라는 특검 측 질문에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전날 증인으로 출석한 석동수 공정위 사무관 역시 "청와대로부터 외압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증언했다.

공정위가 합병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을 모두 가지고 있던 삼성SDI에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1000만주 처분 방침을 세웠다가 청와대의 외압을 받고 그 절반인 500만주로 줄여줬다는 것이 특검이 제기하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분명히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정위에 의견을 구했던 상황으로, 이 문제가 로비라는 의심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입장이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양사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던 삼성SDI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공정거래법은 합병으로 순환출자가 형성되거나 강화되는 경우 계열출자에 대해 6개월 내 처분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10개에서 7개로 감소, 순환출자 구조가 오히려 단순화됐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답답했던 삼성은 공정위에 먼저 의견서를 보냈다. 신규 순환출자금지제도가 2014년 7월25일부터 시행됐지만 삼성물산 합병 건 이전에는 법이 집행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공정위 모두 참고할 '모범 답안'이 없었던 상황인 셈이다.

공정위는 삼성 측의 질의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법 해석에 들어갔다. 2015년 10월14일 첫 보고서가 나온 것도 삼성 측에서 공정위에 의견을 구한 이후였다. 검토 결과 공정위는 1차적으로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가운데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추가 논의 끝에 처분해야 할 지분 규모는 500만주로 축소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삼성의 로비와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곽세붕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이 2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2017.5.25/뉴스1 © News1 오대일

◇특검 "묵시적 청탁도 청탁" vs 삼성 "정상적 일처리가 왜 범죄냐"

특검은 청와대에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관련 결정을 보고한 것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날 공판에서는 청와대 보고가 통상적인 관행이었다는 증언만이 반복됐다. 곽 국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요사안은 일반적으로 청와대에 보고하고 일부 중요사안에 대해서는 지시가 직접 내려오는 경우도 있어왔다"며 "삼성물산 합병 건의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특검이 로비라고 주장하는 김학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만남에 대해서도 "김종중이라는 이름을 기억 못한다"고 증언했다. 이는 김 부위원장과 김 사장이 따로 만나 처분주식수를 축소하도록 공정위 결정을 번복하는 논의를 했다는 특검 측 주장과 배치된다.

이날 공판에서 공정위의 검토 과정이 부실했다는 정황도 잇따라 나왔다. 공정위 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학현 부위원장이 반대의견을 내며 수정을 지시한 공정위 보고서는 기업집단과 석동수 사무관이 작성했다. 김 부위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보고서에 중대한 오류를 발견해 공정위 위원장의 허락을 얻어 재검토를 위해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전원회의에서는 석 사무관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 가운데 삼성 순환출자 고리의 성격을 놓고 위원들간 의견이 엇갈렸다.

석 사무관의 직속 상관이었던 곽 국장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으로 생기는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면서도 "검토 과정에서 논문을 살펴보거나 공정위 내 법률전문가에 자문을 구하지는 않았고 보도자료와 내부 법 규정을 검토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이 '시장에 충격이 크고 개정 공정거래법이 처음 적용되는 중대 사안임에도 왜 법률전문가에 의견을 구하지 않고 사무관에만 맡겨뒀나'는 질문에 곽 국장은 "전문가 의견을 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순환출자 관련 청와대에 청탁을 했다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은 "삼성 뇌물 수사 관련해서는 뇌물수수와 공여자 당사자에 있어 현안 인식이 있고 자금 지원 인식 양해가 이뤄졌다고 하면, 명시적인 청탁이 없더라도 묵시적 청탁으로 인정된다는 게 판례"라며 "오늘 증언처럼 순환출자 관련 처분주식수가 축소된 일련의 과정은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공정위의 최초 보고서는 실무자들의 부족한 검토를 거쳤고 이에 최종 결론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내부 의견 수렴을 통해 도출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아무 절차상 위법이 없고 오늘 증언에서도 청와대 누구로부터도 압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삼성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경제수석실에 삼성 의견을 전달하는 게 왜 범죄가 되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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