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단독 인터뷰] 김동현, 지금이 2005년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교덕 기자 입력 2017. 5.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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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05년이 아니라 2017년이라는 걸 알려 주겠다."

2005년은 지금의 김동현을 있게 한 소중한 해다.

김동현은 깨달았다.

김동현은 20대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에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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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영상 이나현 PD·글 이교덕 기자] "지금은 2005년이 아니라 2017년이라는 걸 알려 주겠다."

다음 달 17일 UFC 파이트 나이트 111 싱가포르 대회(UFC In 싱가포르)에서 맞붙는 콜비 코빙턴(29, 미국)의 '뜬금포' 독설.

김동현은 전성기가 지났고, 자신의 시대가 다가왔다는 의미였다.

'스턴건' 김동현(35, 부산 팀 매드/㈜성안세이브)은 어이가 없었다.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이 내 전성기다. 가장 랭킹이 높다. 그런데 2005년이 아니라는 걸 알려 주겠다니…. 게다가 2005년에는 선수 생활도 하지 않고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생선 잡을 때다"며 피식했다.

코빙턴의 맥락 없는 공격에 기가 찼다. 그러나 덕분에 치열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오랜만에 꺼냈다.

2005년은 지금의 김동현을 있게 한 소중한 해다.

지난 23일 부산 동대신동 팀 매드 본관에서 진행된 스포티비뉴스와 독점 인터뷰에서 김동현은 12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탔다.

"스피릿 MC에서 활동하던 때였다. 경기도 많이 못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좋은 차 타고 돈도 벌고 하니까 마음이 흔들렸다. 돈을 벌어 보고 싶어졌다. 세상 물정 몰랐다.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욕심에 최저 임금이 높은 외국으로 나갔다. 뉴질랜드로 가서 막노동하고, 생선 가게에서 생선을 잡고, 상점 카운터 보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루 세 타임을 일했다. 힘든 시기였다."

세상이 만만치 않았다. 의욕만으로는 힘들었다. 벽에 부딪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뉴질랜드 막노동보다 더 엄청난 일을 만났다.

▲ 종합격투기보다 PC방 아르바이트가 더 힘들었다는 김동현. 지금은 UFC 웰터급 랭킹 7위에 올라 있다.

"뉴질랜드 다녀와서 PC방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게 더 힘들더라. 3일 만에 도망쳤다. 100개 좌석이 있었다. 자리마다 벨이 있어서 레스토랑보다 더 고달팠다. 재떨이 비워 달라, 짜장면 시켜 달라, 많은 주문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현은 깨달았다. 각자 사람들에겐 맞는 일이 따로 있다고. 그는 다시 체육관의 문을 두드렸다. 다음 해인 2006년 종합격투기에 복귀했다.

그것이 김동현 인생에서 '신의 한 수'였다. 일본 종합격투기 대회 딥(DEEP)에서 승승장구했다. 7승 1무 무패 성적을 쌓았다. 2008년엔 드디어 한국인 최초로 UFC 옥타곤에 진출했다.

뉴질랜드에서 생선을 토막 내지 않았다면, PC방에서 재떨이를 갈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대표 파이터 김동현은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해야 하는 게 뭔지, 하늘의 뜻이 뭔지 알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운동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의 일이 내겐 더 힘들구나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힘들다는 이 일이 나한테는 너무 쉬우면 체질과 천성에 맞는 거다. 그 이후로 아무리 어려운 순간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여기까지 왔고, 이제 UFC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14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동현은 20대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에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다. 내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만 의식하다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했다면 시간 낭비였을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길로 도전할 줄 아는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해 봐라. 실패해도 된다.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20대에는 그래도 된다"며 웃었다.

코빙턴의 독설에 김동현은 외려 마음을 다잡은 것 같다.

지금이 2005년이 아니라 2017년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김동현은 신나게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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