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다음은 AI끼리 對局

박건형 논설위원·산업2부 기자 2017. 5. 2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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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알파고와 커제의 2차 대결도 알파고의 압승이었다. 155수 만에 불계(不計)로 싱겁게 끝났다. 커제는 초반부터 밀리다가 패를 이끌어 판을 흔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기원 해설자는 알파고의 119수를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수'라고 했다. 세 번째 대국이 남아 있지만 커제의 승리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에서 기성(棋聖)으로 추앙받은 후지사와 슈코는 전성기에 "몇 점을 접어주면 신(神)과 겨룰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후지사와는 "두 점이라면…"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다가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세 점 놓고 두겠다"고 했다. 신과 인간 격차가 세 점이라는 것이었다. 현재의 알파고 실력은 작년 이세돌을 꺾을 때의 알파고에 3점을 접어주는 수준이라고 제작사 딥마인드가 설명했다. 후지사와가 말한 신의 경지보다 훨씬 높은 곳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대결은 의미 없게 됐다. 이세돌·커제만큼 흥행도 안 될 것이다. 승패 뻔한 대국에 누가 관심 갖겠는가. 알파고와 인간 기사 사이의 치수 고치기 접바둑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어떤 프로가 그런 시합에 나서고 싶겠는가. 이젠 기계와 기계의 싸움으로 가지 않을까. 구글이 만든 알파고와 한국·중국·일본의 대표 AI 기사(棋士)가 맞붙는 국가 대항전 말이다.

▶실제 3월에 일본에서 세계 30개 인공지능이 참가한 바둑 대회가 열렸다. 우승은 중국 줴이, 2등은 일본 딥젠고였다. 줴이는 알파고 등장 이후 중국 기업 텐센트가 만들기 시작했다. 알파고 실력을 추격 중이다. 딥젠고도 프로 기사들과 막상막하 승부를 겨룬다. 재작년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국 대표 돌바람은 8강에서 탈락했다.

▶'최고급 의자와 노트북 제공.' 지난해 '인공지능 연구소'라며 정부가 세운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채용 공고에 적힌 입사 혜택이다. 알파고 쇼크에 대응하겠다며 대대적인 지원책을 약속했지만, 지원 예산은 국회에서 삭감됐다. 월급을 많이 줄 수 없게 되자 의자와 노트북을 특전(特典)이라고 적었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구글은 2014년 생긴 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벤처기업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4500억원을 썼다. 당시 딥마인드 직원은 10여명에 불과했고, 알파고도 아직 없을 때였다. 가능성 하나만을 보고 한 투자였다. 그런 과감한 투자가 바둑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고, 장래 인류 미래까지 바꿔놓을 가치 있는 투자로 주목받게 됐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 이런 결단과 예지를 기대한다는 게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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