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필요인력 계산도 없이 무작정 '1만2000명 추가 채용'

최종석 기자 입력 2017. 5. 2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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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예산 6000억.. "추경 통과 안되면 시험 차질"]
올해 총 6만명 역대 최대 규모
일자리 늘리기 급급, 졸속 우려
野 "국민 세금 부담 커져" 반대

문재인 정부가 올 하반기에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로 뽑겠다고 밝히면서 2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전국의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모집 직군의 인력 수요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집 정원부터 정하는 등 '졸속 채용'이 우려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필요한 예산은 올 6월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야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추경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25일 기재부와 인사혁신처,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정기획자문위에 6월 중 채용 공고를 내고 10월에 시험을 치를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기획자문위가 '올해 선발을 마치고 내년에 바로 투입하려면 최대한 빨리 공고를 내야 한다'고 해 최대한 일정을 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용 분야는 소방과 경찰, 사회복지, 군무원·부사관이 각각 1500명, 근로감독관 등 생활안전 분야와 교사가 각각 3000명이다. 소방, 경찰, 일반행정 등 상당수 직군이 이미 올해 인원을 뽑았거나 뽑고 있어 공시족에게 추가 응시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10월 시험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추가 채용의 취지에 따라 국가직이나 지방직이나 모두 같은 날 시험을 치르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복수 지원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로 뽑으면 올해 공무원 채용 규모는 6만여명에 달해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일자리 수 늘리기에만 급급해 공무원 인력 수요 조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교수 A씨는 "직군별 선발 인원은 대선 때 캠프에서 만든 것으로 정부에서 모자라는 인원을 조사해 배정한 것이 아니다"며 "실제로 소방, 경찰, 교사 등이 얼마나 부족한지, 그래서 국민이 얼마나 불편을 겪고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생활안전 분야의 경우 7급·9급을 뽑겠다는 계획만 있을 뿐 아직 부처별로 인력 수요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6월 공고를 내기 전까지는 각 부처를 통해 필요한 인원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계획대로 공무원 채용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6월 임시국회 때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통과시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강해 예산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등은 세금을 들여 공무원 수를 늘리면 국민 부담이 커지고 공시족만 늘게 될 것이란 논리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는 20만여명이 시험을 볼 수 있는 고사장을 빌리고 감독 인원을 확보하는 등 시험 비용만 30억여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 채용한 공무원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선발 첫해 6000억원은 필요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건비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면 된다지만 당장 시험 진행 비용 30억원이 문제"라며 "추경으로 30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고만 내고 시험을 치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채용 계획이 안 나와 공시족과 학원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보통 한 해 채용 계획은 수험생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연초에 나온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연 단위로 계획을 짜 공부한다. 서울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27)씨는 "시험 기회가 한 번 더 생긴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안 그래도 불안한 수험생 입장에선 채용 계획이 빨리 확정되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보통 여름부터는 그다음 해 4월 국가직 시험에 맞춰 기본 이론 강의를 여는데 이번에는 막판 문제풀이반도 추가로 운영해야 할 상황"이라며 "강의실 확보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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