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원전 이후는 생각해 봤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입력 2017. 5. 26. 03:13 수정 2017. 5. 2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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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새 정부는 최근 미세 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노후 석탄발전소의 일시적 가동 중단 조치를 취했다. 이는 석탄발전 축소 대선 공약의 조기 실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 절차도 단계적으로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규 원전의 건설 취소가 미칠 사회적·경제적 여파에 대한 숙고와 대책이 미진한 상태에서 탈원전 정책이 성급하고 근시안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새 정부는 세계적 조류와 미래의 필요, 우리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장기적으로 유효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탈원전 주창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세계적으로 원자력은 퇴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과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원자력 사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미국 에너지부 에너지정보국에서 작성한 2016년 판 세계 에너지 전망 자료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실제로 중국·러시아·영국을 필두로 여러 나라가 원전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원전 6기를 수출한 바 있는 중국 핵 공업그룹은 아르헨티나에 건설할 원전 2기 공급 계약을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7일 체결했다. 이미 36기의 가동 원전을 보유한 중국은 21기의 원전을 국내 건설 중이고 열한 나라에 약 30기의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원전을 일대일로(一帶一路) 주요 건설 수출 품목으로 지정해 육성하고 있다. 영국은 13기의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이고 인도도 이달 17일 원전 10기를 국내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게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세계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이는 미국의 신규 원전 건설이 약 30년간 중단된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원전 건설과 기술 개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원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운영 지원 계약을 통해 77조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지난 4월 영국 정부가 자국 원전 건설에 한전의 참여를 요청했을 만큼 우리 원전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6년 7월25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 3·4호기 옆에 들어설 신고리 5·6호기의 부지 공사 현장 모습. /김종호 기자

원전 건설은 고도의 설계 기술, 제작 기술은 물론이고, 관련 설비와 부품 공급망 산업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진 기술 자립 노력과 건설·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기술 집약적 발전 시스템을 갖추었다. 만약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고 후속 원전 건설마저 취소되면 지금껏 공들여 이룩한 원전산업이 붕괴된다. 물론 수만 개의 고급 일자리와 수출을 통한 대규모 외화 획득의 기회도 사라진다.

새 정부 공약대로 2030년쯤까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 더구나 석탄과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대신 가스 발전 비중을 37%까지 늘린다는 계획에는 향후 유가 인상 가능성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 요인에 대한 고려가 없다. 가스 발전의 확대는 이산화탄소 감축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 국가의 미래 에너지 필요를 충족하려면 운영 만기가 되는 기존 원전은 정지하더라도 신규 원전은 예정대로 건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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