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의 블랙코드] '문빠'의 거침없는 질주

최민우 2017. 5. 2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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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정치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층 ‘문빠’가 전방위에 걸쳐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한경오’(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와 벌인 언론 전쟁은 서막이었다. 연전연승을 거둔 뒤 그들은 유유히 여의도로 타깃을 옮겼다. 24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열리자 “XX하네, 너는 군대 갔냐” 등의 ‘문자 폭탄’을 쏟아냈다. 야당 의원들은 “욕을 하도 먹어 배가 부르다”고 했다.

‘문빠’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갈린다. 보수층은 “문재인의 홍위병”이라고 낙인찍는다. 25일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맹목적 지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진보층은 일부 우려도 있지만 상당수가 지지하는 분위기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욕설·신상털기 등은 걸러져야 하지만 시민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폭탄·테러 운운하며 깎아내리는 것이야말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질려 하든 환호하든 ‘문빠’는 이제 누구도 함부로 하기 어렵고 눈치를 살펴야 하는 권력이 됐다.

“친문 패권주의가 잠잠해지니 문빠 패권주의가 득세한다”며 시비 걸고 비난할수록 그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특정인의 통제를 받지도 않고 게릴라처럼 흩어져 있으면서도 이토록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건 연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팬덤’의 성향을 가진 데다 신념까지 결합해 강한 결집력과 지향성을 띤다”고 진단한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막지 못한, 일종의 자책감과 분노가 ‘문빠’의 연대감을 강화했을 듯싶다.

본질적으론 한국 사회 주류 세력에 대한 폭넓은 반감이 ‘문빠’로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 언론과의 일전에서 보듯 ‘문빠’에겐 더는 ‘조중동’이냐 ‘한경오’냐가 중요하지 않다. 보수든 진보든 여전히 한 수 가르치려 드는 듯한 ‘꼰대’가 꼴보기 싫을 뿐이다. 막무가내로 칼춤만 췄다면 ‘문빠’가 현재의 영향력을 가졌을까. 엘리트주의에 찌든 ‘기레기’와 ‘금배지’ 등을 상대로 정밀 타격을 가하는 모습에서 대중은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빠’의 향후 향배는? 2011~2012년 팟캐스트 ‘나꼼수’를 떠올려봄이 어떨지. 당시 ‘나꼼수’는 금기를 거침없이 폭로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으나 스스로 도취해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상종가를 치고 있는 ‘문빠’ 역시 막강 화력보단 절제의 미덕이 이젠 더 중요하지 않을까. ‘문빠’의 선택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최민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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