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007은 이렇게 움직인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7. 5. 2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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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트럼프·코미 파문으로 본 美정보기관의 세계
- 요주의 외국인과 통화하면 감청
美주재 러 대사는 상시 감시 대상, 통화한 플린 前보좌관도 감청돼
- 사람 만나면 무조건 기록
코미 前국장, 트럼프 만난 후 귀가 차량에 타자마자 기록 시작
결백 증명 위해 메모 공유도
- 러시아의 '콤프로마트 공작'
美 관료 약점 잡아 반역 강요.. 푸틴이 과거 자주 쓰던 수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파문이 미국 정치권을 흔들면서, 미국 정보기관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 언론이 보도한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 등의 활동에는 외국 기관과 외국인에 대한 촘촘한 도청, 러시아에 대한 집중 감시, 정보기관 사람들의 기록벽, 매수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이 잘 나타나 있다.

/Getty Images bank

①미국 내 외국인 감청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지난 2월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말 카리브해 휴가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에 꼬리가 잡혔다. 세르게이 키슬랴크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가 플린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부탁했고, 이 통화가 고스란히 미 정보기관에 감청된 것이다.

/Getty Images bank

미 정보기관이 플린 전 보좌관의 통화를 감청한 것은 전화 상대방이 러시아 대사였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은 미국의 '해외 정보 감시법'에 따라 의심 가는 외국인 혹은 외국 기관을 감청할 수 있다. 외국인이나 외국 기관 감청도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미국인 상대 감청보다 훨씬 허가를 받기도 쉽고 그 대상도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대사 등 과거 적성국 주요 인사들은 사실상 상시 감시 대상에 올라 있다.

②외국은 사실상 무제한 감청

미국 이외 지역에서 일어나는 통화는 사실상 제한 없이 감청되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월 "미 정보기관들은 대선 직후 러시아 관료들이 선거 결과에 대해 기뻐하는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고 했다. 이는 러시아를 직접 감청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2014년에는 미 국가안보국(NSA)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93개국에 대한 신호정보 수집(도청)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도청에서 제외된 나라는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네 나라였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3월 중앙정보국이 아이폰과 컴퓨터, 삼성 스마트TV까지 도·감청 도구로 활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③접촉 대상은 무조건 기록한다

미국 정보기관의 기록 집착도 이번 파문에서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FBI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이른바 '코미 메모'가 대표적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다 경질된 코미 전 FBI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메모를 했고, 이를 FBI 및 법무부 관계자들과 공유했다. 코미 전 국장이 대화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귀가 차량에 타자마자 기록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코미 前 FBI국장, 플린 前 NSC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말 마이클 로저스 NSA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FBI 수사를 막아달라"고 부탁하는 대화 내용도 NSA 관계자가 실시간으로 기록해 서류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기관 사람들은 누구를 만나든 철저히 기록하도록 훈련받는다. 특히 이해관계자를 만날 때는 대화 내용을 메모해 이를 주변과 공유해야 나중에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정보기관의 특성을 모른 채 마치 상거래하듯 이들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

④콤프로마트(회유·협박)가 최대의 적

미국 정보기관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러시아의 '콤프로마트(kompromat)'였다. 정보기관장들은 의회 증언에서 한결같이 "콤프로마트가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콤프로마트는 유명 인사의 불륜 등을 약점으로 잡아 협박하는 것으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연방보안국(FSB) 수장으로 있던 때 자주 활용한 수법이라고 한다.

존 브래넌 전 중앙정보국 국장은 지난 23일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러시아 정보기관들은 '콤프로마트'를 통해 미국 관료들에게 반역을 강요한다"고 했다.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도 지난 16일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이 대화에서 (플린 등 트럼프 캠프 관계자에 대해) '콤프로마트'란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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