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얘기 듣고 숨멎는 충격.. 세계 알리려 소설 써"

2017. 5.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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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에 왔을 때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에 갔었지요. 할머니들은 조용히, 꼿꼿하게 정면으로 일본대사관을 바라보고 계시더군요. 할머니들의 침묵은 어떤 목소리보다 크게 느껴졌습니다."

켈러 씨는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실망스러웠다. 특히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은 할머니들에게 다시 침묵하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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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1997년 '종군위안부' 소설 발간 노라 옥자 켈러 방한

[동아일보]

한국계 미국 소설가 노라 옥자 켈러 씨가 25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 앉았다. 그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정치적인 이유로 힘없는 여성의 목소리를 묻어버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05년 한국에 왔을 때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에 갔었지요. 할머니들은 조용히, 꼿꼿하게 정면으로 일본대사관을 바라보고 계시더군요. 할머니들의 침묵은 어떤 목소리보다 크게 느껴졌습니다.”

1997년 미국에서 소설 ‘종군위안부’(Comfort Woman)를 내 1998년 전미도서상을 받은 한국계 소설가 노라 옥자 켈러 씨(52)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최근 방한했다. 25일 만난 그는 “할머니들은 ‘역사는 덮으려고 해도 덮을 수 없다. 내가 바로 여기 있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켈러 씨는 이날 본보 취재진과 함께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았다. 그는 소녀상을 처음 봤다고 했다. “할머니들처럼 움츠리지 않고, 당당하게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네요.”

하와이에서 자란 그는 1993년 하와이대 인권 심포지엄에서 황금주 할머니(2013년 별세)의 강연을 듣고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뒤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 “한국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증언을 듣고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뒤 할머니들의 증언 번역본을 읽으면서 오랜 침묵의 무게를 느꼈고, 그 트라우마가 다음 세대에 이어진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켈러 씨는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실망스러웠다. 특히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은 할머니들에게 다시 침묵하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0, 70년대 한국의 미군 기지촌을 배경으로 사생아, 혼혈인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 ‘여우소녀’(Fox Girl)를 2002년 냈다. “위안부나 기지촌 여성들 모두 오래 잊혔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세대가 바뀌었는데도 같은 문제가 벌어지는 걸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인이 얼마나 죽었는지, 지정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는 가감 없이 알려지지만 여성과 어린이, 약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와이에서 고교 교사로 작문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일을 하고 자녀를 돌보느라 글을 쓸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고 했다. 곧 둘째 딸이 고교를 졸업해 다시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1980년대 하와이의 해변 휴양지 와이키키에서 벌어진 성매매, 인신매매 문제를 다룬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종군위안부’와 ‘여우소녀’에 이어 다시 약 20년 뒤를 배경으로 하는 셈이다. 그는 “이 역시 당시에는 쉬쉬하면서 넘어갔던 문제”라며 “소설을 통해 여성이 입은 피해뿐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주체성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묘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진실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전쟁 속에서 여성을 희생시키는 일은 크건 작건 여러 곳에서 자행됐습니다. 어느 누구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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