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정의당이 왼쪽, 민주당이 오른쪽인 세상 꿈꾼다"

강찬호 2017. 5. 2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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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대선에서 선전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6.2%를 득표해 진보 정당 후보로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의 득표율은 2002년 대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기록한 3.9%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다. 그가 얻은 201만7458표는 권 후보가 얻은 95만7148표의 두 배가 넘는다. 진보 정당의 위상을 크게 올리고 국회로 돌아온 심 대표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심상정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정당명부제와 결선투표제 등 다당제를 뒷받침해줄 선거제도 개혁에 반드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근 기자]

Q : 대선 결과를 자평하면.

A : “대선 당일 밤 8시 방송된 출구조사에서 내 예상 득표율이 5.9%로 보도되자 후원금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이튿날 아침 9시까지 7400명 넘는 지지자들이 3억원 가까운 돈을 보내줬다. 득표율 15% 미만인 후보는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걸 걱정해 십시일반으로 나선 것이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메시지와 함께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대선 출마는 득표율도 중요하지만 정의당의 비전과 정책에 국민이 공감토록 하는 것이 더 큰 목표였다. ‘정의당이란 무슨 당인가’가 대선 화두였다.”

Q : 궁금해진다. 정의당은 무슨 당인가.

A :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치를 지향하고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비전을 가진 당이다.”

Q : TV토론에서 명쾌하고 소신 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모았다.

A : “‘기성 정당과 다른 게 도대체 뭐냐’는 지적을 받아온 정의당의 실체를 제대로 알릴 첫 기회였다. 특히 복지국가 비전과 성소수자의 자유에 대해 발언한 게 국민의 주목을 받은 것 같다. 토론을 통해 정의당이 급진적인 당이 아니라 수권 능력이 있는 당임을 보여준 게 의미가 있다.”

Q :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심상정이 토론에서 문재인을 헐뜯는다’고 비판했다.

A : “내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첫 번째 받은 질문이 ‘완주할 거냐’는 거였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이런 사표론은 양당제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군소 정당은 참정권이 너무나 크게 제약돼 왔다. 결국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 대선에선 내가 권영길 후보 이래 처음으로 대선을 완주해 사표론의 가위눌림에서 벗어났다. 그것만도 소중한 성과다.”

Q :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당시)는 문 후보 승리가 굳혀진 상황에서도 심 후보 지지에 대해 사표론을 제기하자 사과했다.

A : “민주당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블랙아웃’ 기간 내내 사표론과 홍준표 추격론을 강조했다. 이런 캠페인이 보수 세력을 자극, 결집시켜 홍준표가 24%나 득표하는 데 일조한 것 아닌가. 민주당 내부의 평가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사표론을 넘어설 수 있는 역량과 체질 강화가 필요하다.”

Q : 대선 이후 정의당이 나아갈 방향은 뭔가.

A : “정의당은 선거 때마다 당의 생존을 놓고 싸워야 했지만 이번 대선을 거치며 집권 비전을 갖는 정당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우리는 대선 이후가 시작이다. 3년 뒤 총선에서 유력 정당으로 도약하는 ‘2020 프로젝트’를 통해 원내교섭단체 문지방(20석) 이상을 확보하는 성과를 내겠다.”

Q : 대선 이후 국회는 5당 체제가 됐다.

A : “대선을 통해 양당제보다 다당제가 민의에 더 부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당제는 표심을 왜곡해 정권교체를 가로막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야권에) 있었다. 이 논리에 따라 군소 정당은 단일화 압박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결과 다당제에서도 정권교체가 가능했고 양당제가 오히려 부패 세력의 기득권을 유지해 주는 온실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양당제를 받쳐온 기존 선거제도가 유지되는 한 어렵사리 실현된 다당제는 금방 흔들리고 양당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 등 다당제를 받쳐줄 선거제도로의 개혁이 절실하다.”

Q : 그러나 기존 선거제도로 혜택을 보고 있는 집권당이 동의해줄까.

A : “사실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보다 어렵다.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할 때마다 거대 정당들은 ‘개헌 정국에서 하자’며 피해 왔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게 대통령의 의지다. 그런데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 전 개헌을 약속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거대 양당이 국민을 속이며 피해나갈 수 없을 것이다. 개헌을 논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대국민 사기다.” 개표 12시간 만에 3억 후원금 답지 정의당 존재감 각인, 가장 큰 성과 3년 뒤 총선서 교섭단체 넘어설 것 입각? 문 정부와 공통분모 있어야

Q : 개헌에 대한 정의당의 안은 뭔가.

A : “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언급했지만 우리는 권력구조 개편에 앞서 국민의 기본권과 국민 주권 및 지방분권 강화와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한다. 개헌은 촛불시민혁명을 완수하는 개혁이 돼야 한다. 개헌 논의가 과거처럼 밀실에서 이뤄지면 안 된다. 반드시 국민의 공감대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

Q : 대선 과정에서 유승민 후보를 칭찬해 관심을 모았다.

A : “수구 보수 세력이 즉각 퇴출돼야 한다는 절박감에서였다. 다만 유승민 후보는 사회적으론 합리적인 비전을 제시했지만 안보에 관해서는 냉전적 사고에 갇혀 있음을 느꼈다. 나는 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이 오른쪽, 정의당이 왼쪽에 포진하는 게 바람직한 경쟁 구도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계 개편은 (정당 간 공학적 합당 대신) 국민에 의한 개편이 돼야 한다. 기존의 보수 세력 역시 인위적으로 재편되기보다는 민심에 의해 도태되는 게 맞다.”

Q : 노동부 장관 입각설이 돌았는데.

A : “정부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은 바 없다. 만약 제안이 오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의당 발전의 공통 범위 안에 있는 제안인지 고민하겠다. 나 개인이 장관이 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당 차원의 결정이어야 한다.”

Q :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는데 기업은 물론 정규직 노조의 협조 여부도 불투명하다.

A : “일자리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 그리고 임금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임금 구조는 액수가 아주 적고 수당의 비중이 크다. 추가 근무를 해야 생활이 된다. 이런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노조에 노동시간 단축에 협조해 달라고 설득할 수 있다.”

Q : 저성장 시대에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에 집착하니 비정규직이 양산된다는 지적은 .

A : “비정규직 양산은 정규직 노조 탓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허용한 법과 정책 탓이다. 이것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런다고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을 확대하겠나?) 비정규직 채용을 막으면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일이 있으면 일자리는 생기기 마련이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례로 하청사업 비용은 원청기업이나 대기업에서 부담하게 해야 한다.”

Q : 유승민 후보가 내건 중부담·중복지 공약은 어떻게 보나.

A : “사실 유 후보의 공약은 우리의 복지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 정도로 높이려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최소한의 목표조차 한국의 현실에선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역시 OECD 국가 평균치를 지향할 뿐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까지 가겠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것이 정의당과 민주당의 비전 차이다. 다만 복지국가는 몇 년 안에 완성되는 게 아니다. 나와 정의당은 일단 10년 안에 OECD 평균 수준 복지국가로 나라를 끌어올리고 그 이후 고수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Q : 그렇게 복지 수준을 높이 면 증세가 필수다.

A : “증세 문제는 정치 지도자나 정당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국민에게 다양한 복지 청사진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이 스스로 부담 가능한 수준의 복지 옵션을 선택하게 해줘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득권층이 항상 복지국가 회의론을 주장해왔다. 그래서 OECD 10위권 국가가 됐는데도 복지 수준은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이제야말로 국민이 복지 수준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민주당 사퇴 요청, 홍준표만 도와 사표론 강변 대신 당 체질 키우길 선거 개혁 없는 개헌, 대국민 사기 선거법 개정, 대통령 의지에 달려

Q : 북유럽 수준의 복지를 지향하나.

A : “국민이 일단 지금보다 나은 복지 수준을 체험하면 만족감을 느껴 결국 북유럽 수준의 복지국가를 지향할 것이라 본다. 안보 상황을 이유로 북유럽급 복지는 불가하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 (냉전 시절 안보 위협에 시달린) 유럽도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인 당시에 이미 무상교육을 실현했다. 결국 국가의 비전과 철학에 달렸다.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이 심상정의 목표이자 이상향이다.”

Q : 정의당이 분배만 앞세우고 성장 전략은 부실하다는 비판은 어떻게 보나.

A : “그런 담론 자체가 왜곡된 것이다. 성장과 분배를 대립시키는 논법은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재계나 기득권층은 ‘투자가 잘되면 분배가 저절로 된다’고 늘 주장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 않나. 오히려 지금은 선진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엔 분배가 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즉 지금이야말로 가계소득을 늘려줘 소비를 촉진하면 그 결과 투자가 늘어나 성장이 견인되는 시대다.”

Q : 분배를 늘리는 것 외에 다른 성장 전략은 .

A : “나는 소득 주도 성장론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새로운 미래산업 전략을 추가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대선에서 이렇게 분배와 성장과 미래 전략을 종합적으로 거론한 후보는 나밖에 없었다. 유승민 후보가 (이런 걸 몰랐는지 ) 내게 ‘분배만 앞세우고 성장 전략은 없다’고 특히 공격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의 성장 전략은 창업이다. 나와는 차이가 있다.”

Q :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산업 전략은 뭔가.

A : “내 대표적 공약의 하나가 ‘나라 전역에 전기충전소를 만들어 생태경제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로 산업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터넷 광케이블로 정보화를 선도했다면 이제는 전국에 생태경제고속도로를 깔아 에너지 혁명을 선도할 때다. 다들 전기차, 전기차 하지만 막상 구매해도 충전소가 태부족하니 몰고 다닐 수가 없다. 당연히 전기충전소를 전국에 설치해야 한다. 다만 이런 인프라 사업은 민간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경제 구조가 바뀌어갈 것이다.”

■심상정은 … 「노동운동에서 잔뼈가 굵은 진보 진영의 대표적 정치인. 교육자를 꿈꾸며 서울대 사범대에 입학했지만 전태일 열사 스토리를 접하고 노동운동에 몸을 던졌다. 1985년에는 구로동맹파업 주동자로 수배된 가운데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결성을 주도, 중앙위원장을 맡았다. 이어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쟁의·조직국장을 거쳐 전국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지내며 80~90년대 노동운동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17대 국회에 입성, 정계에 입문했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도전했다가 유시민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2012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진보 대통합을 통해 통합진보당을 창당하고 19대 총선을 치러 당선됐지만 비례대표 경선파동으로 인해 당이 극심한 내홍 끝에 분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결국 통진당을 떠나 진보정의당을 거쳐 정의당을 창당해 대표를 맡았다. 2012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바 있다.

▶경기도 파주(58) ▶명지여고 ▶서울대 역사교육과 ▶서울노동운동연합 중앙위원장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진보신당 공동대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정의당 대표 ▶17·19·20대 국회의원(3선) 」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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