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노동자 '우울증 의심' 39%..55%가 "자살 생각해본 적 있다"

이효상 기자 2017. 5. 2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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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장시간 일할수록 증상 심각해
ㆍ365일 중 평균 70일 크런치모드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가 잃는 것은 휴식시간만이 아니다. 게임산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의 비율이나 자살을 생각해본 사람의 비율이 다른 직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설립한 ‘무료노동 부당해고 신고센터’는 지난 3월21일부터 5주간 진행된 ‘게임산업 종사자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장시간 노동이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게임산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노동자 620명이 참여했다.

신고센터가 우울증 자가진단 척도(CES-D10)를 통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은 39.4%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20대와 30대 노동자들의 우울증 의심 비율은 각각 41.9%, 39.5%로 일반 인구의 우울증 의심 비율인 10.1%, 8.1%를 크게 넘어섰다. 실제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6.8%나 됐다. 응답자 중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55.5%에 달했다. ‘거의 매일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응답과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의 비율도 3.5%, 2.1%로 적지 않았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일수록 우울증상이 심각한 경향도 나타났다. 일주일 평균 52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40시간 일하는 노동자보다 2배 이상 높은 우울증상 위험도를 보였다.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근무시간의 영향을 받았는데,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40시간 일하는 노동자들보다 2.8배가량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60세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크게 낮아졌다. 일주일에 6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노동자는 40시간 근무자보다 일자리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5.8배 높았다.

게임업계의 장시간 노동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크런치모드’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84.2%였고, 크런치모드일 때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4시간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연중 70일 정도를 크런치모드로 보낸다고 답했다. 크런치모드는 게임 출시 및 업데이트를 앞두고 야근과 밤샘을 반복하는 게임업계의 근무방식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를 분석한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최근 게임업계를 대상으로 이뤄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가 밀린 임금 등에 집중돼 있어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다만 온라인 설문조사인 만큼 건강과 노동조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적극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게임산업 노동자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고센터는 향후 6개월간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신체활동량과 활동 중 혈압 측정 연구 등을 진행해 장시간 노동의 건강 영향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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