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팩트체커] 책임총리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안병욱, 윤은별 입력 2017. 5. 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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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해임건의·각부 통할..임명은 협의권에 그칠 듯
Q: 지난 24~25일 이틀간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책임총리'를 놓고 여야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책임총리의 역할, 즉 어떤 권한을 갖느냐는 것이지요. 책임총리란 무엇이고 무슨 권한을 갖는다는 건가요?

A: 책임총리란 통상 '실질적인 권한'을 발휘하는 총리를 의미합니다. 이번 청문회에서 이슈가 된 이유는 19대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의 권한을 기존 정부보다 강화하는 책임총리 현실화를 수차례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헌법이 규정하는 국무위원 제청과 해임건의, 행정 각부에 대한 지휘 등 국무총리의 권한을 보장해 국정의 효율성과 균형을 강화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국무회의 구성원으로 행정각부 장관이 겸직) 제청권 ▲각료 해임건의권 ▲각 부처의 지휘권을 보장한다는 겁니다.

헌법 87조 1항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고, 87조 3항은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86조 2항은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낙연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책임총리의 개념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감각적으로 내각이 할 일은 국무총리가 최종적으로 책임자이고 우선적인 결정권자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제청권은 애매한 데가 있다. 총리가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것은 헌법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다. 국무위원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헌법이) 무의미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즉 국무위원에 대한 제청권은 '대통령과 의미있는 협의를 하는 정도'라고 인식한 것입니다.

◆ 이낙연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강조

지난 24일 청문회에 앞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총리에게 임명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는지'를 이 후보자에게 사전 서면질의했었습니다. 처음에 이 후보자 측은 '대통령이 그와 같은 취지의 말씀을 했다'고 답했다가 같은날 '(대통령이) 인사권을 붙여 말씀한 적이 없고, 헌법상 국무위원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답변을 바꿨다고 이 의원은 전했습니다.

19대 대선과정에서 책임총리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어떨까요. 지난 2011년에 출간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그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총리가 국무위원 임명에 관여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 총리에게는 해임건의권을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과 이 후보자가 인식하는 책임총리의 권한은 ▲해임건의권과 ▲각부 통할권에 대해선 적극 인정하지만, 국무위원 임명과 관련해서는 ▲협의권 정도에 그친다고 인식하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인사권과 (국무총리의) 제청권을 충돌하는 것으로 보지 말라"면서 "제청권과 인사권이 충돌하지 않으니 적극 행사하고, 특히 해임건의권은 단호하게 하라"고 이 후보자에게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 대통령 뜻에 좌우…개헌 때 명확히 할 필요

현행 대통령 중심제에서 책임총리의 권한은 결국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좌우됩니다. 지난 1994년 김영삼 정부의 이회창 전 총리는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인 제청권 등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수시로 충돌했습니다. 그래서 "법적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며 전격적으로 사퇴한 바 있습니다.

당시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가 물러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총리로서 자신의 직무상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려는 것이 사임의 배경이 된 것에 대해 현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현행 헌법대로라면, 책임총리 권한의 현실화는 어렵기도 하고, 권한을 나누려는 대통령의 실질적 의지가 가장 중요한 셈입니다. 25일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문위원들의 관련 질문에 대해 "국무총리의 제청권이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되서 대통령에 대한 견제권이 유명무실하게 되어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레이더P와의 통화에서 책임총리제 구현을 위해선 "개헌시기에 확실하게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도록 제도적(개정 헌법)으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안병욱 기자/윤은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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