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캐시서버가 뭐길래.. 페이스북 뭇매 맞은 이유

나원재 2017. 5. 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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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캐시서버' 사용료 거부하며 일방적 접속 차단
12월 SK브로드밴드에 '캐시서버' 설치 요구
협의 과정서 갈등.. "망 이용료 내지 않겠다"
네티즌 불편 '나몰라라' 행태에 거부운동까지
국내 영업익 1400억 추산 속 '무임승차' 지적
해외조세회피처로 막대한 이익 누락 주장도

◇ 캐시서버= 이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콘텐츠와 데이터를 가까운 위치에 저장해 두는 서버입니다. 이용자는 해외 사이트 접속 시 외국 본사의 서버를 거치지 않고, 국내에 설치된 캐시서버를 통해 보다 빠른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동영상 콘텐츠 등은 한국 내 캐시서버에 저장해두고, 이외 비교적 가벼운 콘텐츠는 본사 서버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지난해 매출 276억 달러(약 31조5000억원), 영업이익 126억 달러(약 14조4000억원)를 기록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국내 네티즌에 때 아닌 뭇매를 맞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접속 등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데요. 서비스 불편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막이 전해지면서 페이스북을 향해 '있는 놈들이 더 한다',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말자'는 등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페이스북을 이용한 네티즌은 접속 지연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네티즌은 이를 두고 단순히 SK브로드밴드가 이용하는 페이스북의 홍콩 서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알려진 바로는 당시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는 '캐시(cache) 서버' 설치를 두고 이용료 등을 협의하면서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에 캐시서버 설치를 요구하면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주장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방적으로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한 접속을 차단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캐시서버에 대한 정당한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페이스북은 주요 국가에서 트래픽 비용을 부담한 사례가 없어 과금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망 사용료에 대한 형평성입니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아프리카TV 등도 망 사용료를 연간 수억원에서 수백억원 비용을 내는 만큼, 페이스북도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국내 매출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페이스북 전체 매출과 국내 이용자 규모를 통해 추산하면 국내 매출은 약 3150억원, 영업이익은 약 14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에서 월 1회 이상 페이스북을 사용한 사람 수가 약 18억6000만명, 국내 이용자는 1800만명으로 집계됐는데요.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을 100분의1 수준으로 가늠할 때 나오는 수치입니다. 페이스북이 캐시서버를 통해 보다 빠른 서비스로 이용시간과 비례하는 광고 수익을 늘리면서도, 망 이용료와 관련해선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해외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누락시키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본사인 미국에 보내지 않고, 조세회피 국가인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설립한 후 아일랜드 자회사에 송금하면서 보다 적은 세율을 적용받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실제 국세청은 한국오라클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약 2조원의 수익을 누락한 것을 찾아내 법인세 3147억원을 부과한 가운데, 현재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놓고 사업자 간 분쟁으로 이용자 불편이 발생한 만큼, 사업자 간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이익 침해 여부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발생한 SK브로드밴드 이용자의 페이스북 접속 지연에 대한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것입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내용을 살펴본 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등을 결정할 수 있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며 "구체적 내용을 살펴봐야 하고, 이제 막 조사를 시작한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페이스북은 최근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자사의 가상현실(VR) 플랫폼인 '페이스북 스페이시스'를 공개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VR과 증강현실(AR) 서비스를 회사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제시하고,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만들어 VR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고용량의 VR·AR 동영상 서비스에 따라 페이스북은 앞으로 보다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방통위의 사실관계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명확한 망 사용료 부과 원칙이 없다면 페이스북 이용자의 불편과 불만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입니다.

나원재기자 nw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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