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문자테러" vs 시민 "문자항의"..마침내 논쟁이 벌어졌다

신은정 기자 2017. 5. 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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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중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아들 병역 의혹 등 도덕성 문제가 집중 검증 대상이 되자 시민들이 청문회 위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도중 휴대전화로 도착한 시민들의 문자메시지를 '문자 폭탄'이라며 불쾌해 한 국회의원들에게 네티즌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야말로 21세기에 걸맞은 정치적 항의 방법"이라는 어느 네티즌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다량의 문자를 '정치 테러'로 규정한 국민의당 성명에는 항의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문자 폭탄'이 아니라 '문자 항의'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관심을 모았다.

유명 트위터 이용자 김빙삼(twitter.com/PresidentVSKim)은 24일 여러 인사청문위원이 청문회 중 자신에게 쏟아진 문자메시지를 비판하자, 이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이 트윗은 2500여회 공유됐다.

김빙삼은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전달되는 많은 양의 문자 메시지를 두고 "21세기에 정보통신을 이용한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정치인은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시대의 요구라는 다소 격한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 "아직 과학기술이 덜 발전해 국민이 문자폭탄(?)밖에 못 보내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롱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인사청문위원들은 이날 청문회 도중 많은 문자를 받았다며 유감을 드러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중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아들 병역 의혹 등 도덕성 문제가 집중 검증 대상이 되자 시민들이 청문회 위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사진= 뉴시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오전 청문회 도중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문(문재인)팬 그룹' 나쁘게 말하면 '문빠'의 패권주의 얘기가 나왔다"면서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후보자의 자질, 능력, 도덕성을 당연히 검증하는데 이런 문자폭탄은 갑갑하다"고 했다. 저녁에도 "욕설에 가까운 '문자폭탄'을 2000건 받았다. 무조건 다 잘했다며 용비어천가를 불러야 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저도 무차별적인 문자와 카톡 폭탄을 받았다. 욕설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이는 반민주적인 행위로 민주주의 후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쏟아진 문자를 '정치적 테러행위'로 규정한다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는 "국민을 대신해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것은 유례 없는 정치적 테러행위"라면서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어떤 청문회에서도 이런 만행은 없었다"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기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고,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으로 문자폭탄을 보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놀이터도 아니고, 문자폭탄은 청문회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양념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중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아들 병역 의혹 등 도덕성 문제가 집중 검증 대상이 되자 시민들이 청문회 위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당이 공식 블로그에 공개한 이 성명에는 150건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국민의 쓴소리를 폭탄이라고 표현하다니 황당하다"는 지적과 "청문위원에게 '너는 잘났냐, 다음 선거 때 두고 보자'는 식의 문자를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두둔이 팽팽하게 맞섰다.
 
자유한국당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무작정 문자테러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는 '시민이 보내는 문자가 왜 폭탄이고 테러인가'라는 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 네티즌은 "시대에 따라 시민의 의사표현 방법은 변화했다"면서 "지금은 문자라는 형태로 개개인의 주권자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국민 목소리를 들으며 일하라고 의원으로 뽑아줬더니 문자테러라면서 국민을 테러분자 취급하느냐. 선거 때 나한테 전화테러, 문자테러 하면 스팸 신고하고 내 개인정보 어떻게 알았냐고 고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듣기 좋으면 국민의 목소리고, 듣기 싫으면 문자폭탄이냐" "청문회에 방해되면 휴대전화를 끄고 들어가면 될 거 아니냐"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뉴시스 등이 촬영한 사진 속 청문위원이 받은 문자 메시지가 대부분 존댓말인 점을 언급하며 "욕설은 대체 어디에 있느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소셜미디어에는 '문자 폭탄' 말고 '문자 항의'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올라왔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25일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문자 보내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가 자연스러워졌다. 정치가 두렵거나 어려운 게 아니라 정치인을 공복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또 "(시민 문자가) 유감이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정치하기 힘들 것"이라고도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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