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동관 연구위원(한국노동연구원) "공공부문 '지나친 형평주의' 임금 체계 개편해야" ②
□ 방송일시 : 2017년 5월 25일(목요일)
□ 출연자 : 정동관 연구위원 (한국노동연구원)
“공공부문 ‘지나친 형평주의’ 임금 체계 개편해야”
[윤준호]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 방안으로 추진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될 전망입니다. 노조 동의를 밟지 않은 성과연봉제는 위법이라고 하는 법원 판결뿐만 아니라 새 정부가 성과연봉제 제고 방침을 밝히고 있는 데 따른 것입니다. 일단 새 정부는 성과연봉제의 가점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성과연봉제, 무엇이 문제인지 한국노동연구원 정동관 연구위원 전화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동관 연구위원, 안녕하십니까?
[정동관]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성과연봉제라고 하는 것이 말 그대로 성과, 즉 성과가 얼마나 나타났느냐에 따라서 임금을 차별해서 주겠다는 뜻이죠?
[정동관] 네, 그렇습니다. 공공기관 근로자의 임금은 기본적으로 기본 연봉과 성과 연봉으로 나뉘는데요. 성과연봉제의 핵심적인 내용은 기본 연봉을 성과에 따라서 개인 차등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존 호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서 기본급을 매년 자동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기본급 인상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0년도에 기재부에서 간부직까지는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었고 작년에 발표된 내용은 이를 4급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윤준호] 4급까지 이를 확대하고 이게 아무래도 장점이 큰 제도이고 그래서 민간부문에서는 많이 활용하고 있는 제도 아닌가요?
[정동관]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제품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어서 비교적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이에 따라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또는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건데요. 실제로 다른 나라 공공기관의 경우에도 성과연봉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기본급을 성과에 따라 차등화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였습니다.
[윤준호] 도덕적 해이나 방만 경영의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개혁 방안의 하나로 이렇게 추진된 건데요. 이 제도에 대해서 노조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죠? 코레일에서는 사상 최장 기간 동안 파업을 하면서 반대도 했고요. 노조는 왜 이 부분에 반대한 거죠?
[정동관] 앞서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와 유사한 시도가 있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마찬가지로 그 나라에서도 이러한 시도에 의해서 반대 의견이 많았습니다. 비단 노조뿐만 아니라 임금 전문가들도 물론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논문이나 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다수의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서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원론적인 이유를 말씀드리면, 공공기관의 목표는 민간기업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민간기업은 이윤추구라는 비교적 단순하고 명료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공공기관은 효율성 외에도 형평성, 공공성 등을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서 병원의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간호사의 수를 줄이면 질 좋은 의료서비스라는 공공성이 저해되겠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로 간호사들 사이에서의 경쟁이라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즉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무엇이 성과인지 어떤 기관의 성과를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가부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부문의 기본급을 성과에 따라서 차등하겠다는 시도가 민간부문에 비해서 반대가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준호] 다시 말해서 민간부문이 할 수 없는 일을 공공부문이 수행해야 될 경우도 있고 그럴 경우 형평성과 공공성이 오히려 수익성이나 효율성보다 앞서야 된다는 부분을 말씀해 주시는 거죠?
[정동관] 네, 맞습니다.
[윤준호] 그런데 이번에 법원에서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서 위법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이 노조 동의 없는, 즉 노사 합의가 되지 않은 걸 왜 위법이라고 본 거죠?
[정동관] 현행 근로기준법을 살펴보면 취업 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에는 반드시 과반수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이러한 도입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은 경우죠. 그런데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왜 성과연봉제를 강행했는가.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성과연봉제가 반드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제도가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경우에 따라서 인건비 총액이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총액이 증가된다고 해도 특정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이 줄어든다면 취업 규칙 불이익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설령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는다고 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성과연봉제의 법률적 효력이 인정된다는 의견이 당시에 많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은 그러한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준호] 그렇다면 이 판결에 해당되는 공공기관이 몇 군데나 됩니까?
[정동관] 도입 과정을 외부에서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견이 조금 갈립니다. 성과연봉제 도입 대상 기관인 120개 공공기관 중에서 기재부는 총 48개 기관이, 그다음에 공공 노조 쪽에서는 54개 기관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고 얘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준호] 그러면 일단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고 이것이 법원에서 위법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다시 이사회 의결로 무효화시켜야 되는 건가요?
[정동관] 상급 법원의 판결을 우선 기다려봐야겠지만 앞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처럼 취업 규칙 무효 확인 소송에서 근로자들이 계속 승소한다면 이에 대한 법률적 효력 또는 사회적 정당성이 많이 상실된다고 봐야 된다고 봅니다.
[윤준호] 그런데 지금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이걸 재검토하겠다고 이야기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으로 도입 폐기를 이야기했죠. 그러면 새 정부에서는 이게 성과연봉제가 완전히 폐지되는 겁니까?
[정동관] 제가 새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고요. 보다 구체적인 개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얘기나 공약 내용들을 살펴보면 향후 공공기관 임금 체계 개편 방향은 성과를 강조하는 방식은 아닐 것으로 지금 예상하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법원 판결에 따라서 성과연봉제 수정 권고안을 마련한다, 이렇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 혹시 그 내용에 대해서 들으신 게 있습니까?
[정동관]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수정 권고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얘기를 들은 바는 없고요. 다만 향후 전체적인 방향이나 내용이 상당 부분 달라질 것으로만 예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준호] 그리고 법원에서 이렇게 판결이 나오다 보니까 그리고 새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이 이렇다 하는 쪽으로 나오고 있다 보니까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공공기관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데서도 지금 당시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노조 쪽에서 오히려 이 부분을 다시 폐지하자, 되물리자 이런 경향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정동관] 네, 맞습니다. 실질적으로 작년도 기재부 권고안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었던 기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임 노조 위원장의 그러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원천적으로 다시 재검토해야 된다고 하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성과연봉제를 잘 도입하고 있었던 기관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의 조짐들이 심상치 않게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준호]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이나 방만한 경영 부분에 대해서 지적돼 온 건 사실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호봉제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도 있고요. 새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만약에 폐지한다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볼 때 어떤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정동관] 현재 말씀하신 대로 공공기관 정규직 임금 체계에 문제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서 말씀드리면, 입사 동기로 5급에서 시작해서 어떤 사람은 5급으로 계속 근무하고 어떤 사람은 1급으로 승진한다고 해도 임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많지 않은 경우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거든요.
[윤준호] 호봉제 때문이죠.
[정동관] 그렇죠. 그다음에 다른 공공기관의 예를 또 들어보면 어떤 사람은 열심히 일을 해서 1급까지 초고속으로 승진을 했는데 2급에서 장기근속을 한 사람보다 임금이 2000만원이나 더 적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승진을 하다 보니, 성과연봉제를 적용받게 되는 직급까지 도달하고 보니 힘들다는 거죠. 그래서 징계까지 받을 테니 강등시켜달라고 하는 요구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규직 임금 차이가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획일적으로 결정돼 왔다는 거죠. 형평주의 문화가 지나치게 강합니다.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의 경우를 살펴볼 때 실제로 담당 업무의 내용이나 일의 성격에 따라서 임금을 결정하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의 경우에는 학력, 근속연수, 고용 형태 등 인적 속성을 고려해서 임금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게 관행으로 결정돼 왔던 거죠. 그래서 향후에는 성과를 강조하기보다는 업무 특성에 따라서 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공공부문 임금 체계가 개편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급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공공기관의 임금 체계 개편 그리고 직급 체계 개편을 병행해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또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규직화 추진 과제하고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면서요.
[정동관]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식으로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하나는 자회사 설립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서 그들을 위한 직급이나 직군을 신설하는 방향인데요. 저는 사용자나 경영진에서 왜 자회사 설립 방안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보다 더 선호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앞으로 자회사 소속 근로자나 본사 근로자나 고용 안정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거든요. 뿐만 아니라 자회사 근로자들한테 더 위험한 일을 맡기겠다는 의도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회사 설립 방식을 더 선호하느냐. 그건 정규직 수준의 임금이나 처우 조건을 맞춰줄 수 없다는 뜻인데 그러면 직접 고용을 하면 왜 그게 안 되느냐?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정규직 임금 체계가 획일적이어서 그들만 임금 수준을 낮게 줄 명분이나 근거가 없다는 거죠. 만일 그들의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근거가 그들의 담당 업무나 일의 난이도라면, 그래서 정규직보다 임금을 낮게 줄 수밖에 없고 또한 그렇게 주장하려면 정규직 임금이 그러한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어떠한 형태로 정규직이 되든 이들이 처우 조건에 대한 요구가 커질 텐데 거기에 대한 합당한 근거나 논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정규직 임금 체계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정규직 임금 체계가 개편되어야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도 조금 더 원활하고 효율적이고 합당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윤준호]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정규직 노조의 양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거죠.
[정동관] 네, 맞습니다.
[윤준호]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동관] 네.
[윤준호] 지금까지 한국노동연구원 정동관 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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