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told] 제주, J리그 최고 화력 잠재운 비결

배진경 2017. 5. 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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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제주)]

우라와 레즈의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감독은 24일 제주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이 끝난 후 “볼 점유율이 낮아서 제주의 강점을 죽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기록은 달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매치센터에서 분석한 두 팀의 점유율은 우라와가 74%로 제주(26%)를 압도했다. 이를 전해들은 제주의 조성환 감독은 “그래도 3-7 정도는 되는 줄 알았는데 더 낮았네”라며 머쓱한 듯 웃었다.

이날 경기는 양팀 감독의 말로 요약된다. 우라와는 볼을 소유했지만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스스로 점유율이 낮았다고 느낄 정도로 경기를 장악하지 못했다. 제주는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챙겼다. 물론 웃은 쪽은 후자다. 제주가 우라와에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7분 마르셀로가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골을 넣었다. 경기 종료가 가까워진 후반 47분에는 교체 카드 진성욱이 추가골에 성공하며 8강행에 유리한 고지를 만들었다.

# 자존심 건 대결, ‘압박’의 제주가 웃었다

제주는 ‘K리그의 자존심’이다. 이번 시즌 ACL에 참가한 K리그 네 팀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K리그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타이틀이다.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용이 좋다. 화끈한 공격, 짜임새 있는 수비, 균형감을 갖춘 조직력으로 승리를 챙긴다. 특히 경기당 2골을 보장하는 공격력에서 타 팀을 압도한다. K리그에서는 12경기 동안 24골을 기록했다. ACL에서는 조별리그부터 16강 1차전까지 7경기 동안 14골을 넣었다.

우라와전이 ‘자존심 대결’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라와 역시 J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공격력이 무섭다. J리그 12경기에서 33골, AFC 조별리그(6경기)에서 18골을 기록했다. 리그 득점 선두인 코로기 신조(11골- ACL 1골)와 외국인 공격수 하파엘(6골- ACL 5골)이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창과 창이 부딪칠 때 어느 쪽이 더 날카로운지 관심사였다. 양팀 다 패스와 점유율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득점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도 정면대결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다른 흐름이었다. 경계 대상 하파엘은 부상으로 이날 출전 명단에 들지 못했다. 코로기는 권한진과 김원일의 수비에 묶였다. 전방을 향한 결정적인 패스도 많지 않았다. 조성환 감독은 “상대 강점을 무력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빌드업과 원투 터치에 의한 패스 게임에 능한 팀이라 전방 압박을 주문했다. 다만 체력적인 부담이 생길 수도 있어 상황에 따라 라인을 내리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유연하게 잘 해줬다”고 설명했다. 권순형이 조율의 키를 쥐었고 활동량 많은 이창민과 안현범이 상대를 저지했다.


압박과 지연 전략은 조별리그를 통해 터득했다. 조성환 감독은 장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경기를 주도하고도 골을 넣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히려 경기 종료 직전 하미레스에 실점을 허용하며 허망하게 졌다. 애들레이드와의 4차전 홈경기에서 고전했던 장면도 복기했다. 골을 넣어야겠다는 의지로 공격 일변도로 나서려다 선제골과 주도권을 잃었다. 조성환 감독은 "10분에서 15분 정도는 우리 스타일대로 하다가 잘 안풀리면 라인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철저히 승리를 염두에 둔 카운터어택을 준비했다. 실수를 통해 승부사로서의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 결승골만큼 가치있는 추가골

이른 시간에 나온 선제골은 기싸움에 특효였다. 황일수의 장기가 빛났다. 전반 7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날카로운 크로스로 마르셀로의 골을 도왔다. 폭발적인 주력에 안정적인 지원 능력, 결정력까지 갖춘 그는 최근 A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황일수와 마르셀로의 합작골로 리드를 잡은 제주는 자신감 있게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마그노가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골로 완성했다면 더 큰 점수차를 기대할 수도 있었다. 우라와의 후반 반격에는 제주 수비진이 대응했다. 김호준이 선방하고 권한진이 골라인 앞에서 걷어냈다. 무실점을 지키기 위한 집중력이 빛났다.


선제골은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여기에 추가골은 단숨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만들었다. 2차전 변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제주가 한 골 차로 패해도 8강행이 가능하다. 제주가 골을 기록하면 더 유리해진다. 원정 다득점 원칙상 원정에서의 1골은 1골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실점없이 승리를 챙긴 점도 유리하다.
추가골 주인공 진성욱도 상대에 부담을 더하는 존재가 됐다. 조성환 감독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교체 선수가 추가 시간에 골을 넣었다는 사실은 승부사로서의 선택에 확신을 더하는 효과도 있다.

# 2차전, 전력보다 무서운 변수 싸움

조성환 감독은 신중하다.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2-0이라는 스코어는 가장 뒤집히기 쉬운 스코어”는 말로 팀을 단속했다. 제주 입장에서 2차전은 전력보다 변수 싸움이다. 일단 환경 변수다. 우라와는 열광적인 홈관중으로 어드밴티지를 갖는다. 페트로비치 감독이 2차전에 기대할 수 있는 보완점으로 “홈팬들의 응원”을 가장 먼저 언급 했을 정도다. 1차전에도 200명에 가까운 원정 팬들이 제주 경기장을 찾았다. 제주는 많은 관중에 익숙한 팀이 아니다. 조성환 감독은 “(조별리그에서)장쑤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며 개의치 않았다.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우리가 승리를 가져왔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CL 원정 무패 기록(2승1무)은 자신감을 더하는 요소다. 감바 오사카,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 장쑤 쑤닝 등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특히 감바 오사카에는 홈과 원정에서 모두 승리했다. 우라와전까지, 일본 클럽을 상대로 유난히 강한 모습이다. 조성환 감독은 “선수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있다. K리그 자존심이라는 생각이다. 정신적인 자세가 좋다”며 한일 클럽 간 대결에서의 특수성을 언급했다. 도전은 새로운 성취와 또 다른 도전의식으로 이어진다. 조성환 체제로 아시아 무대 첫 도전에 나선 제주의 순항이 증명한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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