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줄 아는 무리뉴, 아약스 패스축구 잡은 힘

한준 기자 입력 2017. 5. 25. 07:34 수정 2017. 5. 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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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주제 무리뉴 감독이 `우승청부사`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부임 첫 시즌에 UEFA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루며 다음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

맨유는 한국시간으로 25일 새벽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치른 아약스(네덜란드)와 `2016/2017 UEFA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네덜란드의 강호 아약스는 토탈풋볼의 본산으로 유명하다. 맨유와 결승전에 나선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22.2세에 불과할 정도로 어린 팀이지만, 결승에 오르는 과정에서 특유의 볼 소유력과 패스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선수 개개인의 명성과 몸값은 맨유가 높았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이름을 과신하지 않고 실리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자신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마르코스 로호 등 핵심 선수를 부상으로 잃으며 어려운 시즌 종반을 보낸 무리뉴 감독은 이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추구했다.

아약스는 지에흐, 쇠네 클라센 등으로 세 명의 미드필더를 구축했다. 4-3-3 포메이션에서 중앙 지역에 공을 잘 차는 선수를 모두 배치했다. 더리흐트와 산체스 등 두 센터백, 유네스-돌베리-트라오레 등 세 명의 공격수도 간격을 좁혀 유기적인 플레이를 했다.

반면 맨유는 공이 없을 때 강한 팀, 공을 소유해도 빠르게 전진하는 팀으로 기능했다. 래시퍼드를 원톱으로 두고, 미키타리안-포그바-펠리아니-마타가 2선에 배치됐다. 에레레가 포백 앞에서 공격 기점이 됐다. 스몰링과 블린트가 포그바, 펠라이니와 함께 중앙 공간과 문전을 터프하게 지켰다. 좌우 풀백 다르미안과 발렌시아는 수비 균형에 집중했다.

어린 아약스가 67%에 달하는 볼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무리뉴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차분하게 자기 진영에서 공간을 주지 않는 플레이에 몰두했다. 상대 진영과 중원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으나 위험 지역으로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강하게 끊어내고 빠르게 역습했다.

맨유는 노련했고, 힘과 스피드에서 앞섰다. 짧은 시간이지만 공을 쥘 때마다 시동을 걸며 위협을 가했다. 이 과정에는 펠라이니와 포그바의 중원 조합이 힘을 발휘했다. 펠라이니가 무려 15개의 공중볼을 따냈고, 중앙 지역 볼 경합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해 역습의 기점이 됐다. 포그바가 공을 뽑아내고 힘있게 운반했다.

맨유에겐 행운도 따랐다. 전반 18분 포그바가 시도한 중거리슈팅이 아약스 수비를 맞고 굴절되며 들어갔다. 이른 시간 선제 득점은 맨유가 계획한 선수비 후속공의 치명성을 높였다. 아약스는 더 라인을 높이고 달려들어야 했다. 심리적 여유도 잃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3분 만에 코너킥 공격으로 한 골을 더 얻었다.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문전 혼전 중 감각적인 슈팅으로 득점했다.

아약스는 후반전에 대대적인 공세를 폈으나 작정하고 수비하는 맨유를 흔들지 못했다. 아약스는 경험과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맨유는 지키고 역습하는 축구로 큰 위기 없이 잔여 시간을 보냈다. 후반 막판에는 제시 린가드에게 결정적인 단독 돌파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다. 세 번째 골까지 나오지 않았으나 2골을 우승을 이루기 충분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감독 시절 철저한 역습 축구로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이뤘고, 호나우지뉴를 앞세운 FC바르셀로나를 괴롭혔다. 인터밀란 시절에는 전성시대를 연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를 제압하며 수비축구의 진수를 보였다. 레알마드리드 부임 후에도 바르사 잡는 법을 보여줬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패스 축구의 팀을 잡아내는 노하우가 있다. 바르사보다 선수 구성과 경험이 부족한 아약스를 잡는 것은 어려운 미션이 아니었다.

"공중전을 지배할 수 있다면 롱볼축구를 해야 한다. 시적인 축구가 많은데, 그런 축구가 많은 우승컵을 챙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어떤 점이 강한지 알고 있고, 상대의 약점을 압박했다."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능력을 다시 확인했다. 맨유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챙기며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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